리뷰

다양한 필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품에 대해 비평합니다.

팬데믹 시대의 텐트형 예술행동 예술행동 이어위그 <포텐트시티>

이철성

  • 목록보기
지난 6월 25일, 26일 문화비축기지 야외에서 진행된 <포텐트 시티(Potent City)>는 새로운 실험과 풍부한 예술재료들로 가득했다. 또한 지금 여기, 팬데믹 시대를 겪는 우리들이 어떻게 예술을 만들고 받아들이고 행동할지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 새롭고 낯선 형식과 구조는 어떤 참여자에게는 가까이할 수 없는 이물질처럼 느껴져 몇몇 관객은 일찍 자리를 뜨기도 했다. 예술과 예술행동이 부딪히고, 단순 관람자와 적극적 참여자가 부딪히고, 예술행위의 관습적 시간과 새로운 시간성이 부딪히고, 현장과 웹의 현장이 동시간과 공간에서 부딪히는 낯설고 바쁜 네시간 반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오후 5~6시 참여자들은 문화비축기지 T2 야외공연장 공간에 각자의 텐트를 치고(텐트가 없는 경우 돗자리를 깔고) 각자의 핸드폰에 모바일 앱 ‘홈 스쿼트 홈’을 깐다. 49일간만 유효한 이 앱에는 두 개의 영상 ‘이전 세대에게 보내는 편지’와 ‘다음 세대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다. 영상에선 작가의 어릴 적 텐트의 경험, 살던 아파트와 삼풍백화점 참사에 대한 기억, 지금은 밴쿠버에서 이민자로 살고 있는 작가의 웨이트리스 체험, 할머니의 산소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남산타워의 빛 색깔과 미세먼지 등급과의 관계를 말하는 기후위기 이슈, 밴쿠버에서 실종되는 하층민 여자들과 그 문제를 드러내는 시위 활동 등 많은 이야기들이 그림자극의 형식으로 전개된다. 한마디로 말해 작가의 개인적 사회적 역사와 이슈가 스치듯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참여자들은 의도치 않게 49일간 손안에 이것들을 가지고 살게 된다. 마치 이것들이 죽은 과거의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우리 속에서 기억되고 살아나고 우리의 염원 속에서 좋은 생으로 다시 태어날 생명인 것처럼.
본문사진12
오후 6~7시 <내 옷이 기억하는 이야기>라는 워크숍이 라이브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텐트에 자리 잡은 두 작가는 자신들이 ‘캐나다와 한국 사이 태평양 바다의 어디쯤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참여자들이 입고 있는 옷이 어느 나라에서 왔고,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도착했는지를 질문하고, 그 옷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과 물이 쓰였는가를 드러낸다. 한마디로 옷을 매개로 지금 시대 자본과 소비의 과욕망과 노동의 소외, 자원의 낭비, 소비자의 무지와 소외를 드러낸다. 이 과정은 참여자들이 ‘포텐트 시티’의 웹사이트에서 옷의 이동경로를 지도에 표시하는 웹 행위와 병행해서 진행된다.
오후 7~7시 반. 휴식시간. 비건 샌드위치가 참여자들에게 제공된다.
오후 7시 반~8시 반. <내가 어둠을 무릅쓰고 만드는 팻말>이라는 워크숍이 라이브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작가가 미리 준비하도록 안내한 재료들을 가지고 각자의 텐트에서 기후위기 대응 시위 팻말을 제작한다. 팻말은 뚫린 글씨와 그림들 사이로 빛이 투과되어 완성되는 빛과 그림자 팻말 형식이다. 이 과정 또한 참여자들이 제작된 팻말 사진을 ‘포텐트 시티’의 웹사이트에 업로드하는 웹 행위와 병행해서 진행된다.
본문이미지3
오후 8시 반~9시 반 문화비축기지 야외 공연장의 거대한 벽에 4개의 영상작품들이 투사되고, 동시에 한쪽 면에 수화통역이 영상으로 투사된다. 첫 영상작품은 이번 프로젝트에 임하는 작가의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집이 없이 ‘캐나다와 한국 사이 어디쯤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작가들은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집이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이고, 집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해수면 상승, 기후재난, 홈리스와 쓰러지는 배달노동자, 팬데믹 시대 불타는 지구의 집에 갇혀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마구 돌려대는 우리는 누구인가? 이러한 시대에 예술가로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영상작품은 작가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내 탄소 몸 노래>라는 작품이다. 원주민의 땅인 밴쿠버의 집 없는 이민자가 ‘내 탄소 몸, 내 탄소 숨, 내 탄소 죽음, 내 탄소 발걸음....’ 하고 읊조리며 기후위기 시대의 정처 없는 인간의 초상을 노래한다.
세 번째 작품 <Shadows We Cast>는 작가 소개와 인터뷰 영상이다. 밴쿠버에 10년 넘게 살고 있는 한국인 작가 이민아와 캐나다인인 그녀의 남편 롸일리 엔더슨이 최근에 결성한 다원예술 공동체 ‘이어위그(Earwig)’가 어떤 문제의식과 예술미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인터뷰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포텐트 시티>의 웹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이 단체를 소개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창의적인 행동이나 예술활동을 유도하면서 고립된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연대하고 세계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사회불평등 같은 커다란 문제들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지를 상상해왔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작품은 재미있고 위트 있고 강렬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그림자극이다. 벌레를 싫어하는 엄마가 죽었을 때를 가정한 그림자극에선 오히려 벌레가 엄마의 산소를 보살피는 듯한 이미지가 구축되고, 어릴 적 들었던 ‘미래의 남편이 어떤 모습인지 알려면?’으로 시작되는 무서운 엽기 동화는 가부장 시대의 억압된 여성 이데올로기를 상기시키면서도, 등장하는 여성 자신은 자신의 성기와 똥구멍을 대놓고 발설하는 과감한 발언을 통해 그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발설했던 개인적 사회적 이슈들과 달리, 그림자극 형식과 미스테리한 이야기, 풍부한 시각적 재료와 이미지들은 하나의 강력한 혼돈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본문이미지45
<포텐트 시티>는 개인의 이슈, 사회적 이슈, 시대적 이슈들이 만나고 충돌하는 장이다. 시대적으로는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벌이는 무모한 예술행위이고, 사회적으로는 같은 공간에 모였지만 서로를 고립시킨 아이러니 그 자체의 공동행동이고, 개인적으로는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정처 없는 예술가가 시대와 권력과 자본을 향해 시위하는 예술행동이다. 그런데 이 거창한 예술행동은 아이러니하게도 밤에 텐트에 쭈그려 앉아 손전등으로 그림자놀이를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을 그 형식으로 하고 있다. 이 단순해 보이는 놀이행위가 어떻게 자장력 강한 예술행동이 될 수 있는가.
텐트 옛 석유비축탱크의 거친 콘크리트 외벽이 우뚝 서 있는 현장 공간도 기후위기의 이슈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예술재료이지만, 무엇보다 압권은 ‘텐트’라는 재료의 상징성이다. 현장에 퍼져 있는 텐트들에 각자 고립되어 웹상으로 진행되는 이 예술행위는 ‘집 없는 자들의 표류, 고립, 연대’의 이미지를 강력히 구축한다. ‘우린 고립되었지만 함께 있다’라는 강한 메시지를 텐트와 공간이 구축한다. 그럼에도 바다, 표류의 이미지는 우리의 정처 없음과 기댈 곳 없음, 그래서 빈익빈 부익부가 가중되는 자본과 소비의 과욕망 시대, 환경의 위기와 전염병의 시대에 사회적 약자로서의 노동자, 노숙자, 이민자, 예술가들을 불러내어 여기에 살게 한다.
웹 & 안티(Anti)-웹 웹과 앱은 이 고립된 시대의 ‘소통’의 방식이며 또한 ‘지속’의 방식이다. 앱은 49일간 지속되고, 웹상에 기록된 우리의 예술활동도 지속된다. 단절, 고립, 소외, 위축의 키워드가 소통, 토론, 연대, 지속의 키워드와 병치될 수 있는 마술적 방식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웹만 있었다면 그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 공간에 함께 있는 텐트들 속에서 우리는 웹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을 뿐, 실제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웹을 가장한 안티(Anti)-웹이 우리의 처지를 속 깊이 이해하고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행동 & 모계사회의 추억 작가는 너무나 성실히 당대의 이슈들을 드러내고 실천하려 한다.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시대적 이슈뿐 아니라, 비건 간식과 수화통역 등을 통한 환경, 동물권, 인권의 이슈들을 건드리고 실천하기까지. 풍부한 예술재료들과 건드려지는 당대의 거의 모든 이슈들...
그러나 현장에서 나를 건드렸고 또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여운으로 남아 있는 것은 작가 이민아의 목소리이다. 작가는 두 시간에 걸친 두 개의 워크숍 내내 쭈그려 앉은 자세와 그 차근하고 신뢰를 주는 여린 목소리로 참여자들을 다독이며 이끌어나갔다. 또한 나머지 영상작품들에서는 내내 이야기꾼과 가수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텐트와 돗자리에 눕거나 앉아 내내 작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난 복잡한 것을 다 떠나 호롱불과 창호지 문, 달빛과 나무 그림자, 할머니의 소곤대는 옛이야기 소리가 떠오른다. 자장가다. 작가는 영상작품 후반에 ‘우리는 언제부터 땅이 불러주는 자장가를 듣지 못하게 된 걸까‘ 하고 되묻는다. 고립과 결핍의 병 든 시대에 나는 나의 아픈 배를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불러주시는 모계를 추억하는가. 오랜 기간 타지에서 또 여기 한국에서도 이방인이었던 작가가 자신의 그 많은 예술행동과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강력한 예술행동임을 알고는 있을까? 이것이 내가 느끼고... 되묻는... 질문이고, 그래서 포텐트(Potent)를 ’힘든 시기, 가능성의 힘‘으로 내가 번역하는 이유이다.

[사진제공 : 예술행동그룹 이어위그 Ⓒ보통현상]

예술행동 이어위그 <포텐트시티>
일자
2021.06.25.(금) ~ 2021.06.26.(토)

장소
문화비축기지 T2 야외무대

창작/공연
예술행동그룹 이어위그
기술지원팀
플레이슈터
웹사이트/앱 개발
김건우
진행
김건우
홍보마케팅
씩밝몽키
사진/그래픽
보통현상
프로젝션 맵핑 멘토
Parjad Sharifi
번역/영상 조언
윤형민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Canada Council for the Arts
관련정보
https://blog.naver.com/culturetank/222391179057
예술행동 이어위그, <포텐트시티>
목록보기

이철성

이철성
시인이며 비주얼씨어터 꽃, 체험예술공간 꽃밭의 대표로 공연작품을 만들고 있다. 공동체 퍼포먼스 <마사지사>, 거리극 <돌 구르다> 등의 작품을 국제적으로 발표하였고, 40여 개국의 오지를 여행하며 시와 산문을 써왔다.
www.visualtheater.kr
댓글쓰기

덧글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