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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없는 도시, 과천에 사는 예술가입니다

과천축제 축제예산 전액삭감 사태에 대하여

석수정

제201호

2021.05.27

제25회를 맞이하려는 과천축제는 과천시의회에 축제 예산 전액 삭감으로 만나 볼 수 없게 되었다. 작년에 출범한 과천문화재단은 지난 4월 추경을 통해 운영예산을 확보하고 과천축제 등 시민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과천축제 사업비가 전액 삭감되고, 과천문화재단의 주요 사업비가 삭감돼 과천시민 문화예술활동 지원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 문제의 발단은 ‘과천문화재단 설립’부터 시작되었다.
필자는 과천문화재단 설립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과천축제 시민기획단과 참가팀으로 과천축제를 가까이에서 경험했고 두 아이를 과천에서 키우는 시민이자 예술가로서 재단의 설립을 기대하고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과천시의 문화지형을 보면, 과천축제는 ‘재단법인 과천축제’가, 시민회관의 공연장 등 문화시설은 과천도시공사가, 과천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 등 시립예술단은 과천시가 각각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다. 이에 과천시는 문화재단 설립을 통해 각 주체들을 통합 운영하여 조직 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문화향유와 지역의 문화예술자원 발굴 및 지원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추진할 통합 주체로서 ‘과천문화재단 설립’의 필요성을 제시해 왔다. 또한 과천축제가 예술 축제로서의 존립을 위해서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의 설립이 불가피했다.
순조로울 것 같던 ‘과천문화재단’ 설립에 관한 건은 시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다가 마침내 2019년 12월 통과되었다. 항간에는 ‘과천문화재단 설립’의 필요성은 느끼나, ‘문화재단 설립이 자칫 민주당 소속 시장의 업적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래서 일까? 출범 후 재단은 인건비와 문화사업비, 공연전시비 등 5억 9천만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시의회가 신규 직원 채용문제 등을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가 인건비는 본 예산 때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번 추경예산에는 인건비만 확보 되었을 뿐 사업비 전액은 삭감되었다.
따라서 현재 과천문화재단은 식물기관이 아닐 수 없다. 사업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순조롭지 않은 과정을 겪었던 과천문화재단이 설립 이후에도 정치적인 이유들에 따라서 계속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과천문화재단은 다음과 같은 호소문1)을 재단 홈페이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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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과천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호소문
과천문화재단은 독립된 문화예술 전문기관이며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예술을 통해 과천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각 분야의 문화예술 전문가들로 새롭게 꾸려진 출자·출연기관이므로 온전히 과천시민의 것이고, 오직 과천시민을 위해 존재할 것이라고 본 호소문을 통해 시민들에게 믿음과 지지를 호소하였다.

문화재단에 대한 인식부재와 오랫동안 지켜온 축제의 고유성을 경시하는 과천시의회

현재 과천은 2011년부터 10여 년째 지속되는 동시다발적인 아파트 재건축으로 3개 단지 5,000여 세대가 신규 입주하였거나 입주 중이고, 2021년 11월 6단지, 2,099세대가 입주 예정이다. 이로 인해 시민의 과반 이상이 변화하고 있어 문화적 연결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과천 3기 신도시 추진 등으로 부동산 광풍에 휘말리며 도시의 풍경은 어색해졌다. 코로나19와 과천시 청사 유휴지 문제가 얽혀서 문화와 축제는 설 자리마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일까?
공교롭게도 축제예산을 삭감한 야당의원들은 과천시민공원을 지켜야 한다면서 정작 축제예산과 문화예산 모두를 삭감해버리는 참으로 황당한 광경을 만들고 있다. 축제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문화예술인들과 문화예술단체들의 활동 역시 위축되어 있고 문화예산뿐만 아니라 공동체 지원, 일하는 가정 주거공간 개선 지원 등 12개 사업에서 3억 원을 삭감시켜 마을공동체가 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기획과 행사들도 멈추었다. 심지어 필자가 이끌고 있는 문화기획 협동조합은 경기도에 직접 공모에 참여해 선정된 예비마을기업 지원금도 지차체에서 예산을 삭감해 도비마저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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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과천축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 포스터

과천문화예술연대 출범 초읽기

우리의 절박함을 알리고, 정권과 권력 혹은 예술에 대한 무지로 인해 움츠려들고 설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과천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예술가와 기획자 문화계 종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5월 초 피켓시위를 시작으로 5월 안에 출범식과 의원 간담회 요청 등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가 않다. 예술가의 권리, 시민들의 기본 문화 향유권을 주장하지만 마치 이익단체로 몰아세우는 보수적인 시민들의 야유도 드세다. ‘축제를 해서 문화사업예산을 받아서 몇몇 단체에 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근거 없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일부 시민들의 목소리도 크다. 과연, 과천은 이대로 문화예술의 도시가 아닌 문화예산 확보로 진만 빼는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언제쯤 이 표류가 끝날지 매우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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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수정

석수정 안무가, 예술교육가, 마을활동가
무대 위 존재적 움직임에 중점을 두고 비전공자와 전공자 경계를 넘나들며 창작안무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2014년 창작집단 움스를 설립하고 ‘누구나 가능한 몸의 언어’를 위해 다양한 대상층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몸플학교> 및 다수 워크숍을 개발하고, 참여형 창작 공연과 축제형 공연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달의 약속>,<벌룬스>,<컬러플 몸플> 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며 중앙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했으며, 한동대학교 피지컬씨어터 출강중이다. 현재 과천에 이주한지 8년차로 별별문화기획 협동조합 대표로 마을활동가이며 다양한 영역에서 안무가,기획가,제작자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https://www.facebook.com/su.j.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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