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양한 필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품에 대해 비평합니다.

장애인 예술가와 악수할까요?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 결과전시 <지구와 예술_핸드셰이킹(handshaking)>

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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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극in 독자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미술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고, 현재는 공공기관에서 공공미술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할 전시는 <지구와 예술_핸드셰이킹(handshaking)>인데요, 미술계 종사자로서 전시를 보며 깨달은 저의 부족함을 말씀드리고, 보다 많은 분들이 좋은 작품을 향유하고 미술 생태계가 확장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산하 창작공간들의 전·현 입주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창작 워크숍을 2019년부터 진행해왔는데요, <지구와 예술_핸드셰이킹>은 그 세 번째 프로그램으로 2021년 여름부터 올해 봄까지 워크숍을 진행했고 결과 보고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시각예술 전문 레지던시인 금천예술공장, 공예와 디자인에 기반한 시각예술 중심인 신당창작아케이드, 몸의 움직임을 실험하는 서울무용센터, 국내 최초 장애인 작가 중심의 잠실창작스튜디오 출신 작가 14인(김영미, 김은설, 김하경, 김현진, 문서진, 손상우, 송주원, 이민희, 이선근, 이우주, 장해림, 전보경, 정원, 정혜정)이 참여했습니다.
워크숍을 이끌고 전시를 기획한 장혜정 큐레이터는 참여 작가들과 20여 차례 워크숍을 진행했고, 작가들은 ‘움닷’, ‘비둘기들’, ‘뷰티풀플랜’이라는 세 팀을 구성했습니다. 큐레이터는 작가들에게 “우리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을 던졌고,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구를 향한 관심과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전시는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업 특성상 다른 작가들과 함께 워크숍을 1년 가까이 지속했다는 점부터 놀라웠습니다. 특색있는 팀명처럼 전시장에 선보인 작품들은 무엇 하나 비슷한 것이 없습니다. 참여 작가들의 개성만큼이나 영상, 사진, 설치, 무용, 사운드 등 매체, 내용 모두 달랐지만 “지구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지구에 공존하는 모든 존재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려는 예술적 실천”이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전시는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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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 <흙이 흙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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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섬의 지도>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전시를 보는 동안 저 스스로 ‘장애인 작가의 작품이 무엇일까’ 생각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 작가의 작품은 다른 작가들과 다를 것이라는 저의 편협함에 부끄러웠습니다. 모두 다른 작가들이니 작품도 당연히 다를 뿐인데 말이죠. 전시를 관람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매니저님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장애’라는 수식어가 그들을 동등한 작가로 평가받기 어렵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시 내용에도 장애인으로 특정할 수 있는 설명은 넣지 않았다고 하네요.
몸이 불편한 방문객을 위한 시설 확충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해설 등 관람 편의를 위한 배리어프리 장치들이 국·공립기관을 중심으로 꾸준히 마련되는 추세입니다. 반면 장애인 작가들의 창작활동 현황은 어떠한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이미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주요 전시나 미술 행사 등을 떠올릴 때 ‘장애인 작가’가 포함돼 있으리라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주류 미술계’와 장애 작가의 활동 범위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던 것입니다. 심지어 <지구와 예술>처럼 장애인/비장애인 작가들이 함께하는 전시에서는 장애인 작가의 작품은 무엇인지 구별하려 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관련하여, <지구와 예술>보다 먼저 제 ‘뼈를 때린’ 전시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관람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2021.6.29~2021.9.22/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장애인(정확히는 발달장애, 정신장애) 작가들의 작품에서 그러한 인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전업 작가 수준의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맞겠네요. 반성했습니다.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는 전시와 작품 그 자체로 좋았고 당시 제 처지와 마음에 큰 위로와 공감이 되었습니다.

예술작품은 한 작가의 성취에 그치지 않습니다.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작품의 의미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이 간혹 ‘나는 작품을 통해 질문할 뿐이다’, ‘답은 관객/독자에게 있다’와 같은 말을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앞세우는 경우는 대중과 미술 사이를 더욱 서먹하게 만들 뿐, 대부분 믿고 거르셔도 좋겠습니다. 실제로 저런 말은 ‘관객으로 하여금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작품은 무엇일까요? 그런 작품은 누가 만들까요?
인간은 충족될 수 없는 결핍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떨칠 수 없는 고독함을 가진 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고민하는 데 지속적으로 시간을 쓰지 못합니다. 노동과 휴식, 수면, 식욕 등에 소진하는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엄청난 끈기와 인내로 그러한 내면의 불완전함을 직시하여 자신을 탐구하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작품)은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한 스스로에 대한 탐구이자 세계(타인)를 향한 소통의 의지입니다. 더욱이 장애인 작가라면 남들보다 일찍 자신을 탐구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 외로운 시간을 그들은 더 많이, 더 자주 맞닥뜨려야 했겠지요.
좋은 작품일수록 새롭습니다.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온 적 없기 때문이죠. 이 새로운 언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이 그 자체로 새로운 질문이 되어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위로와 공감에까지 이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경험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장르를 막론하고 예술이 줄 수 있는 위대한 순간입니다. 그런 작품을 만나면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다시금 예술가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합니다. 제가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에서 받은 위로와 감동도 그러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관객 없는 작품은 의미가 없습니다. 작가에게는 감상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와 같은 플랫폼이 필수입니다.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렸다는 점이 저한테는 중요했습니다. 요컨대 ‘이 미술관에는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한다’는 미술계 종사자로서의 판단이 있었기에 전시를 보러 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예술가들의 훌륭함에 기대어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미술 생태계 확장을 위해 장애인 작가들의 활동 범위 확대에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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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진, 송주원 <말문이 막힐 때, 옥수수수수수수수수수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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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손상우, 이선근 <B.P field>

도심 한복판에 장애인이 잘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거리로 나올 수 있을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미술계에서도 장애인 작가들의 활동이 많지 않은 이유가 전시 참여 기회나, 기획자를 만날 기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서울문화재단의 공동창작 워크숍은 작가들을 만나게 하고, 팀을 꾸리고, 전시를 만드는 등 예술 활동의 필수 단계부터 그들의 참여 범위를 확장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장혜정 큐레이터는 전시 부제에 대해, “악수(handshaking)라는 인사법이 품은 평등하고 친근한 관계 맺기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양한 감각과 매체를 사용하여 주고받은 질문과 시도를 담았다”고 밝힙니다. 큐레이터가 제안한 ‘지구’, ‘악수’라는 키워드는 예술 활동에서 가장 필요한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이에 기반한 ‘평등한 관계’라는 공동창작 워크숍의 방향성을 잘 보여줍니다.
작가들 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해야 하는 워크숍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이 다 좋았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워크숍과 전시가 계속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은 있을 수 없으며 전시는 각자의 여정의 일부입니다. 미술계와 작가, 관객 사이를 이어주는 ‘악수’와 같은 이 워크숍은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세상 속에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서로 연대하고 위로하는 필수적인 생존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작품과 전시는 직접 봐야 합니다. 저는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 덕분에 장애인 작가들에게 관심도 생기고 <지구와 예술>도 보러 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 워크숍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집니다.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과, 장애인 작가들과 악수하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사진 제공: 이의록, 최요한]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 결과전시 <지구와 예술_핸드셰이킹(handshaking)>
일자
2022.5.11 ~ 5.29

장소
윈드밀(용산구 원효로 13, 지하 2층)

참여작가
김영미, 김은설, 김하경, 김현진, 문서진, 손상우, 송주원, 이민희, 이선근, 이우주, 장해림, 전보경, 정원, 정혜정
관련정보
https://handshaking.kr/

박유리

박유리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공공미술사업팀 주무관.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습니다. 관객 없는 작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월간미술, 국립현대미술관을 거쳐 현재 서울시에 근무 중이며 예술의 공공성과 그 확장의 모색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contactyulee@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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