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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포스터, 음성해설, 음악이 있는 연극

배리어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박하늘

제235호

2023.06.15

최근 연극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배리어프리’라는 용어는, 장애가 있는 관객들이 연극을 경험하는 데 방해가 되는 여러 장벽들을 없애려는 실천을 의미합니다. 이에 비해 ‘배리어컨셔스’는 장벽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니, 그것을 의식하고 조금 더 창조적인 접근성을 탐색해보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배리어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를 보고 연극인 김지수 님, 그리고 관객 이정민 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1). 김지수 님은 자신을 ‘가끔 대본을 쓰고 연출하는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정민 님은 시각장애인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 상담, 자립 생활 기술훈련, 시각장애 모임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수
공연 보고 댁엔 잘 들어가셨나요?
정민
바우처(택시)2) 잘 잡고 갔습니다.
지수

관람한 공연에 대해서 몇 가지 여쭤볼게요. 공연에서 좋았던 것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민
시각장애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고, 장애 관련한 것이라 좋았습니다.
지수

아쉬웠던 것과 그 이유는요? 보완했으면 하는 점 포함해서요.

정민
관점이 너무 시각장애인 대상으로만 되어 있는 점이 아쉬웠고요. 활동지원 선생님 흉을 보는 내용이 민망했어요. 같이 관람한 활동지원 선생님이 민망하거나 신경 쓰이실 것 같았어요. 예술이라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요. 활동지원 선생님들 중에 잘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공연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어서 신경 쓰였습니다. 대신 리얼한 부분은 있었어요. 그리고 금연초를 피우는데 지하라서 그랬는지 담배 때문인지 머리가 아팠어요.
지수

공연의 내용은 이해하기에 괜찮았나요?

정민
연극 <국가공인안마사>는 개방형 음성해설이라 해설사도 흐름을 같이 가면서 연기하는 느낌이었어요. 단점은 속도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고요. 저는 안마 관련하여 아는 얘기라 지루하기도 했는데 활동지원 선생님은 괜찮았대요.
지수

연극 <국가공인안마사>의 전체적인 접근성은 어땠나요? 좋았던 점이나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정민
장소 접근성이 원래 지하철역 앞에서 같이 오는 것부터 시작되잖아요. 근데 전 활동지원 선생님하고 같이 왔기 때문에 공연팀에서 제공되는 건 경험하지 못했어요. 다만 객석엔 어디쯤 앉으라고 안내를 해주시고, 바닥에 앉을 건지 의자에 앉을 건지도 선택하게끔 해주신 게 좋았어요. 그런데 방석이 있어도 바닥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의자에 앉았었는데도 끝나고 허리가 좀 아프고 목도 뻣뻣하긴 했거든요.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조금 아프더라고요.
무대 한가운데에 직사각형의 노란 카펫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안마베드가 놓여 있다. 그 오른쪽으로 둥근 테이블과 나무 스툴 두 개가 있다. 뒤쪽에는 세 명의 배우와 음성해설사가 오른쪽부터 반원 형태로 2M 정도 간격을 두고 앉아 있다.
하늘

예매 사이트랑 음성 포스터 링크를 미리 공유해드렸는데, 홍보물은 어떠셨나요?

정민
제가 음성 포스터는 못 본 것 같은데, 예매 사이트에 설명이 다 있었어요. 핸드폰에 쓸기 동작3)으로 해서 일단은 텍스트로 돼 있는 건 다 읽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웬만하면 그런 건 다 읽어요. 처음에 소개글도 그걸로 읽었고, 그래서 크게 불편한 건 없었어요.
하늘
예매 사이트로 들어가면 상단에 음성 포스터로 접속되는 링크가 걸려 있었어요.
정민
상단에 걸려 있어요? 근데 그거는 제가 모르겠어요.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그게 그거라고 얘기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알았으면 그걸 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늘

극장 시설에 관해서는 어떠셨어요?

정민
택시 타고 왔는데, 택시 기사님이 찾기 복잡했나 보더라고요. 이왕이면 극장이 너무 골목 안쪽에 들어가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역 앞까지 스태프분들이 나와서 같이 이동하는 것도 좋기는 한데, 극장이 너무 안쪽에 있으면, 공연에도 나오듯이, 길눈이 어두우신 분들은 찾기가 좀 힘들 것 같아요. 이게 또 위치가 도서관 지하다 보니까, 이런 도서관이나 복지 관련된 곳이 진짜 역에서부터 멀고 애먼 데도 많아요. 그런 부분이 좀 아쉽더라고요.
지수

혹시 터치 투어4) 해본 적 있으세요? 터치 투어라고 공연 전에 무대에 가서 만져보게 하는 거요.

정민
아니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하늘
그게 있는 공연도 있거든요. 근데 이번 연극 <국가공인안마사>에서 터치 투어는 없었어요. 요즘엔 무대 미니 모형을 제작해서 만져볼 수 있게 하는 연극도 있어요.
정민
그것도 괜찮네요. 근데 돈이 많이 드실 것 같은데 이것저것… 이번엔 그런 게 없으니까 시작할 때 환경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개방형 음성해설이었는데 사람마다 다 말하는 방식이나 톤 이런 게 있잖아요. 같이 연기하는 듯이 열심히 잘해주시고. 그때 누가 말을 하신 건지 모르겠는데, 막 싸가지 없다고 그랬나 그게 해설사분이 하신 건지 모르겠는데.
하늘
해설사 맞아요.
정민
그러니까 해설사도 얼굴이 앞에 나와서 공개되지 않았었나요? 공개됐기 때문에 본인도 어떻게 보면 연기자인 거죠. 제가 봤을 때는 그런 것들이 조금 재밌는 요소로 동화돼서 같이 연기하시는 느낌이었어요. 폐쇄형으로 할 때는 해설사 얼굴이 보이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공연은 진짜 대본을 갖고 같이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통 폐쇄형으로 하면 그냥 연습 보면서 어디에 뭘 넣어야지 하고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본을 그렇게 쓰시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거는 아예 극을 처음 쓸 때부터 음성해설을 같이 써도 됐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수

이번 음성해설에서 무대의 기술적인 부분들, 음악이나 조명 이런 것에 대해서도 안내가 있었는데요. 음악은 라이브 기타 연주 소리가 들렸는데, 조명이 바뀌는 것 같은 설명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셨나요?

정민
사실 그게 극을 보는 데 있어서 크게 관계는 없었어요. 조명이 켜지고 꺼지고 이런 걸 설명해주셨거든요. 암전 그랬나 점등 그랬나 하여튼 그런 거 얘기는 하셨는데, 눈이 안 보이니까 그러나 마나 별로 지장이 없어서. 만약에 그런 부분이 뭘 표현하고 싶었는지가 있다면 다르겠죠. 근데 거기서는 그냥 조명이 꺼지면 배우가 무대에서 들어가고 켜지면 다른 사람 나타나고 그 정도였잖아요. 그밖에 장면이 바뀌는 거에 대해서는 어디라고 얘기를 해주셨고, 환경적인 거나 이런 것도 얘기해 주셨고요.
근데 딱 안마실에 국한돼 있는 거잖아요. 사실은 그러다 보니까 길을 걸어갈 때라든지, 아침이었을 때는 뭐 아침이라는 걸 좀 말해준다든지 그런 걸 해주시면, 뭔가 연극에서 표현하고 싶은 걸 우리도 혼자서라도 조금 파악해서 상상해 볼 수는 있겠죠.
검정 반소매 티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은 ‘정대리’ 역할의 배우가 한 손에 캐스터네츠를 들고 안마베드에 앉아 있다. 그 오른쪽으로 회색 티셔츠에 검정 재킷을 걸치고 흰색 바지를 입은 헬스키퍼 ‘안보아’ 역할의 배우가 한 손에 탬버린을 들고 서 있다. 두 사람 모두 분노한 표정이다.
정민
제가 눈 보일 때는 안 그랬는데 목소리만으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게 있어요. 사람 얼굴이 떠올라요. 그래서 내가 영화 볼 때도 그 배우 얼굴을 떠올리는데, 나문희를 안다고 그러면 나문희가 어떻게 하고 나오는지 대충 떠올리고, 그냥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대충 이미지가 좀 떠오르거든요. 그럼 제가 가끔 그 영화를 눈 보일 때 본 걸로 착각할 때가 있어요, 상상을 하니까. 연극 <국가공인안마사>도 목소리 들으면서 대충 이미지라든지 키라든지 목소리 톤이나 소리 나는 높이에 따라서 알 수가 있었어요.
가능하면 환경적인 부분을 이렇게, 이렇게 물건 놓여 있다고 하는 수준을 넘어서, 조금 더 책처럼 묘사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그림도 그냥 그림이 걸려 있다가 아니라 어떤 그림이 어떤 느낌으로 걸려 있는지요. 물론 주관적이기는 하겠지만 극하고 연결이 되게, 무대 소품 같은 것도 어떤 느낌으로 있는 건지, 어떤 표현을 하기 위해서 있는지를 조금 더 묘사를 해주시면 우리가 아무래도 듣는 데 밋밋하지 않고 조금 더 낫겠죠.
보이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조명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게 좋은 분들도 있어요. 그것도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설명했다 그래서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설명해주시는 것도 좋다는 거죠. 거슬리거나 한 건 전혀 아니었고, 다만 그 흐름 속에서 그게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요. 여러 사람 비추다 갑자기 그 사람만 딱 혼자 단독으로 비출 때라든가. 그런 거 설명해주시면 좋고, 그러니까 그 흐름 속에서 조명이 바뀌는 이유가 있을 때는 반드시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지수
좋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하늘

라이브 기타 연주와 효과 음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정민
그건 상당히 좋았던 것 같아요. 기타 연주하시면서 같이 하는 그런 것들이 주고받으면서 연습도 참 잘 되신 것 같고, 또 라이브이기 때문에 현장감도 있고요. 그냥 녹음된 효과로만 하시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것보다 더 재미가 있었고요. 그리고 전화하는 것도 잘 맞춰서 전화벨 소리 이런 것도 되게 생생했어요. 그런데 그 전화가 울릴 때는 어떻게 진행이 된 건지 모르겠어요. 그게 조금 궁금하긴 하더라고요. 불이 다 꺼진 상태에서 전화하는 소리만 들린 건지 아니면 배우가 전화기를 들고서 하는 건지 그 설명은 좀 빠졌었거든요. 그게 암전된 상태에서 소리만 갖고 전화 통화가 된 건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지수
비 오는 날 통화한 거는 앞에 암전이라는 말을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하늘
어두운 상태에서 스크린에 한글 자막이 있었어요. 그런데 문자통역용 자막만 있는 거여서 음성해설을 굳이 안 했던 것 같네요. 전화 통화하는 연극적 상황에 대해서는 그냥 감각적으로 느끼길 바랐던 거 같아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현장의 무대 안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놓친 부분이지 않을까요.
정민
연극에서는 크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꼭 알아야 하는 게, 해설이 너무 많아지면 또 몰입이 안 되기도 해요. 정신이 없기도 하니까 그랬을 수도 있고요(웃음).
지수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셨어요?

정민
선천맹 역할 하시는 분 얘기 들어보면, 전문 배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잘하시더라고요. 연습을 참 많이 하셨나 보다, 어떻게 다 외우나. 전 대사를 못 외워서 못 할 것 같아요.
하늘, 지수
연습이 있거든요. 연습.
정민
근데 다들 아마추어셔도 나름의 일정들이 다 있으시고 할 텐데. 또 1인 다역을 소화하시고. 무슨 역, 무슨 역, 무슨 역, 할 거라고 처음에 미리 말을 하시는데, 참 대단하시구나 다들.
하늘
선천맹 역할 하신 분 빼고는 다 출연의 경험이 있으시고요. 저시력 역할 하신 분하고 활동 지원사 역할 맡으신 분들은 다 배우예요.
정민
그러셨구나…!
지수

역할들의 이름은 어떠셨어요? 선천맹, 저시력, 안보아…

정민
책 같은 거 읽어봐도 그렇고 요즘은 드라마나 이런 것도 보면 그 사람의 역할이나 성격에 따라서 이름을 짓잖아요. 무슨 동네 이름으로 서초구 이런 식으로 서초희 강남구 이런 식으로도 지었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지으신 것 같긴 해요. 근데 차라리 처음에 소개할 때 ‘이름 저시력’ 이러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이름이라는 말을 안 한 것 같아요, 안 했으니까 제가 못 알아들었겠죠. 그래서 조금 포인트를 줘야 할 때는 ‘나이 39세’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요. 이건 그냥 39세만 하면 알아듣는데, ‘저시력’은 그게 이름인지 잘 모르겠고 저는 특징인 줄 알았죠. 그 사람의 장애 정도인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다음에 할 때는 조금 더 설명해주면 좋겠어요. 전제되어야 할 설명이 안 들어간 상태에서 보니까 흐름을 놓치게 된다든가 이런 부분이 좀 아쉽더라고요. 제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커튼콜 할 때는 “저시력 역할을 맡은 배우 이성수입니다” 그런 인사를 했는데.
‘선천맹’ 역할의 배우가 두 손을 높이 들고 열창하고 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으며, 오른손에 흰지팡이를 들고 있다. 뒤쪽 안마베드에 ‘활동지원사’ 역할의 배우가 먹먹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무대 뒷벽의 스크린에는 노래 가사가 띄워져 있다. “돈 돈 돈 벌러 가자 돈”.
지수
초반에도 역할 설명은 했죠. 저는 그 이름을 꼭 그렇게 지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거든요. 사람을 하나의 특성으로 명명하는 것에 대해서요. 물론 시각장애인분들의 이야기니까 좀 이해하기 쉽게 그렇게 지으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요. 좋았던 거는 어쨌든 시각장애인분들의 삶에 밀접한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처음 봤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되게 좋았고. 사실 뭐라 해야 될까, 힘든 부분에 대한 언급이 조금 많이 있었던 거죠.
정민
그리고 이름을 ‘선천맹, 저시력, 안보아’ 그렇게 지었을 때는 조금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거든요. 사실 선천맹이 안마시술소 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연세 많으신 분들, 오래 하신 분들이 안마시술소에 좀 더 익숙해져 계실 수도 있죠. 근데 헬스 키퍼도 많이 하시고 안마원에서도 일하실 수 있고 다양하듯, 그게 장애 정도랑은 크게 관계없고요. 오해하실 수도 있어서 굳이 그렇게 구분 짓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역할 이름으로 아예 해버리니까 딱 그 사람은 이런 걸 하는구나, 저시력들은 이런 걸 하는구나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는 다 알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서, 그냥 장애 정도가 그렇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이름은 다른 걸로 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재미를 위해서 더 그렇게 하셨을 수도 있고, 작가분의 의도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또 화장실의 위치가 상당히 중요한데, 처음에 매표소에서 안내하면서 얘기해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다른 공연에서 “좌측에 비상구가 있습니다” 하면서 박수를 아주 크게 착착 치더라고요. 이것처럼 화장실 앞에서 “화장실 여기 있습니다” 하면서 착착착 해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지수

다른 사람에게 이 작품을 추천해주시겠다고 사전에 말씀해주셨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정민
일단은 콘텐츠가 장애하고 관련이 있고, 시각장애인들의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고요. 또 우리의 얘기를 비장애인이 됐든 다른 장애인이 됐든 다 알릴 수 있고요. 그리고 시각장애인한테 사실 안마는 정말 뭐라고 해야 될까요? 생계이고. 마사지숍 이런 건 비장애인분들이 하잖아요.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데 3개월 만에 자격증을 따는 줄 몰랐거든요. 근데 우리는 2년을 공부하는데, 자격증 시험을 따로 안 보는 거 가지고 걸고넘어지고, 법정 다툼도 오래도록 계속하고요. 그게 헌법상 위헌이다 해서 우리 쪽 편을 들어주긴 했지만, 끊임없이 소송이나 이런 게 제기되거든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것도 알릴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막춤 추시고 이런 인간적인 것들도 나오고 하니까 재밌었어요. 좀 아쉬운 거는 그냥 막춤을 추고 있다, 이러면 어떤 막춤을 추고 있는지 잘 모르니까요. 그 설명이 주관적이고 어려울 것 같긴 한데, 그런 꿀 재미가 눈에 안 보이고 그런 게 좀 아쉬워요.
어쨌든 연극 <국가공인안마사>는 역할이 분명하고 앞에 무대 설명도 잘해주셨고 해서 이해하기가 편안하고 쉬웠어요. 외부에서 봤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안마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까요. 저는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괜찮은데.
지수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물론 아주 조금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긴 했지만 그래도 시각장애인의 삶을 조금 더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시력’ 역할의 배우가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떨어지는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 있다. 회색 티셔츠에 흰색 재킷과 바지를 입었다. 그 왼쪽으로 노래하는 그의 한쪽 팔을 붙잡고 밀어내려 애쓰는 마사지숍 원장 ‘마사지’ 역할의 배우가 있다. 무대 뒤편의 스크린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있다. [빠른 박자감의 기타 두드리는 소리] (시력) 직업선택의 자유?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그런 말조차도 사치라구요!
지수

어떤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으세요? 아니면 누구랑 같이 보고 싶으세요?

정민
누구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시각장애인이나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이 봐도 괜찮고, 비장애인분들이 봐도 좋고요. 장애 관련해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관련 일 안 하시는 분들이 봐도 좋고요. 음성해설을 개방형으로 할 때는 비장애인분들도 다 같이 보면서 장애 인식 개선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수
혹시 앞으로 또 연극을 보시게 된다면 어떤 작품을 보고 싶으세요?
정민
음악이 같이 있는 것도 좋고요. 뮤지컬은 아니지만 노래도 부르셨잖아요. 그런 것도 괜찮은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는 창작극도 괜찮고. 지금 또 다른 공연도 예매해 놨거든요. 갑자기 연극을 보고 싶은 저의 욕구에 불을 지피셔서. 한 번 불을 지피신 이후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계속 돼버렸네요.
지수
또 좋은 공연 있으면 얼른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음성해설이나 수어, 자막이 필요하신 분들이 선 예매를 하실 수 있게 하거든요.
정민
사전 예매를 한 달 전에 하더라고요. 우선순위로 해주시긴 하는데 그거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으니까… 정보가 없어요.
지수
저희도 공연하는 사람들로서 음성해설이나 이런 걸 준비할 때 도대체 어떻게 알려야 되는지가 고민이에요.
정민
시각장애인은 간단해요. ‘넓은마을’5). 이메일로 홍보를 보내주시면 담당자가 올려줘요. 검색창에 넓은마을 치면 나와요. 그 게시판에 전반적인 시각장애인 프로그램이 다 올라오거든요. 연극한다고 배리어프리로 음성해설도 같이한다고 올리면, 이동지원이라든지, 불편한 거 있는 분은 손들라고 한다든지, 화장실 안내라든지 이런 것만 조금 해주시면 홍보가 잘 될 것 같아요. 정보 접근이 잘 안 되기 때문에요. 이번에는 이렇게 알려주셔서 요즘 참 잘 돼 있구나, 하고 알았지 넓은마을에 안 올라오면 잘 몰라요. 전화로 문의했을 때 바로 예매가 되면 상당히 메리트가 있어요. 공연 선택의 폭이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수

그 외에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정민
극장에 점자로 된 공간 배치도가 있다거나 (이룸센터 로비에 있는 것처럼) 이어폰을 꽂아 들을 수 있는 안내 키오스크가 있어서, 공간 배치와 진행 중인 공연 소개도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시각장애인 기관에 의뢰하여 사전에 신청한 점자 팸플릿으로 작품의 개요, 줄거리나 등장인물 소개를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고요. 공연 시작 전 음성으로 듣고도 연결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그리고 장애인의 문화 접근과 이에 따른 것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장돼서, 오로지 공연 관계자들의 부담으로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늘
말씀해주신 이야기들을 듣고 앞으로 어떤 역할들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움과 숙제와 만남의 반가움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또 좋은 작품에 초대하거나 정보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마베드에 ‘할머니’ 역할의 배우가 옆으로 누워 있다. 그 뒤로 ‘저시력’ 역할의 배우가 한 손에 수건을 들고 서서 그를 내려다보며 이야기하는 중이다. 이들의 뒤쪽 좌우로 무대 바깥에서 대기하며 앉아 있는 ‘선천맹’ 역할과 ‘안보아’ 역할의 배우가 있다.

[사진 제공: 선장, 촬영: 정길우]

배리어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 일자 2023.5.18 ~ 5.21
  • 장소 천장산 우화극장
  • 연출 이성수 이성수, 허영균 출연 최경천, 이성수, 장근영, 이우람, 정혜민, 도현, 쓰다 조연출 정혜민 액팅코치 도현 기획·홍보 성다인 음악감독 쓰다 무대·조명디자인 김지우 문자통역 제작 이우람 포스터디자인 김승후 주최·주관 선장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협력 천장산우화극장, 협동조합고개엔마을, 성북문화재단, 성북구청
  • 관련정보 https://www.playticket.co.kr/nav/detail.html?idx=2314
  1. 올해 <배리어 컨셔스를 위한 조각들>이라는 연구 모임에서 <중증장애인 관람객의 만족도 조사 방법 연구 (가제)>를 김지수 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공연이나 전시 등을 함께 관람할 관객을 섭외하고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무대와 객석 사이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방법론을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2. 정부지원으로 요금감면을 받는 일반 콜택시
  3. 손가락 하나로 스마트폰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쓸면, 글자를 음성으로 읽는다.
  4. 공연 전 극장 공간과 무대 세트, 소품 등을 직접 만져보고 해설을 들으며 공연의 이해를 더하는 사전 프로그램.
  5. 한국 시각장애인 대표 웹사이트 web.kbuwel.or.kr / 관리자 이메일 kbucul@kbuwe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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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늘

박하늘
연극과 다원예술 분야에서 배우, 창작, 음성해설 등을 협업하고 있습니다.
@skypark_han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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