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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작은 만남을 위하여

“대학로를 벗어난 50개의 극장 아카이빙” 사업 집담회

정리_강보름

195호

2021.02.18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에서는 “대학로를 벗어난 50개의 극장 아카이빙”이라는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연극in에서는 여러 극장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세 명의 담당자를 만나, 사업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지면에 담았습니다. - 연극in 편집부
일시_ 2021. 2. 5.(금) 오후 4시
장소_ 서울연극센터 세미나룸
참석_ 강보름, 김기일, 오승하
※본 집담회는 방역수칙 준수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지역극장이란_무엇인가 #지역극장에서_‘지역’_떼기
보름
저는 연극 연출하는 강보름입니다. 여러 기회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공연예술 창작 자들과 공연이 아닌 방식으로 만나는 것에 재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기일
저는 엘리펀트룸이라는 팀에서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혜화동1번지 7기 동인에 속해있는데, 혜화동1번지 소극장 극장장을 맡고 있어서 극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승하
저는 독립 프로듀서 겸 연출가입니다. 사업 참여 전부터 지역 사회의 공연예술 공간과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이 있었어요.
보름
먼저 간략하게 사업 진행과정을 짚어볼까요? 저희가 섭외되기 전에 지역극장 기초 연구 사업이 있었죠.
기일
그리고 2020년 5월 초에 섭외가 되어 5월 말에 첫 회의를 진행했어요. 사업 신청 공고가 났고, 50개의 극장이 리스트업 되었어요. 개별적으로 극장과 연락하고 만나서 인터뷰 진행하고, 원고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어요. 저희가 공통으로 느꼈던 지점이 ‘지역극장이라는 말이 되게 헐겁고, 고민이 부족한 말이구나’였습니다. 정량적으로 계측할 수 없다는 거죠. 제각각 극장의 차이를 알아야 여기에 맞는 지원사업을 구상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런 극장들에 가본 적도 없었고, 있다는 걸 알아도 어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운영하는지를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거죠.
승하
인터뷰 질문을 설계할 때 지역극장의 개념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지역극장이라는 게 꼭 주변부의 극장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지역적 특색이 반드시 포함된 개념도 아닐 것 같았거든요. 기본적인 질문을 설정해놓되 일단은 극장에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장마다 형태도 운영방식도 다 달랐어요. 그리고 지금 대학로 극장에 대해서는 소극장협회 등 정보 공유 커뮤니티가 있는데, 그 외 작은 극장에 대해서 누가 조사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본 적이 없잖아요. 이번이 기초자료조사 단계였던 거죠.
1
기일
인터뷰 초반 넘어가면서 ‘내가 생각했던 걸 다시 다 재고해봐야겠구나’ 싶었어요. 저희가 회의하면서 ‘극장의 기준을 어디로 둘 거냐’ 했을 때, “본인이 극장이라고 생각하면 극장이죠”라는 대답이 나왔죠. 우리가 답을 모르는 상황이라는 걸 인정하니까 인터뷰가 더 재미있었어요. 사업명 자체가 대학로 중심적이라 기분이 나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인터뷰 질문할 때도 지역과의 접점이라는 키워드를 넣었다가 점점 안 하게 됐죠. 각 극장의 맥락에 맞는 질문을 찾으면서 인터뷰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재단에서 지역극장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재단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까 이 지점을 경계하면서 질문했던 것 같아요.
보름
아무래도 이 인터뷰가 다음 지원사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가 쉽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창작자와 창작자의 만남으로 접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로 연극인 커뮤니티와 대학로 극장,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와 지역극장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대학로 연극인 커뮤니티와 지역극장과의 연결고리를 더 많이 만들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역극장과_지원체계 #극장을_사유하는_다른/바른_방식
오승하

오승하

승하
소극장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걸 느꼈어요. 자체 기획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창출해 극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지원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곳도 있었고요. 드물게는 외부에서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곳도 있었는데요. 수익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만큼 예산이 운영되는 곳을 찾기는 힘들었어요. 조사한 극장들만 해도 운영 규모, 유지비용, 상주인력 인건비 등 여건이 다 다르잖아요. 이 모든 걸 하나로 뭉뚱그려서 지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체계적으로 세분화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특히 인건비 지원을 언급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보름
대관료 지원사업이라든지 운영 지원이라든지 극장 관련 지원 사업이 너무 복잡해서 일일이 챙기기 어렵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차라리 ‘극장 중심으로, 각 극장의 상황에 맞게 예산을 자율적으로 배정해서 쓸 수 있는 방향성이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기일
극장 운영주체 분들이 많이 하는 말씀이, “재단에서 지원만 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우리를 보지 않는 것 같다”였어요. 다녀보니까 ‘극장이 왜 지원을 받아야 돼?’보다 ‘이 극장은 이런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영한 지 3~5년 차가 된 극장의 경우 자기 정체성도 획득했고 기반 마련해서 움직일 수 있는데, 관련 지원사업은 새로운 사업이나 1-2년 차 단체에 맞춰서 설계된 지원만 나오는 거예요. 보통 대관, 공연, 관객만 생각하니까 디테일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만 하는 거죠.
우리를 보지 않는다는 말은 다시 말해 지원사업이 대상을 하나의 틀로만 계속 바라보고 있거나 오래된 틀로 바라본다는 의미죠.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것과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지원사업들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틈새소극장’의 경우는 직장인극단으로 오랫동안 활동을 했는데 직장인극단에서 극장을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연극계에 기여를 해야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본인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지역문화재단에서 직장인 동아리 만들어서 이렇게까지 운영 절대 못 하거든요. 그런데 기존 제도 안에서는 어떤 것을 수행해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제도가 오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디테일이 필요한 거죠. 언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보게 됐어요.
승하
영등포 ‘스페이스 T’를 운영하는 ‘경계없는예술센터’는 프랑스나 뉴욕 극장의 운영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서 한국에서 발전시켜 보려고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일본도 지역 극단, 운영 극장에 대한 사례나 자료가 있고요. 그래서 해외 사례도 많이 리서치해 봐야겠다 싶었어요.
강보름

강보름

보름
‘성미산마을극장’의 경우 마을주민들이 설립하고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 서울시 지원금을 받아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다가, 사회적 기업에서 탈락하는 순간 운영난을 겪게 되었다고 해요. 그때 주민들끼리 모여서 지속적으로 회의를 하면서 나온 결론이 ‘협동조합체제로 전환하고 전문 상주극단을 두어 극장 운영과 관리를 맡기는 식으로 위기를 해결해보자’가 된 거예요. 재단이 개입해서 극장을 부활시키려고 했다면 이런 해결책은 못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단의 역할은 극장 스스로 장기적이고 주체적으로 극장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끔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한 극장을 한 극단에서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면 여러 주체가 모일 수도 있고. 만약 이게 다음 지원 사업에 반영이 된다면 이런 개별 모델들을 잘 발굴해서 이 극장들의 이야기가 잘 들리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일
각자의 방법대로 잘하고 있으니까 하다가 여력이 달리면 공공이 그 부분을 조력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완성된 모델이 되어야, 요건을 충족시켜야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기관의 태도는 창작자 입장에서는 나를 시혜를 받는 사람으로 위치시킨다고 생각하기가 되게 쉽거든요. 지원을 받으려면 무언가를 수행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어요. ‘지원을 누구에게 할 것인가’의 문제보다는 ‘이 극장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스스로나 지원 기관이 찾아내고, 개별 케이스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극장들이 다 다르니 운영도 하나의 모델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극장들끼리 만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터뷰할 때 여쭤봤는데, 서로의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교류가 없으시더라고요. 좋은 소식을 들은 게, 재단 지원으로 임성빈 조명감독님이 계시는 ‘위씨어터(witheatre)’와 지역극장이 연계가 되어서 극장 메인티넌스(maintenance) 점검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요. 재단이 공적 자원을 투입해서 연결고리를 만들고, 민간과 민간이 수행 주체가 되었다는 게 고무적이었어요. 재단이 적절하게 재원 역할을 한 사례가 아닐까요?
승하
성북문화재단과 협치 운영되고 있는 ‘천장산우화극장’,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의 경우가 기억에 남아요.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하게 회의하면서 죽어가던 건물을 끌어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도 재단 담당자분, 극장 운영자분 두 분께서 함께 참여해 주셨는데, 극장을 아끼는 마음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재단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과 예술가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잘 나누어 시너지를 내며 운영되고 있었어요. 천장산우화극장도 ‘성북공유원탁회의’에 참여하시고, 그 안에서 커뮤니티를 오랫동안 만들고 있었어요. 참여하시는 분들의 자부심도 크고요.
김기일

김기일

기일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지원금으로 수렴되기 쉽죠. 지원금도 좋지만 기관에서 직접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곳과 연결되게만 해줘도 좋겠다 싶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관심이 끊어지는 순간 시혜 받는 사람, 주는 사람이 나뉘잖아요. 서로에 대한 불평불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요.
보름
맞아요. 그리고 창작자들도 ‘내가 여기서 이 작품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면 좋겠어요. 지역극장과 더 많이 연결될 수 있게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게 심리적 요인이 크기도 하잖아요.
기일
인터뷰를 하면서도 대학로라는 개념을 떼어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탈 대학로’라는 개념이 대학로 개념을 외부에 개척하겠다는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창작자들 머리 안에 더 많은 극장들이 선택지로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극장 개념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거죠.
#나의작업을_즐겁게_하고싶은_극장 #지원금을_넘어선_현장과_공공의_관심
기일
창동 ‘반디극장’은 집 같은 사무실 분위기였는데, ‘이 공간에는 이런 공연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떠오르거든요. 저도 극장 대표님께 요즘 등장하는 창작자들은 블랙박스보다 더 작고 특이한 재밌는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공간이 알려지기만 해도 많이 올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어요.
보름
서대문구 연희동의 ‘플랫폼팜파’는 기획자분이 실제로 가족들과 거주하시는 집인데, 전시나 공연 시즌이 되면 창작자와 기획자가 공간을 협의해서 가족분들이 잠깐 나가서 살기도 한대요. 강남의 ‘지하극장’도 건축설계소 사무실인데 마찬가지로 기간을 협의해서 나가서 일하시고요. 공간을 사유하는 방식과 접근 자체가 다른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승하
‘연희예술극장’의 경우 미술 전시나 음악 공연도 활발하게 하는 편이었어요. 층고가 높은 지하를 개조해 사용 목적에 맞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공간이에요. 아마 대학로를 벗어난 극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이처럼 틀에서 벗어난 무대, 장르를 맘껏 펼쳐보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갖춰진 시스템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다르게 설정하는 거죠.
기일
영등포의 ‘경험과 상상’ 극장은 대관을 천천히 시작하셨대요. 극장을 사용하는 경험이 쌓여야 대관할 때 개선점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가까운 사람들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창작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극장을 쓰는 순간 극장이 발전해나가는 거잖아요.
승하
개인적으로 음악공연에 관심이 많아 국악, 무용 전용 극장을 찾아다녔는데 이들의 존재도 더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용 전용 극장은 댄스 플로어가 고정으로 설치되어 있고, 국악 전용 극장은 무대 자체가 국악을 위해 설계되어 있어 연출 의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무대를 사용해 볼 수 있겠더라고요. 극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건물 지하로 내려가면 넓은 공간이 펼쳐지기도 했어요.
기일
오히려 지금의 블랙박스 공간이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 같기도 해요. 빈 공간을 내가 다 채운다는 개념으로 블랙박스가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낡은 생각일 수도 있다 싶은 거예요. 블랙박스에서 공연을 잘올리는 게 실력이 있다는 식의 암묵적인 룰이 통용되는 것 같은데, 이제는 좀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 이러한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점검을 하게 됐어요.
#사업에_담지_못한_이야기들
5
보름
‘천장산우화극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서서히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성북구 노인 분들이 하우스 매니저 역할 교육을 받고 극장 지배인으로 활동을 하시는 양성 프로그램인데 최근에 거기서 배리어프리 워크숍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동네에서 실버와 장애 커뮤니티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잖아요. 민간 극장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게 놀라웠어요.
승하
‘신촌문화발전소’는 배리어프리가 적용된 공간인데요. 장애 여성분들과 함께 공연을 기획하는데, 공간은 편리하지만 막상 대중교통으로 극장까지 오는 길은 비탈길이 심해서 전동 휠체어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포럼 형태로 변경한 적이 있다고 해요. 그 이후 지자체에서 일대를 정비하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현재는 접근성이 좋아졌고요. 이런 점들을 보면 극장은 공연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삶의 다양한 접점들을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기일
극장 운영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경우와 극단이 극장을 소유하고 레퍼토리를 올리는 경우로 크게 나뉘는데, 또 하나의 고민 지점이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들더라고였어요. 극장 대표가 곧 극단 대표이신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이 계속 도망간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안 맞으면 가버려서 운영자만 남고 자꾸 이탈한다는 거죠. 소프트웨어가 옛날 방식인 건 아닐까. 지역에 있기 때문에 처음 연극에 진입하는 분들이 교육을 받고 단원이 되었다가 생계가 막막해져서 떠나는 경우가 반복되는 것 같거든요. 솔직하게는 이 극장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아직 여력이 안 되는 것도 있고, 주체로서 정체성을 못 찾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보름
조심스럽지만 이야기를 해보자면, 극장의 수익구조가 대관료가 아니라 극단 레퍼토리 공연 수입에 있는 경우, 원래도 주말에 공연을 2~3번을 해야 그나마 고정지출 비용을 메울 수 있는 구조였잖아요. 배우들에게 페이가 정당하게 지급되는지가 궁금했어요.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객석이 더 줄어서 이런 논의가 아예 불가능하지만요.
승하
자신의 극장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주민들끼리만 생활문화사업으로 팀을 꾸려서 따로 나가서 지원받은 이후로는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셨대요. 갑작스럽게 생활문화 예술지원이 늘어나면서 괴리감을 느끼시기도 한대요. 민간 극장의 경우도 코로나 때문에 운영상의 제한이 있지만, 민관 협치로 운영되어 공공 영역에 맞닿아 있는 극장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이 임시 폐쇄될 경우 극장도 함께 닫아야 해요. 소규모로 할 수 있는 활동들도 있을 텐데 마냥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일
관에서 생활문화 동아리에 학교나 주민센터 등의 유휴공간을 내주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잖아요. 그런데 민간극장은 옛날부터 그런 활동을 해왔는데 이걸 공공에서 하니까 오히려 민간극장의 대관이 줄게 된 거죠. 공공과의 경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또 ‘왜 지원사업이 대학로 중심의 순수예술에 집중되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10년 정도 열심히 기반을 갈고 닦았는데, 코로나가 닥쳤을 때 이렇게 버텨온 우리는 왜 지원을 안 해주느냐’ 말씀하실 때 이해가 되는 거죠. ‘우리는 자생력으로 운영할 수 있게 상업적 요소와 수익구조도 만들었는데, 왜 자생력 없는 극장들에 지원이 쏠리냐’는 것이죠. 이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됐다 싶었어요. 상업극 대 비 상업극의 구도나 관객 개발, 관객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관점 등등에 대해서요. 오랜 세월 동안 격차가 벌어지면서 분할되면서 박탈감, 소외감이 생기는 거예요. ‘서울형 창작극장’ 지원 사업은 대학로에 있는 15개 극장이 수혜 대상이거든요. 대학로 극장 입장에서 이 말을 들으면 공격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도 우리가 왜 지원을 받는 건지 명확하게 알아야 되고요. 못 받는 입장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왜 답을 못 내리고 있을까.
보름
저도 공감해요. 성북구에 위치한 극장들을 방문했을 때 다른 지역과 달리 대학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종로구와 성북구는 거리가 한 끗 차이인데 왜 지원 격차가 이렇게 심하냐는 말씀을 하시고요. 다른 지역은 그곳이 생활권이라서 극장을 만드신 경우가 많은데, 성북구의 경우는 대학로와 가깝다는 이점으로 극장을 만드신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이 심리적인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북구 극장들끼리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관에서나 주변에서 “그런 건 대학로에서 하면 되는데?”, “이미 다 하고 있는데?”라는 반응이라는 거죠. 관객들도 대학로가 성북구 극장들에 비해 좀 더 시설이 좋고 공연 퀄리티가 높다고 생각하시고요. 지금 한성대입구역 인근에 짓고 있는 연극창작공간이 새롭게 건립되면 그 일대를 오랫동안 지켜온 우리가 또 밀려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계시더라고요. 관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해주고 시설도 좋을 테니까요. 그래서 정보격차와 소통의 문제도 크다고 느꼈어요.
기일
지역 기반의 활동주체들을 시야밖에 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역문화재단에서 소극장에는 100만 원, 200만 원 소액지원해 주면서 공연할 때는 대학로 팀을 부른다는 거죠. 기존 지역팀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도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명한 팀을 초청할 때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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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_마치며
승하
다음 단계가 궁금해져요. 이번에 찾지 못했던 극장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서 자료를 쌓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사업을 통해 연극 무대를 위한 극장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되는 또 다른 공간들을 많이 발견한 것 같은데요. 특히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극장 실험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모든 시설이 갖추어진 극장이 아니더라도, 마음만 있으면 쉽게 쓸 수 있고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공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기일
좋은 출발이었다고 생각해요. 일일이 50개 극장의 이야기를 듣는 게 어려웠지만 하니까 또 됐잖아요. 앞으로도 쭉 들었으면 좋겠어요. 극장의 스테레오타입을 깰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해서 다양한 극장에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업이 다음 단계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보름
저도 이번 사업에 참여하면서 나만 알기 아까운 이런 공간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젊은 창작자들의 재미있는 작업과 재미있는 공간이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으로서 상상만 해도 신나네요. 그리고 제가 지역극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엄청난 변화여서 정말 감사해요. 오늘 집담회 참여해주시고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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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름

강보름 프로젝트 레디메이드 연출가
연출작으로 <레디메이드 인생>, <우리가 고아였을 때>,<모던걸타임즈> 등이 있다.
rkdekdzh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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