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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 10분 전입니다

[큐투큐] ㅌㅋㅌ

김은정

제225호

2022.11.10

큐투큐(Cue-to-cue)는 극장에서 이뤄지는 리허설의 일종으로, 큐와 큐를 중심으로 연극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맞춰보는 작업입니다. 객석 오픈 시점, 조명 변화, 음향 타이밍, 무대 전환 포인트 등 모든 지점들이 하나의 독립적인 큐로 존재하며, 공연 한 편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큐로 구성됩니다. 큐투큐는 연극 제작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하는 작업으로, 여기에는 프로덕션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합니다. 누군가는 큐를 지시하고, 누군가는 고 버튼을 누르며, 누군가는 타이밍에 맞춰 등장하고 흩어집니다. 웹진 연극in에서는 극장 리허설을 넘어, 연극 작업 전 과정에 존재하는 수많은 큐와 큐 속에 흐르는 각자의 관점과 생각을 들어보려 합니다. 하나의 큐가 주제로 던져지고,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필자들이 그 큐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예정입니다.

“어떤 기획이 필요하세요?”

프리랜서로 기획 혹은 피디라는 일을 하고 있지만 매번 공연의 형태마다 수행해야 하는 일이 다르다. 간혹 기획 일을 요청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꼭 어떤 기획을 원하는지 질문을 하는 편이다. 피디의 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공연의 가장 처음인 판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여 홍보, 티케팅, 지원서 정산, 출연진 및 제작진 섭외, 계약, 공연 준비에 필요한 물품 챙기기 등 너무나 다양하고 많다. 질문하면 상대로부터 어떤 기획이 필요하다고 대답을 얻기는 한다. 그것은 매번 다른 것들이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어떤 피디냐고 물어보게 되면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판을 구성하는 피디일까? 홍보 마케팅을 하는 피디일까? 정산에 특화된 피디일까? 그것은 내가 잘하는 일인 걸까? 이런저런 나를 규정하려는 말들을 찾아보지만 나를 정의할 말을 찾지 못했다.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고민이 많으시죠.”

공연을 준비하면서 공연과 거리감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피디로서는 공연 내용과 무관한 일을 준비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 때문에 연습이 진행되는 시간에 다른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그 사이에 거리감이 있다. 연습을 보다가도 ‘배우들과 계약을 언제 진행하지?’, ‘교부신청은 이번 주에 해야 다음 주에 페이 지급을 할 텐데…’, ’언제 티켓 오픈을 하지? 시간이 없네…’ 등의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좀처럼 연습에 집중하기 어렵다. 연습이 끝날 무렵 연출이 오늘 연습이 어땠는지 물어봐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대답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무슨 말을 전해야 할지 당황하기도 한다. “잘 봤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말들은 너무 고민 없이 말하는 것처럼 보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연습 중에 했던 진짜 생각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말들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피드백을 위해서 곁눈질로라도 연습을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연출님 결정은 되셨을까요?”

나의 업무가 나의 성격과 맞지 않음을 느낄 때가 있다. 티케팅까지 가는 과정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극장 선택부터 공연 기간, 회차, 티켓 금액, 좌석 수를 정할 때는 공연 내용과 함께 가야만 한다. 이런 것들을 결정할 때는 주로 연출에게 어떤 요구를 하게 된다. 연출은 이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쉽고 빠르게 되면 좋으련만. 기한을 정하고 요구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힘들어하는 연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MBTI를 온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기획 역할을 할 때는 항상 ‘엄격한 관리자’인 ESTJ가 되어야만 할 것 같다. (나는 이 MBTI의 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공연 보러 오셨나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공연장에 들어오면 나는 대부분 ‘티켓이 있는 공간’에 있다. ‘티켓이 있는 공간’이라고 한 것은 극장마다 ‘티켓이 있는 공간’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극장의 로비, 극장 건물과 극장을 연결하는 계단, 티켓 부스 혹은 어떠한 공간도 아닌 곳에 테이블을 두어 공간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곳에서 나는 1인 예술가처럼 공간을 연출을 하기도 하고 티켓 부스를 꾸미는 디자이너가 되기도 한다. 관객의 동선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지, 잘 보이는 곳인지, 조명은 적절한지,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지 체크한다. 공연 시작 전엔 누구나 떨림이 있겠지만 나는 극장 밖에서 티케팅을 준비하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극도로 긴장한다. 관객과의 첫 대면이기도 하고 다양한 업무를 속전속결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공연장 로비. 널찍한 책상의 앞면에 <여기, 한때, 가가>의 공연 포스터가 연달아 여섯 장 붙어있다. 책상 위에는 스탠드와 노트북, 티켓 뭉치, 손소독제가 놓여 있다. 책상 뒤쪽으로 커튼이 반쯤 걷힌 창문이 보이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2022 <여기, 한때, 가가> 공연의 티켓 부스를 준비 중이다.

- 공연 시간 1시간 전

대부분의 공연은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에 티켓 오픈을 준비한다. 당일 오는 관객의 수는 몇 명이나 되는지 티켓 수량도 확인하고, 예약자 확인과 할인 및 초대 확인 등 여러 가지 확인을 진행한다. 어떤 공연에서는 공연에 관련된 자료를 건네기도 한다.
근 몇 년간 다양한 관객층(어린이, 장애인, 노인)이 생기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더 늘었다. 자막 우선제공석을 안내하거나 이동지원 연락을 하는 등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생겼다.

- 공연 시간 10분 전

초월적인 에너지를 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관객이 우수수 모여들었고, 분주해진다. 러닝타임, 지연 입장 여부, 커튼콜 사진 촬영 가능 여부, 화장실 위치, 좌석 위치 등 미리 숙지해놓은 안내 사항을 이해하기 편하게 잘 전달한다. 이 모든 걸 10분 안에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개별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전달한다. 하지만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아도 전달해야 할 정보 중 몇몇은 놓치기 일쑤다.

- 공연 시간 2분 전

“관객 몇 분 정도 안 오셨나요?”
객석 진행 스태프가 확인을 하러 티켓 부스 쪽으로 온다.
“아, 잠시만요. 전화를 돌려 볼게요.”
전화를 걸게 되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이 나오는데, 하나는 전화연결이 안 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경우이다. 거친 숨소리를 듣게 되면 마음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공연을 보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나에게는 큰 동력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 내가 마법사라면 마법을 써서 시간을 멈춰주고 싶은 마음이다.

- 공연 시작 이후

집중된 시간에서 나오게 되면서 기력이 훅 빠진다. 작게 들리는 배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연 관객이 오면 티케팅을 마저 진행하고, 함께 입장 시간을 기다린다. 지연 입장의 순간은 마치 배우가 자신의 차례에 나가기 전 대기하는 것과 같다. 숨죽여 기다렸다가 타이밍에 맞춰 관객들을 들여보내면 그날의 티케팅 완료다.

여기 안전한 공간이에요?1)

티케팅은 어떤 세계를 들어가는 문 앞에서 그 세계에 잘 들어가기 위한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스템 속에서 체계적으로 모든 일을 잘 수행해내기는 참 힘들다. 티켓을 제공하는 나도 마음이 바쁘고 입장하는 관객도 마음이 바쁘다. 그런 상황이 달라질 수는 없을까. 그 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안전한 방식으로, 평온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극장을 여유롭게 오는 게 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바쁜 시대에 봐야 할 것들,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 걸까? (나 또한 관객일 때는 공연 시작 시간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할 때가 많다.)
종종 영화관을 가게 되면 공연장을 갈 때보다 조금 더 평온한 상태가 된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자유로운 입장과 퇴장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 시작 전에 10분간 광고타임이 있기 때문이 큰 것 같다. 이와 같은 시간은 어떤 세계에 들어갈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공연 또한 전후에 이와 같은 시간을 만들 수 없을까? 티케팅의 과정 안에서 이와 같은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사진: 필자 제공]

  1. 연극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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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김은정
공연 주변을 맴도는 관계자(공연 기획자, 공연 홍보물 제작자, 접근성 매니저)
<저 너머로의 발걸음>, <여기, 한때, 가가>, <풍편에 넌즞 들은 아가멤논>,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에 참여했다.
인스타그램 @_viviana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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