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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닿지 못한 당신의 현장이 궁금합니다

글_이연주 · 그림_이서연

제230호

2023.02.23

연극in 현장 코너는 현장의 지속적인 활동과 질문, 다양한 창작자들의 욕구와 활동에 주목해왔습니다. 여러 필자가 각자의 현장을 취재하고, 닿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과정은 하나의 지도 안에 담기기 어려운, 이리저리 뻗고 나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접 만나보지 못한 장소와 동료들을 만나고, 각자의 다르고도 구체적인 위치와 목표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의 현장은 또 어떻게 감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두루마리 지도를 펼쳐놓고 자기 위치를 표시하고 있는 연필을 든 손이 보인다. 뒤통수에는 느낌표와 물음표가 가득하다. 지도 속에는 곳곳에 “YOU ARE HERE”라고 표시되어 있는 지점이 있고, 지도 바깥에는 “현장지도 그려보기”라는 글과 함께 발자국의 흔적, 속이 비어있는 구름 모양의 말풍선이 보인다.

곧 서울연극센터 재개관이 있을 예정입니다. 혜화역 4번 출구 앞이어서 접근성이 좋은 편이었던 서울연극센터는 여러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었는데요. 벽면을 가득 채운 희곡집과 한쪽에 비치된 공연 리플렛, 새롭게 발행되는 연극 잡지, 복사기 등이 있어서 연극인들의 편의를 고려한 나름의 복합시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무실과 아카데미룸이 있던 2층과 달리, 공연 관계자가 아닌 누구라도 드나들 수 있었던 1층에는 당시 서울연극센터에서 발행했던 ‘대학로 문화지도’가 있었어요. 대학로를 A, B, C, D 네 구역으로 나누어서 공연장 위치를 안내하고, 구역별로 공연 리플렛을 나누어서 벽면에 배치해두었습니다. 1층의 시간은 조용히 각자의 자리에 앉아 글을 읽고 쓰는 오후가 지나면, 공연장에 가기 전에 잠시 머물거나 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공연을 둘러싼 여러 가지를 단시간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에 가면 예상치 못했던, 하지만 예상 범위에 있는 누군가를 우연하게 만나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최근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도 있었거든요. 서로의 ‘현장’에 대해서 말이죠.

일러스트레이션. 화면 하단에 노란 안전모를 쓴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각각의 안전모에는 안전, 환경, 생태계, 창작, 교육, 지역, 노동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고, 그 안전모 위로 책과 컴퓨터, 건물과 자연 등이 담긴 각각의 생각들이 떠다닌다. 화면 상단에는 “현장”이라는 단어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가 쓰여 있다. 1. 사물의 현재 있는 곳 2. 일이 생긴 그 자리 3. 일을 실제 진행하거나 작업하는 그곳.

연극in 창간 초창기였던 2012~2013년 [현장] 코너에는 당시 편집위원이었던 최윤우 평론가가 연극을 소개하는 ‘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가 연재되었고, 주로 관객 리뷰, 그 외에 간헐적으로 연극계 행사에 대한 참여 후기가 게재되었습니다. 이때의 연극계 행사는 주로 연극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단발성의 축제, 새롭게 시도되는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연극센터의 PLAY UP 아카데미, 남산희곡페스티벌, 마로니에 여름축제, 서울시 시민문화 연극교실, 명동예술극장 백스테이지 투어, 한여름 밤의 작은 극장, 대학로예술생태프로젝트 등인데요. 작업의 결과를 중심으로 다루기보다는 과정과 그 이면의 이야기에 주목했던 시도로, 주된 주체가 공공기관이었다는 점이 새롭게 보입니다. 공간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면서도 연극 생태계에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시도가 많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2014년 이후부터는 고정 필자들이 연습실을 방문해서 미리 연극을 기록하거나 연극계 행사를 취재하는 형태의 기사들이 보이네요. 이 시기에는 유독 연극인들의 집단적 행사가 많았습니다. 대학로X포럼, 프린지페스티벌 포럼, 성북문화재단 연극인 포럼, 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 등의 집담회와 대한민국소극장열전, 산울림고전극장, 좋은희곡읽기모임의 월요낭독극장, 인권연극제, 2인극 페스티벌, 성북페스티벌, 서촌공간 서로 낭독공연, 이십할 페스티벌, 아오병잉 페스티벌, 극장나무 쿱 페스티벌, SF연극제, 화학작용, 권리장전, 아이디페스티벌, 10분희곡 릴레이 페스티벌, 광장극장 블랙텐트, 1번출구 연극제 등, 여기에는 여전히 진행 중인 모임도 있지만, 이제는 사라지거나 잠시 멈춘 행사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예술 검열에 대응하는 연극인들의 문제의식이 뜨거웠던 만큼 집단적 고민과 행동이 눈에 띕니다.
2018년부터는 당시, 그리고 이후의 연극을 기록하는 여러 필진의 참가기가 게재되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주체와 장소, 크고 작은 모임이 소개되었습니다. 극장이나 연습실에만 머물지 않는 이야기는 거리로 향했고, 배우/연출/작가에게 집중되었던 시선과 목소리는 기획/비평/행정의 이야기로 넓어지며, 창작의 기반을 넘어서 동료이자 시민의 역할을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연극 현장을 이야기할 때에는 창작 중심으로 사고를 하다 보니 그간 폭이 참 좁았는데요. 연극 생태계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위치와 역할, 장소와 지역, 주체와 서로 상응하는 관계를 놓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각자의 구체적인 일상을 들여다보며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꾸준히 소개해왔지만, 그럼에도 물론 여전히 담기지 않은 각자의 현장이 많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웹진 연극in 편집위원회 좌담 전경. 노란색 상자 안에 “여기는 연극in 편집 현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편집장과 에디터, 네 명의 편집위원이 네 개의 책상에 혼자, 혹은 둘씩 둘러앉아 있다. 이들의 말풍선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담겨 있다. “요즘 누구와 자주 만나요?” “창작을 준비하는 시간에, 창작 외의 시간에 당신은 무엇을 하시나요?” “자주 닿는 곳은 어디인가요?” “닿고 싶지만 여전히 거리가 먼 곳은 또 어디이며, 누구인가요?”

대학로를 연극의 현장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습니다. 연습 중이거나 공연 중인 창작 작업만이 현장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현장] 코너를 다시 읽으면서 현장이 이렇게 다양하고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하나의 장소나 위치, 역할이 연극의 현장을 대표할 수 없음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만나며, 여러 사안에 따라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며,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각자의 현장은 구체적인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이어봅니다.

요즘 누구와 자주 만나세요?
창작을 준비하는 시간에, 창작 외의 시간에 당신은 무엇을 하시나요?
자주 닿는 곳은 어디인가요?
닿고 싶지만 여전히 거리가 먼 곳은 또 어디이며, 누구인가요?
여러분에게 현장이란 무엇일지, 어디일지, 아직 닿지 못한 당신의 현장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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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이연주 본지 편집위원
연극 쓰고 연출합니다. thukushi97@daum.net

이서연

이서연
관객/시트콤중독자. 종종 사진을 찍고 가끔 글을 쓰고 가끔 그림을 그리고 가끔 연극을 만듭니다. seoyeonthegenu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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