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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권리를 위하여

무대 공연미술분야 연극인 대상-찾아가는 권익보호 특강

김연재

제176호

2020.02.20

무대 공연미술의 각 분야와 관련된 저작권 및 계약실무 교육을 진행하여 예술인의 권익 증진을 제고하기 위한 ‘무대 공연미술분야 연극인 대상-찾아가는 권익보호 특강’이 2월 14일 금요일 서울여자대학교 대학로캠퍼스 아름관 501호에서 열렸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주관한 행사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대미술가들이 주도하여 모임을 이끌었다. 법무법인 동안 이정렬 변호사가 90분간 강의를 한 뒤 70분간 상호토론을 하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공연디자인과 관련된 저작권의 기본 개념과 저작권 침해 행위, 저작권을 침해당했을 때 대응방법 등에 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작권이란 저작자의 권리이며,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저작물에 아이디어는 포함하지 않는다. 반드시 형태를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스케치라는 물질로 있거나, 조명디자인의 경우, 큐시트와 도면, 프로그램 파일 등으로 형태를 갖춰야 한다.
저작권은 별도의 절차 없이 창작과 동시에 성립된다. 스케치를 하는 순간, 사진을 찍는 순간 저작권이 발생한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분하는데, 저작재산권은 돈과 관련 있는 물권, 채권 같은 것이고, 저작인격권은 돈과 관련 없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 유지권이다. 그러므로 저작재산권은 양도가 가능하지만, 저작인격권은 개인적인 것이기에 양도가 불가능하다. 저작재산권 중에는 복제권, 공연권 등이 있고, 빈번하게 문제가 발생되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있다. 2차적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제5조 제1항)이다. 작업을 하며 쉽게 2차적저작물을 만드는 행위를 할 수 있지만, 2차적저작물은 저작권법상 원저작자만 만들 수 있다. 비슷하지만,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로는 <설국열차>가 있다. 영화 <설국열차>는 그래픽노블 「설국열차」의 한 장면을 보고 떠올렸지만 ‘사상이나 생각’이 전혀 다른 작품이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비슷하다고 해서 2차적저작물이 아니다.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보호되며, 기존 저작물을 이용할 때에는 저작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고 출처를 표시하는 게 원칙이다. 공익성이나 비영리성을 띠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기도 한다. 저작권을 침해 당한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민사소송과 수사기관에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를 개시해줄 것을 청구하는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 이정렬 변호사는 법적 절차와 방법을 설명하면서 작업 중 ‘기록’과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 침해 사건이 생긴 이후에 만든 증거는 효력이 미미하고, 확보도 어렵다. 그러므로 일을 진행하면서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대화하며, 녹취를 하거나 대면 결과를 정리해서 이메일로 송부하는 방법 등으로 증거를 마련해야 한다. 작업 과정중의 기록은 차후에 저작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계약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복잡하게 써야 좋다. 계약 당사자들의 사정에 맞게 필요한 맥락이 드러나도록 계약서를 꼼꼼히 써야 한다. 정확한 액수와 기간, 2차저작료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양도인지, 대여인지를 명시해야 한다. 갱신은 자동인지 별도 행위가 필요한지, 위약금이나 해제 또는 해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작성할 것을 반복하여 말했다. 덧붙여 ‘계약’과 ‘법’의 차이를 설명했다. 계약은 거래 당사자 간의 협의 사안이기에 특수한 영역이다. 법은 일반화하는 것이다.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사례가 많아야 한다. 그러므로 다른 디자이너와 많이 협의하여 사례를 모으길 바란다며 연대를 제안했다.
하나의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공연디자이너 협회를 만들어 저작권 침해 사례를 취합하여 핸드북을 만들고,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동 비용(부조, 상조)을 마련하여 단결하는 것이다. 또한 민사소송 시에 변호인 비용과 감정 비용이 큰 금액을 차지한다. 변호인 비용은 ‘소송구조’제도와 ‘법률구조공단’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저작물에 대한 감정비용은 크게 부담이 되며 적합한 감정사를 만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감정을 해줄 수 있는 유대관계를 확보하며, 감정사를 양성할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법이 세상을 바꾸진 않는다. 사례를 모으고 규칙을 만들어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예술인들이 연대하여 작업환경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후 질의응답과 토론은 ‘공연 사진에 대한 사진작가들의 저작권 주장은 타당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사진 자체는 사진작가의 저작물이기 때문에 타당하며, 무대/조명/소품/의상 디자이너의 허락을 받고 공연을 찍어야 한다고 답했다. 다음 질문인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로 저작물이 만들어졌을 경우,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이 사례에서 저작물이 제작되는 데 필요한 비용을 A가 지불했고, 의뢰를 했으므로 저작권법 상에 나와있는 ‘직무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삼성 천지인 키보드 사례를 예로 들며, 삼성이라는 제작자의 의뢰를 받아서 직무상 한 직원이 만든 것이며, 의뢰가 없었으면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에 제작자에게 저작권이 있다.
끝으로 어경준 기술감독은 기술스태프 분야 표준계약서 개발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경험에 비추어 “예술가들이 스스로 자기권리를 알고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자에게 맞는 표준 계약서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므로 예술인복지재단에 게시되어 있는 표준계약서를 직접 수정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했다. “디자인 저작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고, 이성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고 말하며 자기권리를 조금씩 지키기 위한 협상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모임을 마무리하며, 무대미술가들이 연속적으로 모이기 어려운 현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권리 보호를 위한 협회가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세미나를 마련할 예정이며, 협회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어떻게 무대미술가들을 모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함께 나누며 다음을 약속했다.
[사진촬영 : 김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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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김연재
연극과 전시를 하며 작가, 연출가, 드라마터그, 월간 <한국연극>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한다.
candylo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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