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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에도 민주화를

[고재열의 리플레이] ‘에잇, 시사질 못해먹겠다’

고재열_시사IN 정치팀장/블로그‘독설닷컴’운영

웹진 22호

2013.04.18

  • ‘조중동의 시대는 가고 콩국수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었다. ‘콩국수’는 SNS 상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설가 공지영씨, 서울대 조국 교수, 소설가 이외수씨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영광스럽게도 이 말을 필자가 만들었다). 언론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이들의 발언이 큰 주목을 받았다.

    ‘콩국수’가 언론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한데 특히 ‘아젠다 세팅’ 능력에서 탁월했다. 이전까지는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 1면, 아니면 KBS SBS MBC 등 지상파 방송 뉴스 헤드라인, 혹은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메인에 나와야 이슈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나오지 않아도 ‘콩국수’의 입을 통해 ‘이슈의 패자부활전’이 가능했다.

    교수는 연구나 하고 소설가는 소설이나 쓰라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시대에 대해서 발언하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라며 이슈의 현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외수 씨는 “소설가는 소설만 써야 한다는 분께 답해드립니다. 당신은 밥만 쳐드시고 똥은 안 싸십니까?”라고 쏘아붙이며 그런 논리로 재갈을 물리려는 움직임에 맞서기도 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여당 후보가 승리하자 콩국수 3인은 고초를 겪었다. SNS 상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인 윤정훈 목사는 선거가 끝난 뒤에 ‘이외수 퇴거 운동’을 벌였다. 강원도 화천군이 이외수 씨에게 주택과 문학관을 제공한 것에 시비를 건 것이다. 이를 비롯해 많은 보수 논객들이 ‘이외수 죽이기’에 동참했다.

    보수언론도 동참했다. 최근에는 이외수 씨의 ‘혼외 아들’ 문제를 걸고넘어지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유명인이다. '혼외 아들'은 유명인의 사생활로 대중의 관심 대상일 수 있다. 이를 취재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취재하면서 그의 아내나 아들, 심지어 며느리까지 괴롭히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그들은 취재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다. 그들은 이번 사태에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는 피해자다. 그런데 그들에게 입장을 묻는 것은, 심지어 밤중에 찾아와 창문을 두들기며 강요하는 것은 언론의 집단 괴롭힘이다.

    공지영과 조국은 대선에 불법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신상을 SNS에 공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고발당했다. 공지영 씨는 ‘나라사랑실천운동’이라는 보수단체가, 조국 교수는 ‘자유청년연합’과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가 고발했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는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보수 논객 변희재 씨는 ‘종북’이라는 올가미를 씌웠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북의 개념을 넓게 잡으면 공지영이나 박원순 같은 사람도 종북주의자에 포함될 수 있다”라며 공 작가를 비난했다. 변 씨는 지난해 공 작가에 대해 “화장 안 한 얼굴을 보고 토할 뻔 했다”라며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학자인 조국 교수에 대해서는 어설픈 표절 공격과 연구 성과에 대한 공격으로 괴롭혔다. 얼토당토않은 어이없는 공격은 곧 잦아들었지만 조 교수는 위축되었다. 한동안 SNS 등을 끊고 동안거冬安居 에 들어갔던 조 교수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지만 적극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콩국수가 이렇게 계속 공격을 받자 보다 못한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는 “내곡동, 민간인사찰, 최시중, 이상득 어느 비리를 대형언론이 밝혀냈던가요. MB정권의 비리 중에 그들이 특종한 것 하나도 없죠. 그러면서 ‘콩국수’(공지영,조국,이외수)에 대한 막말공격이나 일삼다니, 이들을 대통령급으로 아시나~”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비판하기도 했다.

    대선 이후 고초를 당한 사람은 ‘콩국수’뿐만이 아니다.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월급을 검찰에서 받아야 할 정도로 조사를 자주 받고 있다. 평소에서 워낙 고소고발을 많이 당해, 자신은 법조인(피고)이라고 할 정도로 자주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번 주에는 월/수/금 3일을 조사받는다고 한다. 영어학원 수업 스케줄이 아니라 검찰 조사 스케줄이다. 대선 전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동생인 박지만 씨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대선 때 목소리를 냈던 인물 중에서 대선 이후 고초를 당한 인물들은 이들 이외에도 부지기수로 많다. 선거 관련 판결 경험을 바탕으로 SNS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상담을 해주었던 이정렬 판사는 대선이 끝나자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에잇, 시사질 못해먹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올만하다. 이런 식으로 뒷감당을 해야 한다면 누가 시사에 대해 발언할 수 있겠나.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공격했던 인물들은 지금 TV 진행자가 되거나 정권에 스카우트되어 고위직을 차지했다. 불공정하다. 경제민주화만 아니라 논쟁민주화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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