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상병 윤상원 제대를 명받았습니다
윤상원
제70호
2015.06.18
필승! 상병 윤상원 제대를 명받았습니다, 윤상원
때
2010년 2월
장소
대전통합병원 2층 202호 병실
등장인물
윤상원 공군 취사반 상병
군의관 통합병원 군의관 대위
상원은 병실 침대에 누워
노크 소리와 함께 군의관 들어온다.
상원 이불을 뒤집어쓴다.
- 상원
- 필승..
- 군의관
- 윤상원 상병 오늘도 아무것도 안 먹히나?
- 상원
- 네 그렇습니다. 속이 계속 안 좋은 거 같습니다. 열도 좀 나는 거 같고.. 어지럽고.. 구토증세도 있고..
- 군의관
- 그래? (체온기를 상원의 귀에 대본다)
- 상원
- 지금은 괜찮은데 불시에 기습적으로 열이 나는 것 같습니다.
- 군의관
- 그래? 그러면 한 일주일 더 지켜보자고
- 상원
- 정말입니까?
- 군의관
- 그래 푹 쉬도록 해
- 상원
- 감사합니다. 필승..
군의관 나간다.
상원 바로 전화 수화기를 든다.
- 상원
- 아빠? 아빠 나 면회 와라. 나 일주일 더 입원하래. 아니 안 아파. 그냥 아픈 척 연기했어. 뭐 어때 부대에서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하는데. 아무튼 나 일주일 더 휴가니깐 용돈 좀 부쳐주라. 부대에선 px도 맘대로 못가. 여기서라도 먹고 싶은 것 좀 먹자. 응. 아 그리고 면회 올 때 핸드폰 좀 가져와. 군전화로 걸면 국번 때문에 여자애들이 전활 안 받아. 알았지? 응 빨리 와 빨리.
상원 전화 끊고
- 상원
- 하... 일주일도 눈 깜빡할 세에 가겠지... 뭘 하고 보내야 후회가 없을까? (이불을 덮다)
조명 서서히 줄어드려다 갑자기 노크소리 들리면 조명 다시 환하게 들어온다.
- 군의관
- 윤상원 상병
- 상원
- 필승?
- 군의관
- 편하게 앉아 검사 결과가 나왔어.
- 상원
- 벌써요?
- 군의관
- 일주일 지났잖아?
- 상원
- (한숨 쉰다) 4.5초 지난 거 같은데
- 군의관
- 근데 말이야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 상원
- 뭘 말입니까?
- 군의관
- 놀라지 말고 들어. 조직검사에서 캔설이 발견됐어.
- 상원
- 캔설?
- 군의관
- 암.
- 상원
- 암?
- 군의관
- 대장암.
- 상원
- 대장암? 아무렇지도 않은데
- 군의관
- 원래 대장은 통각이 없어.
- 상원
- 저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꾀병 부린건데-
- 군의관
- 대장암은 증상이 없어서 말기 때 손을 쓸 수 없을 때 발견되는 암이야. 내시경 할 때 용종이 커서 나도 왠지 꺼림칙했거든 그래서 조직검사 맡겼지. 그런데 역시나 용종에서 암세포가 발견됐어. 내 덕분인줄 알어.
- 상원
- 덕분은 무슨...
- 군의관
- 뭐?
- 상원
- 씨발! 이게 다 군대 때문이야
- 군의관
- 윤상원 상병!
- 상원
- 잠도 안 재우고 죽어라 밥하고 설거지하고 밥하고 설거지 하고 하루에 4시간 밖에 못 자는데 주말에도 빌어먹을 병사들은 밥 다 챙겨먹고 난 또 밥하고 설거지, 설거지... 씨발!! 이걸 어떻게 보상할거에요? 네! 아 나 아직 24살 밖에 안 먹었다고.. 아직 여자친구도 못 사귀어 봤는데. 아 아 아...
- 군의관
- 진정해. 초기라니깐. 대학병원 가서 정밀검사하고 수술 받으면 완치야. 죽을 병 아니야
- 상원
- 그걸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 군의관
- 나 의산데?
- 상원
- ...몰라요.
- 군의관
- 아마 수술 받고 나면 의가사 제대하게 될 거야. 수술 회복도 복강경이면 일주일도 안 걸리니깐-
- 상원
- 네?
- 군의관
- 원래 암 걸리면 다 제대야. 밖에 나가서 부모님이랑 검사 받고 와.
- 상원
- 저 한 달 뒤에 제대 하는 거예요?
- 군의관
- 그렇다니깐 부모님께 전화 드려.
- 상원
- 필승! 감사합니다. 바로 집에 전화해 부모님과 통화하도록 하겠습니다.
- 군의관
- 그래
- 상원
- 필승!
상원, 부모님께 전화한다.
- 상원
- (매우 밝게) 아빠, 나 암이래. 내일 대학 병원가야 되니까 대전병원으로 와. 아 괜찮데 초기여서 복강경? 인가 뭐 받으면 회복에 일주일도 안 걸린데. 그리고 수술 받으면 나 제대야. 약속한 거 안 잊었지? 나 제대하면 차 사준다고 했잖아. 어 어 알겠어. 내일 봐. 끊어 아 됐어 엄마한테는 대강 둘러대. 나 군의관님한테 또 가봐야 돼 끊어
상원, 어디론가 또 전화한다.
- 상원
- 어, 성섭이냐. 나 제대한다. 나 암이래. 그럼 안 좋냐? 제대한다는데. 나 서울에서 수술 받을 거니깐 병문안 와라. 그래. 야, 그리고 나 제대하면 바로 여자친구 사귀게 소개팅 좀 잡아줘. 알지 내 스타일? 청순가련인데 섹시한 여자 오케이 제대하면 나 차있는 남자니깐. 어, 그래. 서울서 보자.
수화기를 들고 잠시 고민하다가
- 상원
- (건성으로) 필승. 경승혁 병장 있습니까? 친굽니다. 나야 승혁아. 나 임마. 니 친구 상원이. 니가 맨날 아침마다 깨운다고 싸대기 때리는 상원이. 그래 개새끼야. 나? 나 안 미쳤는데? 야, 너 이런 말도 모르냐 나오는 건 순서가 있지만 가는 건 순서가 없다고. 나 제대해. 근데 너한테 관등성명하게 생겼냐? 맘 같아서는 말이야. 너의 아구창을 터치고 가랑이를 깐 다음에 짬통에 밀어 넣고 싶지만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니깐 그건 봐줄게. 승혁아 인생 그렇게 살지마. 넌 진짜 제대하면 답도 없어. 얼굴도 못생겨 머리는 멍청해, 할줄 아는 것도 없고, 어? 난 다르지 븅신아. 그래. 꼭 보자. 다음 생에. 어, 꺼져. 어, 난 이제 잘 거야. 응 엿이나 먹어. 잘자. 뿅!
이불 뒤집어쓰고 기상 음악 울리면 바로 일어난다. 상원은 말년병장인 것처럼 행동한다.
노크 소리
- 군의관
- 윤상원 상병?
- 상원
- (침대에 앉아 건성으로) 필스?
- 군의관
- 정기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말이야
- 상원
- (만사가 귀찮은 듯)그런데 말입..?
- 군의관
- 그게 암세포가 상피내암인거 같아 용종 떼어낼 때 암세포가 다 뽑혀져 나왔나봐 이정도 크기는 수술 안 해도 된다던데?
- 상원
- 잘 못 들었습니다?
- 군의관
- 수술을 안 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부대 복귀해도 좋아. 어차피 군 생활 5개월도 안 남았잖아.
- 상원
-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 군의관
- 윤상원 상병.
- 상원
- 제대라면서요? 벌써 제대 준비 다했습니다. 그냥 제대 시켜 주면 안 됩니까?
- 군의관
- 의가사 전역은 내규대로야. 수술 안하면 제대 못 해.
- 상원
- 아니면 3개월만 여기 더 있다 가겠습니다.
- 군의관
- 억지가 너무 심해.
- 상원
- 아니 억지가 아니... 니다. 그냥 수술 받으면 안 됩니까?
- 군의관
- 정기검사 결과가 수술 안 해도 된다잖아. 내일 수송차량 오면 바로 퇴원해.
- 상원
- 잠깐만요 선생님 아니 군의관님 저 못 믿겠습니다.
- 군의관
- 날?
- 상원
- 아니요, 지방 대학 병원이잖아요.
- 군의관
- 내가 지금 지방의대 나왔다고 무시하는 건가?
- 상원
- 아니요. 제가 정기검사 받은 병원이요. 확실한 게 좋은 거라고., 네 저희 사촌 형님이 서울대학교 병원에 있는데 거기 가서 다시 검사 받을게요. 혹시나 암세포가 조금이라도 대장에 남아있으면 군의관님이 책임지실 겁니까?
- 군의관
- 아니 판독은 내가 한 것도 아니잖아.
- 상원
- 암세포도 살아있는 생명입니다! 그깟 사진 몇 장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 군의관
- 음....
- 상원
- 부탁드립니다. 그냥 검사 한 번 더 받겠다는 겁니다.
- 군의관
- 이번에도 만약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결과 나오면 바로 퇴원이야. 또 이런 억지면 영창이니깐 각오해
- 상원
-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승. 필승!!!
군의관 나간다.
- 상원
- (전화 건다) 아빠 나 완전 망했어. 나 수술 안 받아도 된대. 아 글쎄 그게 좋은 게 아닌 거라니까. 나 부대 돌아가면 완전 좆돼. 아 미치겠네. 아빠 진영이형이 의사자나. 인턴이야? 그럼 수술하라고 못해주나? 아 나 어떡해. 나 수술 받아야 돼. 장 짤라 내야 돼. 나 암이란 말이야!!!
암전
※ 본 희곡은 ‘10분희곡릴레이’ 독자 투고를 통해 게재된 희곡입니다.
- 호들갑 작가소개
- 1989년 1월 7일 생.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를 연기전공으로 졸업 후 동료들과 극단 섬으로 간 나비 창단 (2014년 대표 윤상원). 섬으로 간 나비의 창단 공연 <눈을 감으면 보여> 작, 연출. <순결한 자녀는 망하지 않는다> 연출. 연기 전공으로 졸업했지만 몇 십 번의 오디션 끝에 합격한 뮤지컬 제작이 취소되자 내가 할 공연은 내가 만들겠다는 반항심으로 극작을 시작, 극단을 만들었음. 현재 극단에서 작 연출 제작 기획 홍보 배우를 맡고 있음. 라푸푸서원에서 희곡극작의 기초를 배우는 동시에 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선정되어 공연 제작과 극작에 대해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