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서 현실의 자아로 돌아오는 시간
[큐투큐] ㅋㅌㅋ
이동길
제215호
2022.03.24
커튼콜의 뜻을 찾아보니 ‘연극이나 음악회 따위의 공연에서, 관객들이 찬사의 표시로 환성과 박수를 보내어 공연이 끝나 무대에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의 막 앞으로 다시 나오게 하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
연극 같은 공연예술은 연기자들이 직접 ‘무대’라는 공간에서 행위를 펼쳐 보인다. 커튼콜의 시간은 관객으로서는 수고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순간이지만 배우의 입장에서는 공연 속의 인물에서 벗어나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그리고 공연의 캐릭터가 아닌 모습으로 처음 관객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해 예전부터 공연되었던 발레나 클래식에서는 커튼콜의 횟수로 공연자의 인기를 가늠하기도 한다.
지금은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는 시대이니, 커튼콜 때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공연은 기록물이 없으면 각자의 기억 속에만 남는 특성으로 인하여 수집광에게는 티켓과 프로그램북처럼 커튼콜 촬영도 소중한 추억의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뮤지컬의 경우 저작권을 이유로(사실은 몰래 비밀 촬영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촬영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기억나는 커튼콜
첫 번째로 극공작소 마방진의 커튼콜이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인사를 하나 마지막에는 배우들이 함께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마방진이 제작한 작품은 아니지만 <푸르른 날에> 공연 때는 배우 손에 이끌려 같이 무대에서 인사한 특별한 경험이 있다. 배우가 아니면 서 볼 수 없는 공간에서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치 내가 그 공연에서 연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로 극단 그린피그이다. 이걸 커튼콜이라고 해야 하나?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등장할 것을 기대했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관객들은 뭔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으로 극장 문을 나선다.
세 번째로 뮤지컬 <빨래> 공연이다. 지금은 극장이 바뀌어서 여전히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장을 나온 후 내려가는 계단에서 배우들이 직접 관객과 인사하는 것이 기억이 난다.
<서글퍼도 커튼콜>
그동안 관람했던 공연을 검색해보니 제목에 커튼콜이 들어가는 작품이 있었다. 2012년 4월에 보았던 <서글퍼도 커튼콜>(봄 작가, 겨울 무대 2011년도 최우수 선정작/ 출연: 송인성, 이혜진, 안중권, 김현진/ 작: 김슬기/ 연출: 오유경)이다. 카페 커튼콜을 배경으로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무리하며
공연의 마지막 절차인 커튼콜! 배우들은 공연을 무사히 마쳤음에 안도하고, 관객들은 무대에서 모든 열정을 펼친 배우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이다. 다만 코로나 시국이라 커튼콜 때 마음껏 함성을 지르지 못하는 게 아쉽다.
[사진: 필자 제공]
- 이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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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 극단에서 처음 연극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관극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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