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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그 감동의 기억을 넘어서

제2회 공연사진전 ‘극적인 상황, 순간의 기록’

임현진_독립프로듀서

제177호

2020.03.26

대학로의 한 전시장에서 지난 2월부터 공연사진전이 개최되고 있다. 제2회 공연사진전 ‘극적인 상황, 순간의 기록’이다. 디자인스튜디오 ‘보통현상’의 김솔 대표를 중심으로 13명의 공연사진작가가 모여 그들이 기록한 무대의 안과 밖을 사진으로 소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무대 위에서 직접 관객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진 이 시기에 공연사진들을 덤덤히 선보이고 있는 이 자리가 내심 반갑고 고마웠다.
제2회 공연사진전 포스터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던 지난 3월 21일, 전시장에서는 사진기 뒤에 있던 작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모두 공연의 크레딧에서 자주 마주쳤던 이름들이었다. 이들은 연극, 무용, 음악, 거리극 등 각자가 집중하고 있는 장르를 소개하며, 자신이 어떻게 작품에 접근하는지, 촬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저마다의 노하우를 기꺼이 공유했다. 작품의 시놉시스와 대본 읽기부터, 촬영하게 되는 무대 공간에 대한 이해, 연출가 및 무대의 스텝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소통의 매체로서의 사진이 어떤 소통의 과정을 거쳐서 완성을 추구하는지 바라볼 수 있었다. 공연을 바라보는 사진작가들의 관점과 저마다의 전략이 기획자인 나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이곳에 모인 작가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공연사진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무대의 배우 중 하나가 된 것처럼 공연의 흐름을 읽고 공연의 에너지에 반응하며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좋다는 어떤 작가의 말이 여럿의 호응을 얻었다. 한 작가는 촬영 전에 배우들과 같이 몸을 푸는 것을 자신만의 노하우로 공유하기도 했다. 이렇듯 한 장의 사진 뒤에 수많은 노동과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공연이 좋아서 찍다 보니 공연사진 전문가가 된 작가도 있었고, 연극의 무대를 직접 만드는 스태프 일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는 작가도 있었다. 대부분의 작가가 공연사진 이외에도 다른 사진 촬영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공연사진 촬영만으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가와의 대화 ⓒ최근우
공연예술의 생태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 이들은 한발 앞서 나가며 공연사진도 또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 토론을 이어갔다. 예술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공연사진은 그들에게 하나의 창작 작업이었다. 때로는 무대의 연출가처럼 배우와 공간의 구현과 설치를 통해 사진 한 장으로 공연을 요약했고, 때로는 시간과 장소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무대의 현장감을 전달했다. 무대와 함께 호흡하고, 배우의 움직임 하나에 함께 숨을 멈추는 이들의 작업은 이미 예술 이상의 것이 아니었을까. 특히 공연의 장면들과 그 공연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내는 찰나를 담아내는 것은 사진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여전히 사진작가로서의 이름을 내걸며 사진이라는 결과물에 앞서고 싶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공연 이야기를 하며 이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역할이 공연예술계에서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했다.

블랙박스나 프로시니엄 형태의 무대뿐만 아니라 거리극과 다양한 장소에서의 예술작업을 담아낸 사진들도 이 전시에 참여한 것이 고무적이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시장의 한 귀퉁이 사진 앞에 잠시 머무르는데, 순간 무대의 공간이 눈앞에 현실처럼 펼쳐진다. 사진을 통해 바라본 공연들이 다시 무대 위를 활개 치며 관객들을 울고 웃게 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들이 바라는 것처럼 공연사진이 예술의 한 식구가 되어 고유성과 전문성을 더욱 인정받게 되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하는 이 일들이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남기를 바라는 것처럼.
전시장 전경 ⓒ최근우
※현재 공연사진전은 연장 전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사항은 공연사진전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www.instagram.com/performance_foto)
[사진 제공: 제2회 공연사진전]
제2회 공연사진전 ‘극적인 상황, 순간의 기록’
일시
2020.02.24(월) ~ 03.24(화)
장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KNOU 캠퍼스타운 열린관 2층 동숭갤러리
참여작가
권애진, 김솔, 김용주, 박태양, 서정준, 신귀만, 신재환, 이동훈, 이지수, 임다윤, 전민규, 전진아, 최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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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진

임현진 독립프로듀서

독립프로듀서도시·공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여러 거리예술 축제창작단체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myunz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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