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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바뀌었다.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 합평회

최샘이

제227호

2022.12.08

2022년 10월 15일 1시, 혜화역 4번 출구부터 마로니에 공원에 걸쳐 대학로 곳곳에서 반성폭력 연대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우리를 하나로 엮어주는 티셔츠를 나눠 입고, 피켓을 들고 현수막을 펼치고, 걸개 깃발을 휘날리며 돌아다니고, 공연예술자치규약문을 외쳤다. 안전과 연대,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우리의 일터에 한순간 가득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과 미투 이후를 살며 안전한 공연문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혜화역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를 지켜보던 대학로의 관객과 시민들 또한 화끈하게 화답했다. 무료 배포된 성폭력 반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반성폭력 퍼포먼스를 SNS에 업로드하면서 지지하고, 퍼포머들을 만날 때마다 눈빛과 격려로 응원했다. 우리는 한마음으로 반성폭력 세상을 염원한다. 그리고 한 달, 10월 15일 퍼포먼스 준비팀과 함께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시:
11월 26일 토요일 오후 10~11시

장소:
줌(ZOOM)

참여:
샘이, 예원, 혜영, 해정, 하지

체크인. 우리는 왜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를 하게 되었을까?

샘이
안녕하세요,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이 자리는 9월 15일 ‘연희단거리패 다시 말하기’와 10월 15일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를 기획하고 준비한 여러분과 함께, 반성폭력 연대 퍼포먼스를 돌아보고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먼저 우리가 왜 미투 이후를 다시 말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볼까요?
제가 먼저 이야기해 보자면, 세계적으로도 미투 운동 후 5년을 돌아보는 경향1)이 있고, 지난여름에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미투 운동 중간결산2)도 있었죠. 연극 사회 한편에선 가해자들이 눈치를 보며 복귀하고, ‘아직도’, ‘언제까지’라는 백래시도 겹치는 시기여서 자연스럽게 연극계 미투 담론을 상기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미투 운동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혜영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누군가한테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현재는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 뭔가를 막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해정
미투 당시 SNS에 의견을 올리거나 르포 작업3)을 하는 등 개인적인 활동은 했지만, 현실 속에서 많은 동료들과 연대하는 행동은 하지 못했거든요. 그에 대한 부채감이랄까, 마음의 짐 같은 게 늘 있었어요. 그런 감정들이 이번 ‘다시 말하기’ 자리들에 참여하게 한 원동력이었던 듯해요. 사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페미니즘보다 인권이 앞선다고 생각한다”, “마녀사냥” 따위의 말들이 누군가의 입으로 발화되고, 필터링 없이 기사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제부터라도 움직이자’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예원
시작은 ‘연희단거리패 다시 말하기’였지만, 연희단거리패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끝나기보다 뭔가 더 큰 단위의 퍼포먼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여서 얘기하다 보니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내가 모든 가해자를 단죄할 수도 없고, 계속해서 누구를 미워하면서 사는 게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은 아니라는 것을. 그건 건강한 삶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뭘까 생각하다가 반성폭력 퍼포먼스를 떠올렸어요. 우리가 사랑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확인하고,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지탱해 줄 안전한 동료들을 우리가 확인하는 일.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에 참여한 이들이 모두 같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딱지소굴’에 둥글게 모여 앉아있다.
ⓒ박태양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를 준비하게 된 정동

샘이
이번 10월 15일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그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된 ‘연희단거리패 다시 말하기’에 대한 기억을 얘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
처음 만난 날이 인상적이었어요. 샘이 님이랑 연희단거리패를 호명해보자, 뭐라도 해보자 해서 여러분들을 만난 자리가 있었잖아요. 얘기를 들어주시고, 회의나 준비가 척척 진행될 때, 그걸 못 따라가면서도 이 감격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9월 15일 ‘연희단거리패 다시 말하기’ 자리도 그렇고요.
샘이
말씀해주시니까 떠오르네요. 그때의 온도, 습도(웃음).
예원
우리 처음 만났던 날 제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는 게 좀 꾼 같지 않았어요(웃음)? ‘이날 이거 하자,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 이러면서.
하지
되게 전문적이었어요
예원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전문적인 척, 그러면서도 9월 15일에 아무도 안 오면 우리끼리 맥주나 먹으러 가자고(웃음). 되게 스트레스받고 걱정했는데 지나고 나니 즐겁고 아름다운 기억들만 남아있네요.
하지
그것도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결연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오지 않아도, 관심을 보여주는 분들의 연락을 받았고, 문제의식을 느꼈을 때 가만있지 않는다는 것, 무언가를 하겠다는 마음, 어떤 일을 도모할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감사하게도 여러분들이 참여해주셔서 좋았죠.
예원
‘연희단거리패 다시 말하기’에서 진짜 감사하고 인상적이었던 건 영희 님이 보내주신 영상. 저는 영희 님의 얘기가 큰 힘이 됐고 마음이 든든했어요.
해정
먼 호주에서 응원을 보내주시는 영희 님의 밝은 얼굴을 보면서, 2018년 미투 당시의 시간에서 우리가 얼마나 잘 나아가고 있는지를 감각할 수 있었어요.
‘연희단거리패 다시 말하기’ 자리와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 행진을 함께 한 많은 동료들을 보면서 ‘연결’과 ‘연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행진 때 들었던 걸개 깃발들은 페미니스트디자인소셜클럽이 디자인한 것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대여를 해주셨는데, 그런 물건들 하나하나에도 모두가 밟아온 기억과 역사가 스며 있구나 싶어서 새삼 신기했습니다.
예원
제가 이번에 퍼포먼스에서 일을 좀 많이 맡아서 하긴 했는데요, 심리적으로 가장 힘에 부쳤던 순간이 한 번 있었어요. 퍼포먼스 준비하면서 혜화역을 지나가는데 제가 아는 가해자의 사진이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떡하니 혜화역에 붙어있는 거예요. 내가 지금 연극계 성폭력 반대 지지하는 20, 30명을 모으겠다고 전화하고, 문자하고, 이렇게 애를 쓰는데도 가해자는 되게 버젓이 대한민국 관광 홍보대사를 하고 있구나. 이 순간이 되게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그 가해자가 어제 기사가 났죠. 검찰에 송치됐다고. 그렇습니다.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에서 떠오르는 장면

샘이
그럼 자연스럽게 10월 15일 퍼포먼스를 기억해볼까요? 태양 작가님이 찍어주신 사진을 같이 보면서 얘기 나눠요. 제일 먼저 ‘딱지소굴’에서 퍼포먼스를 준비할 때인데요. 당시 오랜만에 만난 분, 처음 뵙는 분 모두 한자리에 모였던 게 기억이 나네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믿음으로 다들 상기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예원
서로 아는 사이지만 어떻게 보면 어색하기도 하고요. 퍼포먼스를 부탁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횡단보도 현수막 퍼포먼스가 되게 어려웠거든요. 어떻게 하지 싶으면서도 제가 되게 넉살 좋게 편한 분들한테 맡기면서, 알아서 예술적으로 해달라고 했거든요. 다들 웃으면서 동의하고, 다른 걸 준비하는 분들도 횡단보도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걸 보면서 ‘우와’ 놀라면서 응원해주고, 그래서 그때부터 기분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해정
저는 티셔츠 배부하던 게 떠올라요. 티셔츠가 그렇게 빨리 완판(?)될 줄 몰랐어요. 나눠주신 분들의 엄청난 능력치 덕분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혜영
제가 공연 때 티셔츠 입고 관객과의 대화 참여했는데, 몇몇 연출들이 티셔츠에 대해 물어봐서 흐뭇했어요. 또 서울시 인권 강사 양성 과정 수업 때도 티셔츠를 입고 갔거든요. 수강생 중에 ‘그 티 저도 있는데’ 하시는 분이 있는 거예요. 제가 그때 4번 출구 앞에서 티셔츠 배부했는데, 4번 출구 앞에서 받으셨대요. 그분이 티셔츠를 보면서 반가워하면서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티셔츠 더 만들어야 합니다.
샘이
티셔츠는 진짜 계속해도 좋겠다는 생각해요. 니즈가 있고 이것으로 인한 연대와 지지 표현이 되고, 서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해정
저도 앞으로 공개석상에 설 일이 있으면 종종 입어야겠네요(웃음).
서울연극센터 건물 앞에서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흰 티셔츠를 맞춰 입은 네 명의 사람이 연극센터 건물 앞에 일렬로 서 있다. 가장 왼쪽부터 각각 이동형 스피커, ‘미투 이후 좀 달라졌나요?’와 ‘반성폭력투쟁의 시간, 이제 우리 모두의 역사로’라는 손글씨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고, 가장 오른쪽에 초록 바지를 입고 ‘세상아 너는 두려워해야 할 거야. 나는 생존자거든’이라는 문구가 적힌 긴 걸개 깃발을 든 최샘이 기획자가 밝은 얼굴로 웃고 있다. 길을 지나던 검은 옷의 한 행인이 네 명의 퍼포머를 마주보고 서 휴대폰으로 이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박태양
혜영
연극센터 앞 사진이 좋은 이유는 일단 투쟁하는 사람들이 다 행복해 보여요. 예원 님이랑 초록 바지 입은 분이 너무 행복해 보이고, 서울연극센터 자리라는 상징성도 있고, 사진에 보면 투쟁하는 모습을 관객이 카메라에 담고 있잖아요.
샘이
저도 이 사진 너무 멋져요. 저는 제 깃발이 너무 뿌듯했어요. “세상아 너는 두려워해야 할 거야. 나는 생존자거든”.4)
혜영
아, 이게 샘이 님이구나. 미안해요, 몰랐어요(웃음).
샘이
농담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저는 이 사진을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했는데, 매번 볼 때마다 울컥하고, 신나고, 살아갈 동력이 되는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제 표정이 이렇게 밝네요.
예원
맞아요. 우리 모두 이날 다들 웃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 사진 중에 제가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어요. 제가 정말 기분이 좋아서 웃으면 저렇게 웃는구나,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말을 하나 더 보태자면 이 걸개, 우리가 골랐잖아요. 이거 문구는 인영 님이 골랐어요. “나는 생존자거든”. 인영 님도 생존자이기도 하고요. 지금 논문 쓰느라 정신없어서 이 자리에 참여하진 못하셨는데, 인영 님 사랑해요♥
대학로 혜화역 1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 건널목에서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열댓 명의 퍼포머들이 각자 ‘삶은 계속될 것이고 예술은 더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영혼이 우리가 미워했던 육체를 이기리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과 걸개 깃발을 들고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다. 퍼포머들의 사이사이로 이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걸음하는 행인들이 보인다.
ⓒ박태양
예원
횡단보도 퍼포먼스는 계획한 거지만, 이렇게 깃발이랑 다 있는 걸 찍은 것은 즉흥적인 퍼포먼스였어요. 그때 사람들 반응을 처음 봤는데, 불편해하는 사람 하나도 없었고 다 즐거워하고, 여기 있는 우리가 행복해 보였어요.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줬고. 이 순간이 약간 하이라이트였는데, 즉흥적인 거라 같이 못 한 분들이 있죠.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샘이
저는 이 횡단보도를 우리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뿌듯해요. 연극센터, 예술청, 마로니에 공원까지 대학로를 이어주는 가장 큰 공간이고 유동 인구가 많잖아요. 회의할 때부터 횡단보도를 쓰자는 얘기를 했는데, 기대에 충족하는 사진이나 메시지가 보여서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대학로예술극장 앞에서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크고 시끄럽게 응원합니다’라는 피켓을 머리 위로 번쩍 든 여성이 활짝 웃고 있고 그 옆에서 소리 내어 무언가를 읽고 있는 여성의 모습도 보인다. 퍼포머들의 뒤편에는 다코야키를 파는 노점이 보이고, 흰 승용차가 이들의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박태양
예원
이 사진에서 하지 님이 잘 나왔어요. 너무 잘 나와서 계속 말했거든요. 여기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죠. 하지 님 퍼포먼스가 텍스트 낭독이었는데, 옆에 탕후루 사장님이,
해정
좋은 일하시는 건 아는데 언제까지 하냐고(웃음).
예원
바로 옆에 있으니까 너무 잘 들리는 거야. 하지 배우가 되게 또박또박 읽었거든요. 어쨌든 그 거리의 사장님들은 우리의 말을 다 들으셨다.
샘이
대학로예술극장 앞의 분주한 상업지구를 이 걸개 깃발을 들고, 팻말을 들고 같이 걸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거리를 매번 걷지만, 여기 있는 극장들은 분야가 서로 너무 달라서, 연대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았던 것도 있거든요. 같은 시공간 안에 있는데 말이죠.
해정
저는 혜화역 2번 출구 쪽에 심현화 배우님과 함께 있었는데요. 말없이, 말을 실어 응원 보내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그 눈빛들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
샘이
걸개 깃발은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미투 운동 중간결산 때 제작된 건데 이번 퍼포먼스 때 빌려주셨어요. 글귀나 디자인 다 소중하고, 이 메시지들이 혜화동에서 움직인다는 장면 자체가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지켜준다는 느낌도 있고.
예원
나중에 걸개를 반납하러 갔을 때 한국성폭력상담소 분들이 사진을 보시고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 너무 멋있었다고,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너무 멋있다고 하셔서 자랑스러웠죠.
샘이
마지막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마로니에 공원을 바라보면서 다 같이 공연예술자치규약문 텍스트를 읽었죠. 저의 올해 목표가 데뷔였는데, 배우와 같은 마음으로 결연하게 읽었습니다(웃음). 30명이 한목소리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마로니에 공원에서 다른 행사 중이었는데, 우리가 약 6분 40초 정도 외쳤거든요.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고.
예원
제 양옆에 이리 배우, 마두영 배우가 있었거든요. 돌비서라운드처럼 빵빵 터지는데 되게 뿌듯하고.
아르코예술극장 건물을 배경으로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 참가자들이 모여 텍스트를 낭독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는 문장이 적힌 걸개를 좌우로 길게 들고 그 뒤에 각자의 걸개 깃발과 피켓을 들고 있다.
ⓒ박태양

체크아웃.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 의미 (쿠키 있음)

샘이
마지막에 저희가 정리 겸 ‘딱지소굴’에 다시 둘러앉아서 서로를 봤잖아요. 그 시간을 잠깐이라도 갖길 잘했어요. 그냥 퍼포먼스만 하고 흩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같이 둘러앉고, 서로를 확인한다는 감각이 저는 되게 좋았어요. 그리고 이 퍼포먼스 1시간 사이에 나도 변했고, 우리의 관계도 두터워졌고요.
혜영
저는 그냥 말하고 싶은 사람이 각자 대상에게 뭔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바랐고, 그게 실현된 것 같아요. 거기에 힘을 보탤 수 있고 누군가에게 지지와 응원이 된다는 사실에 기뻐요. 그리고 우리가 행복해 보여서 만족합니다.
해정
짧게 정리하여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마음이 드는데, 요새 질문들을 많이 받아요. 이윤택 출소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연극뿐 아니라 TV나 영화에서도 가해자 및 범죄 관련자들의 복귀가 슬그머니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 막는 게 맞다고 생각하느냐 등등의 질문들요. 과거의 미투, 그리고 거세지는 백래시를 포함해서 현재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을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번 ‘다시 말하기’ 자리의 기억들은 그런 생각과 이후의 행동들에 큰 힘이 될 듯합니다.
예원
그날 한 동료한테 이런 문자를 받았는데요, “예전에 제가 학교 다니며 지독하게 힘들어했을 때, 친구가 그랬거든요. 학교 밖에서 작업하면 또 그렇지 않다고. 멋진 동료들이 있고 안전한 작업환경이 있을 거라고. 근데 저는 그게… 너무 막연한 거짓말 같았어요. 당장 나는 그걸 못 느껴보니까. 저는 무교라서 잘 모르지만 뭐랄까, 성경에서 말하는 약속의 땅 이런 것 같았어요. 있는지 없는지 실체도 모르지만 일단 나아가야 하는 막연함… 그런데 오늘 봤어요. 연대하는 사람들, 다정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을요. 둥글게 앉았을 때 이 이야기를 손들고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수줍어서 못 했답니다”.5)
주변의 이런 반응이 제가 반성폭력 운동,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활동을 계속하는 동력인 것 같아요. 진짜 책임감인 거죠. 동생들한테 ‘괜찮아,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어. 거기서 나와도 돼. 언니들한테 와!’ 그런 언니가 되고 싶은가 봐요.
샘이
이미 그런 언니입니다.
예원
이제 마흔이 넘었고 그런 책임감을 갖고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 그 정도 나이의 동료를 보면서 저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랬던 것 같거든요. 우리 모두 파이팅!
샘이
2022년 ‘미투 운동 다시 말하기’의 우리 표정이 너무 밝고, 모두가 웃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아요. 미투 운동하면서 좋았던 감각보다 ‘왜 나 힘들지?’라는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있는데, 지금 10월 15일 퍼포먼스 사진을 보니 자신감을 많이 가지게 됐고, 동료들이 든든하고 자랑스럽네요. 그리고 가장 큰 건, “나 여기서 건강해, 안전해”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종종 한 번씩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 다음 활동 예고해도 될까요?
예원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주최주관으로 내년 봄에 안전하게 연극하고 싶은 연극인 체육대회? 반성폭력 체육대회? 제목은 확실하게 안 정했지만, 체육대회를 열 예정입니다.
혜영
씨름대회 어때요? 동료들끼리 살 부대끼면서(웃음).
해정
오랜만에 봬서 반가웠고요. 말미에 체육대회 예고 들어가면 좋겠습니다(웃음).
혜영
또 봐요.
샘이
계속 그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또 봐요, 곧 봐요, 계속 봐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 합평회의 캡쳐 사진이다. 영상 회의 플랫폼 줌 프로그램에서 샘이, 예원, 해정, 혜영이 각자 카메라를 보고 웃으며 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미투 이후 다시 말하기’ 퍼포먼스
  • 일자 2022.10.15
  • 장소 대학로 일대
  • 퍼포먼스 백혜경, 이리, 산양, 설유진, 윤사비나, 이두찬, 전서아, 권영인, 송하늘, 김윤하, 김주영, 이연주, 김보경, 박하늘, 양동탁, 이민하, 강한나, 한윤미, 임밀, 경지은, 마두영, 김현숙, 심현화 연대영상 강윤지, 이산, 이청, 강다현, 승록, 이수림, 김소영, 목소, 신윤지, 라소영, 부진서, 황순미, 배선희, 강주희, 강서희, 윤혜진 세실극장 나희경, 심지후, 이래은 준비 하지은, 최샘이, 진해정, 정인영, 방혜영, 송김경화, 홍예원 사진기록 박태양 걸개 깃발 디자인 FDSC(Feminist Designer Social Club) 걸개 깃발 제공 한국성폭력상담소 스피커 사운드 디자인 베일리홍 스피커 사운드 기획 전강희 스피커 사운드 제공 KTS워킹그룹 장소제공 딱지소굴 주최·주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 관련정보 https://www.facebook.com/theaterwithyou/posts/pfbid0n48kNstCLwkdvrNXmC8kzfzrwWF5zh5u4Y8gf6YsCGk82Egs14g1gBfDvDJ14ial
  1. Ananya Bhattacharya, “Five years on, the MeToo movement wants to go viral offline”,QUARTZ, October 14, 2022.
    https://qz.com/five-years-on-the-metoo-movement-wants-to-go-viral-off-1849657937
  2. 2022년 8월 20일, 인사동 KOTE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미투운동 중간결산: 지금 여기에 있다’ 행사가 마련되었다. https://www.sisters.or.kr/notice/event/6523
  3. 류운정 (필명), 「이윤택 #미투 극장전」, 『한겨레21』, 제1307호.
    https://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8489.html
  4. 이반지하의 책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의 한 구절. 이 문구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주최한 ‘미투 운동 중간 결산’의 걸개 깃발에도 쓰였다.
  5. https://www.facebook.com/theaterwithyou/posts/109610722438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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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샘이

최샘이
“안녕하세요. 기획하는 최샘이입니다.”
2018년 연극계 미투운동 이후 연극인으로, 문화예술계 젠더 감수성 향상, 안전한 창작환경, 표현의 자유, 예술인 권리보장, 혐오와 차별 금지, 기후 위기와 종차별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의 멤버이자,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문강사 2기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서 하는 기획’(@semi.s.plan)을 통해 기획자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https://www.facebook.com/hot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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