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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연지아

제71호

2015.07.02

분실, 연지아

등장인물
주연
경미(주연 母)

장소
주연의 방

주연 급하게 방으로 들어오고
그런 주연을 보는 경미

경미
아니 학교 간다더니?

무언가를 찾는 주연

주연
없어, 없다고!
경미
뭐가?
주연
학교 가야 되는데, 망했어!
경미
그러게 엄마가 뭐 쓰면 제자리에 두라고...
주연
(경미의 말을 끊고) 길에도 없고 거실에도 없고 방에도 없어! 미치겠다.
경미
대체 뭐가??
주연
내 카드! 주민등록증이랑 신용카드.
경미
뭐??

주연을 도와 찾아보는 경미.

경미
못 살아.
주연
왜!
경미
방 꼴 좀 봐라.
주연
뭐가 어때서.
경미
이러니까 잃어버리고 다니지. 방이 돼지우리인데 시집은 가겠니?
주연
시집 얘기가 왜 나와 갑자기?
경미
내년에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겠다며. 민우는 너 이러는 거 알아?
주연
뭐가.
경미
알면 벌써 도망갔겠지.
주연
그걸 바라는 건 아니고?

경미 말없이 책상을 정리한다.

주연
걱정 말어. 엄마한테 청소해달라고 안 할게.
경미
누가 그러래? 뭐가 급해서 그렇게 빨리한다는 건지.
주연
서운해?
경미
서운할 건 또 뭐 있니? 엄마 싫어서 나간다는데.
주연
뭐가 엄마 싫어서 나가는 거야. 민우가 좋아서 그러는 거지. 내가 엄마랑 천 년 만 년 같이 살 줄 알았어?
경미
그랬다.

경미를 가만히 쳐다보는 주연

경미
결혼하면 좋은 줄 아니?
주연
좋지 그럼?
경미
그러지 말고 엄마랑 같이 살어. 너 빨래 할 줄도 모르잖아.
주연
참, 엄마는. 나 빨래도 잘하고 다림질도 잘해.
경미
다림질은 언제 해봤는데?
주연
저번에, 민우 셔츠가 구겨졌길래. 집에서.
경미
뭐? 집에도 갔었어?
주연
왜?
경미
집에서는 손도 까딱 안 하는 애가 어딜 가서 뭘 해?
주연
왜 또.
경미
그런 거 해주지 마. 결혼도 하기 전에 다 해주면 버릇 들어.
주연
민우 자취하잖아. 다림질 안 하고 다니길래 해준 거야.
경미
허이고.
주연
질투해?
경미
질투는 무슨.
주연
엄마도 아빠 다 해줬을 거 아냐.
경미
그거랑 이거랑 같니?
주연
같지 그럼.
경미
요즘은 삼십 넘어서 시집간다던데 뭐 좋다고 일찍 가려는 건지.
주연
어휴 엄마는.

사이.

주연
걱정하지 마요. 엄마 딸 이제 다 컸어. 그리고 아직 시집 안 가거든? 자꾸 내일 갈 것처럼 말하지 마.
경미
안 간다는 말은 죽어도 안 하네.

널브러진 것들을 정리하는 주연
경미, 책상에서 포장된 선물을 발견한다.

경미
이건 뭐야?
주연
넥타이.
경미
어버이날 얼마 안 남았다고 미리 산 거야?
주연
아니. 민우 거야.
경미
뭐?
주연
면접 본다길래, 필요할 것 같아서.
경미
철들었다 했더니.
주연
왜?
경미
네 아빠 건 줄 알았다.
주연
아빠는 다음에 사드릴게.
경미
엄마도 좀 챙겨주고.
주연
엄마는 내가 잘 챙기잖어.
경미
누가 들으면 진짠 줄 알겠네.

말없이 청소를 하는 경미.
이때, 갑자기 책상에서 무언가를 보고
숨기는 주연.

경미
뭐야?
주연
뭐가?
경미
뒤에 숨긴 거.
주연
아무것도 아니야.
경미
아무것도 아니긴? 뭔데.
주연
뭐... 연애편지야 연애편지.
경미
줘 봐.
주연
왜?
경미
궁금하잖니.
주연
민망해.
경미
엄마한테는 편지 한 장 안 쓰는 애가.
주연
옛날에 많이 써줬잖아.
경미
이래서 딸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거야.
주연
왜 맨날 그런 식으로 말해? 내가 뭘 잘 못 한 것도 아니고.
경미
민우한테 하는 거 반 만큼만 좀 해봐라. 자다가도 떡이 나오지.
주연
지난주에 민우 부모님 뵀어.
경미
뭐? 왜 말 안 했어?
주연
엄마 호들갑 떨 거 뻔하니까.
경미
왜? 어떻든? 사나워 보이진 않아?
주연
잘 해주시던데?
경미
그건 모르는 거야. 엄마 봐라. 네 외할머니가 상견례 하고 시어머니 관상이 안 좋다고 그렇게 결혼을 반대했는데, 내가 박박 우겼어. 요즘 세상에 웬 관상이냐고. 근 데 엄마 결혼 하고 시집살이 엄청 했잖어. 관상 그거 무시 못 한다? 엄마도 한 번 보자. 사진 없어? 사진?
주연
한 번 뵀다니까.
경미
꼭 찍어와.
주연
아니 어떻게 찍어.
경미
요즘 소리 안 나게 몰래몰래 찍을 수 있잖아.
주연
몰라. 나중에 상견례 때 봐.
경미
지 생각해서 그러는 걸 저런다.
주연
알아서 잘하네요.
경미
저렇게 말 안 듣는 건 딱 지 아빠 닮았어.
주연
엄마 닮은 거야.
경미
너 민우 부모님 앞에서는 그러지 마. 말대답 따박 따박.
주연
그만 좀 해! 잘하고 있다니깐?
경미
걱정되니까 그러지.
주연
나 다 컸어. 내 할 일 다 알아서 하고 있다고. 잔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결혼 빨리 해서 이 집 나가버릴 거야.
경미
어이고?
주연
짜증나. 엄마 나가요. 나 나갈 준비 할 거야.
경미
카드는?
주연
몰라.

경미 말없이 주연의 방에서 나간다.
씩씩거리며 외투를 챙기는 주연
무심코 외투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흠칫 놀라며
천천히 주머니에서 손을 빼는 주연
주연의 손에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가 들려 있다.

암전.

※ 본 희곡은 ‘10분희곡릴레이’ 독자 투고를 통해 게재된 희곡입니다.

호들갑 작가소개
<분실>을 쓴 최수현 작가는 91년 11월 11일 11시 19분, 거꾸로 해도 똑같은 숫자를 입고 태어나 온 세상을 뒤집어 보기 시작했다. 글과 관련 없는 여러 갈래의 길에서 어슬렁거리다 문득 글쟁이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극작의 ‘극’자도 몰랐으나 문예창작을 공부하면서, 연극에 눈을 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삶의 희로애락에 매력을 느껴, 이에 전념하기로 다짐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극작을 공부하는 중이다.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다. 글도 성격대로 쓸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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