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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잘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특집이슈] 코로나 시대 연극인의 일상 에세이

남경식_무대미술 디자이너

제177호

2020.03.26

안녕하세요, 프리랜서로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남경식입니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잠정 연기되며, 다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지금까지 고민하며, 연습하며, 만들었던 공연을 관객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죠. 일단 저부터도 상반기 예정된 몇몇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함께 작업하는 팀들과 향후 일정에 관한 긴급 회의를 많이 한 것 같아요. 막상 만나려니 그게 부담되어서 전화나 화상 통화를 많이 이용하기도 했고요. 음,,. 초반에는 정말 외부출입을 많이 자제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아이들(9살 딸, 6살 아들)과 같이 살고 있다 보니 더 신경을 쓰게 됐던 것 같아요,
개인 작업실 ⓒ남경식
저는 작업할 때 주로 집 작업실이나 파주 공방에서 하는데, 요즘은 계속 쭉 집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들과 한적한 뒷산에 산책을 하러 간다거나, 혼자 작업에 관한 자료들을 정리한다든지... 그런데 점점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게 되면서 ‘이렇게 피하고만 살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한 범주 안에서 일상생활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죠. 만나니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더 깊게 나누게 되고, 사실상 요즘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정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고, 만나는 분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지만요.

일하러 나가면 분위기도 침체되어 있고, 지인을 만나서 안부를 주고받을 땐 ‘화이팅’을 끝인사로 마무리하지만, 다들 오늘 이후를 준비하며 지금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정말 큰일이다, 위기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보는 관점이나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체적으로 보기엔 악재가 맞지만,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크게 마음 쓰거나 동요하지 않으려고 더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꼭 이번 일뿐만 아니더라도 작업을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공연이 취소되기도 하고, 다른 여러 가지 이슈가 생기도 하니까요.
이번 일로 인해 새로운 소통 방식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무(無)관객으로 공연하고 방송으로 생중계만 했던 적도 있었는데, 물론 작업에 참여한 창작진과 배우들은 많이 아쉬워했지만, ‘관객 300명이 볼 수 있는 공연을, 영상이지만 10,000명이 넘게 봤으니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하자’는 우스갯소리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공연의 영상 생중계 작업이 또 다른 장점을 가진 소통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네이버에서 생중계 된 창작산실 무용 공연 (캡처_tv.naver.com)
우리 너무 위기라는 의식을 가지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조심하며, 안전하게, 각자의 역할과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도록 작업하며, 일상을 잘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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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식

남경식 무대미술 디자이너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 <나는 광주에 없었다>, <레드 올랜더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금란방>, 무용 <구조의 구조>, , 전통 <오셀로와 이아고>, <삼대의 판> 등 여러 장르의 공연에 참여해왔다. asdfqw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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