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바로가기

인간의 존엄에 대한 폭력적 위협을 멈춰라!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명백한 검열의 현장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 전시 중단 사태에 부쳐

임인자_독립기획자

제169호

2019.10.10

지난 8월 1일 일본 아이치현이 주최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미술 행사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가 개막했다. 아이치현은 일본 혼슈 중부 지방에 있는 현으로 토요타 시를 포함 자동차 산업이 크게 번성한 공업 지역으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2010년 시작하여 2019년 4번째 행사를 맞이했다. 올해는 저널리스트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Tsuda Daisuke)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여, 우리 삶에서 안전이 위협받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을 역설적으로 지적하는 ‘정(情)의 시대’1)를 주제 삼았다. 한국에서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의 최대 미술 축제에 초청되어 전시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아시아의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리서치하던 나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보기 위해 개막일에 맞춰 일본을 방문했다.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表現の不自由展·その後)’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기획 전시로 진행되었다. 통상 개인 혹은 그룹 예술가를 단독으로 소개하는 방식과 달리 이전 ‘표현의 부자유’ 전시를 그대로 다시 전시하면서,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살피고자 했다. ‘표현의 부자유전’ 2015년 1월 18일부터 2주일간 일본 도쿄의 후루토(古藤)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과거 ‘천황(일왕)’과 전쟁(가해 책임), 식민지 지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 헌법 9조, 원전 등을 다뤘다는 이유로 검열·수정·작품 철거·게재 거부·상영 금지 등을 당하며 표현의 기회를 빼앗긴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였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일본 카메라 회사 니콘이 주최한 사진전에 안세홍 작가가 2001년 이후 5년간,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12명의 사진(작품명 <겹겹>)을 출품하였고, 전시 개최 결정이 난 이후, 니콘이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한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니콘은 일본 우익의 항의가 일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일방적으로 사진전을 취소했다.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 일부 게시판에는 ‘위안부’ 사진전 개최를 반대하는 악플이 달렸고, 니콘 불매운동이 일어났으며 안세홍 작가에게 협박 팩스와 전화가 빗발쳤다. 또한 “안세홍”을 외치며 전시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도 있었다. 이번 2019년에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는 이 때, 함께 작품을 지키고, 가처분 재판 진행에 참여했던 이들이 주축이 되었다.
오우라 노부유키, 『원근을 감싸 안고(遠近を抱えて) 시리즈 中』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임인자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 에서는 천황 히로히토의 사진을 콜라주한 오우라 노부유키(大浦信行)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이는 일본 시민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오우라 노부유키의 작품은 1986년 도야마 현립 근대 미술관에서 있었던 전시에서 검열을 경험했다. 오우라 노부유키의 ‘원근을 감싸 안고(遠近を抱えて)’ 14점 중 10점을 전시했던 도야마 현립 근대 미술관이 전시회 이후, 여야 의원들로부터 ‘불쾌하고,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이 지방신문에 보도되었고, 이후 미술관은 야스쿠니 신사 관련 기관과 우익 단체에서 항의를 받았다. 결국 오우라 노부유키의 작품과 도록은 비공개로 처분되었다. 이번 아이치 트리엔날레에는 ‘원근을 감싸 안고’ 콜라주 작업 4점과 함께 전시회를 계기로 제작된 ‘원근을 감싸안고 파트 2(遠近を抱えて PartII)2) ‘영상’이 출품되었다. 영상에는 불에 타는 천황의 얼굴과 야쿠자의 문신과 뒤섞인 천황의 이미지, 야스쿠니 신사에서 신음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전시장 입구에 부착된 사진 촬영 SNS 배포금지 안내판 ⓒ임인자
결국 전시는 개막 3일 만에 폐쇄되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개막 이후, 이 전시의 내용이 공개 되면서, 바로 다음날 ‘나고야 시장’이 전시장에 방문했고,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전시장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전시의 내용을 배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즉각 설치되었다. 일본 관방장관은 “국가의 세금”으로 이러한 전시를 해도 되는지 살펴보겠다고 발표했다. 중단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전시장은 발 디딜틈 없이 많은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바로 그 날, 이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 전시는 전면 중단되었다. 중단의 이유로 내세워진 것은 바로 “안전”이었다.
전시 개막 이후, 충격적으로 전시를 바라보던 이들은 SNS를 통해, 전화와 팩스를 통해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항의했고, 결국 실행위원장인 일본 아이치현 오무라 히데야키 지사가 이 기획전에 반대하는 세력으로부터 “테러 예고와 협박 전화”를 받았고, 전시 작품을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통을 들고 찾아가겠다”는 팩스도 받았다며,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항의를 받는 직원들과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전시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것이다.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의 중단과 함께 예술가들을 항의를 표하기 시작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참가한 한국 작가인 임민욱, 박찬욱은 검열에 항의하기 위해 즉각 자신들의 작품 전시 중단을 요청했다. 함께 참여했던 작가들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시민사회 단체들은 1인 시위를 지속했고,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 실행위원회와 작가들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까지, Tania Bruguera, Pia Camil, Regina Jose Galindo, Dora Garcia, Claudia Martinez Garay 등 13명의 작가들이 작품 중단을 요청하고, 작품의 자리에 예술가의 성명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항의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미술평론가협회, 펜협회 등이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일본의 공연예술인들은 긴급 포럼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검열에 항의하고, 다시 전시 개최를 희망하는 활동이 전개되었다. 시민들도 전시장 가벽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개월에 걸쳐 계속된 활동의 결과 때문인지, 가처분 신청 재판 바로 하루 전일, 트리엔날레 사무국 측에서 전시 재개를 요구해왔다. 10월 6일에 개시하여, 10월 14일 아이치 트리엔날레 종료 시까지 전시를 재개하자는 것이었다. 전시를 재개하는 것은 기쁜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은 검열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시 중단으로 닫혀진 문에 관람객들의 생각과 주장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 : 페이스북 ReFreedom_Aichi)
그러나 이러한 재개 소식에도 불구하고, 결국 일본 문화청은 7,800만엔(한화 8억 4천여만원)의 보조금을 모두 철회하겠다고 발표3)했다. 첫 번째로는 심사 단계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없던 것, 두 번째로는 위협과 협박이 계속된 시점에서 보고가 없었던 것, 세 번째로는 전시회 중단에 따른 사업 지속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일본 문화청은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즉 검열 논란을 비켜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채택된 보조금을 위법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가 취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의 문화예술계와 국민들은 이를 국가에 의한 검열이라 지적한다. 일본 예술가들은 문화는 테러나 협박과는 반대의 입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존재나 의견을 어필하는 것이며, 그러한 문화의 원리 원칙 자체와 맞지 않는, 문화청에 의한 이번 폭력적인 결정은, 최저한도의 문화생활을 국민에게 보장하는,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4)고 지적한다. 또한 이러한 결정은 문화청의 심의위원들과도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민간 심의위원들이 사퇴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을 통해 현재 일본공연예술계는 비판 성명을 작성5)하고 있으며, 일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10월 4일 오후 3시 00분 기준, 보조금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에 찬성한 이들이 9만8700여명을 기록6)하고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 재개에 앞장선 오카모토 유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시 내용 문제가 없다고 당당하게 재개돼야 작품 내용에 개입하는 문화청 검열에 싸울 수 있다"고 전하며,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의 온전한 전시 재개 요구와 일본 문화청 검열에 항의하고 있다. 또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참여한 87명의 예술가들은 공동 성명서에서 “우리들이 요구하는 것은 폭력적인 개입과는 정반대의, 시간을 들인 독해와 충실한 이해에 이르는 길입니다. 개개인의 의견이나 입장의 차이를 존중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논의와 그 실현을 위한 예술제입니다. 우리들은 여기에 정치적 압력이나 협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제의 회복과 계속, 안전이 담보된 자유롭고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를 요구합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우익들은 8월 15일까지 전화와 팩스 그리고 전자우편을 통해 약 5,700여건의 항의 행위를 전개했다. 전시의 중단은 결국 이러한 협박을 스스로 용인한 셈이다.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제국주의와 폭력의 기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막고 ‘검열’을 행하는 일본 정부와 전쟁 옹호자들에게 과연 이 ‘정(情)의 시대’는 무엇을 감각토록 하는가. 또한 자세한 내용이 지원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의 문화청의 지원금 철회 결정은 2014년 서울연극제 대관탈락사태 당시 예술가들의 항의에 따른 예술위원회의 입장문을 연상시킨다.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서류 부실’과 ‘약속 불이행’ 등을 명분으로 삼아 서울연극제 대관을 탈락시켰다. 예술의 입을 막고, 자신의 관점을 폭력적으로 강요하며, 특히 전쟁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와 자성과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빼앗는 ‘협박’에의 동조와 ‘보조금’의 철회는 명백한 ‘검열’ 행위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 14일 폐막하는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10월 9일부터 약 6일간 다시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그것의 형태는 온전해야 할 것이지만, 여전히 SNS로의 유포 금지, 사전 예약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하니, 도대체 일본 사회가 사람들의 눈을 막고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제국의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 단 한걸음 나아가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나고야 시장이 말하는 "국민"은 전쟁을 일으키고 가해 행위를 잊어버린 국민인가?
  1. “현재, 세계는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테러의 빈발, 국내 노동자의 고용 삭감, 치안이나 생활고에 대한 불안.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난민이나 이민을 기피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영국이 EU로부터 이탈을 결정. 미국에서는 자국 제1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되고, 여기 일본에서도 근래 배외주의(排外主義)를 숨기지 않는 담론의 기세가 점점 드세어지고 있다. 원천에 있는 것은 불안이다. 장래를 알 수 없다는 불안. 안전이 위협받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 (쓰다 다이스케 <정(情)의 시대> 컨셉)
  2.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 전시 홈페이지 https://censorship.social/artists/oura-nobuyuki/
  3. 일본 문화청 아이치 트리엔날레 보조금 철회에 대한 내용 http://www.bunka.go.jp/koho_hodo_oshirase/hodohappyo/1421672.html
  4. 일본 문화청 보조금 철회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는 예술인들의 입장문 (아래 링크 참조)
  5. 일본공연예술제작자 오픈 네트워크 온팜(On-PAM)에서는 함께 서명에 동참할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참여 링크 https://bit.ly/2nbJSR9
  6. 일본 문화청 보조금 철회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 참여 링크 https://www.change.org/p/no-to-censorship-reinstate-funding-for-aichi-triennale-2019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좋아요 선택 버튼

임인자

임인자 독립기획자

독립기획자. 한 사회에서 '변방'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역사적, 사회적 맥락들을 무대로 반영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2014년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총무, 2016-2017 광장극장 블랙텐트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서울연극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동네책방 운영중이다. daeinza@hanmail.ne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