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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

송크크

제72호

2015.07.16

나의 시간, 송크크

등장인물
남자
목소리

극은 현대. 장소는 일반 가정집 작은방. 편한 복장의 남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다. 책장에는 희곡집과 각종 연극 관련서적이 꽂혀있고, 옷가지, 테이크아웃 음료 잔들이 주변에 널부러져있다. 무대 우측엔 등퇴장용 문이 하나 있다. 무대 좌측 컴퓨터 책상과 맞닿은 침대. 전화벨이 울린다.

남자
여보세요? 그냥 있어. 마스터는 아니고 컨셉만 잡아 봤어. 샘플 보내줄게, 보고나서 피드백 해줘. 응 메일 문자로 찍어줘. 보내고 문자 남길게

문자 알림음. 메일을 보내고 침대에 눕는다. 누운 채 스마트폰을 만진다. 전화벨이 울린다.

남자
여보세요? 휴대폰으로 뭐 하고 있었어. 벌써 봤어? 느낌 괜찮아? 그래 알겠어, 그럼 지금 그 컨셉으로 계속 편집할게. 다음주? 글쎄… 아직은 계획이 없긴 한데… 알겠어. 그럼 월요일에 시간이랑 장소정해서 알려줘.

침대에 누워 익숙한 자세로 취침하려 한다. 전화벨 울린다,

남자
(귀찮은 듯) 여보세요? 네, 감독님. 일하고 있었어요. 친구가 동영상 편집 해달라고 해서 도와주고 있었어요. 다음 주요? 네, 시간 괜찮아요. 몇 시 괜찮으세요? 오후 5시요? 네 알겠습니다. 제가 종로로 넘어가겠습니다. (핸드폰을 만지며) 다음주… 수요일… 오후 5시… 종로… 임감독님. 딱 2시간만 자야지. (알람 맞춘다, 알람 울린다) 자도 자도 피곤하네.

다시 책상에 앉는다. 반쯤 먹다 남은 아메리카노 맛을 본 뒤, 입맛을 다시고 이내 원 샷을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썼던 원고를 훑어보며 단어를 고르고 등장인물이 되어 말하듯 대사를 읊조린다. 전화벨 울린다.

남자
여보세요? (끊는다)

집중이 흐트러진 듯 책장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 꺼내어 침대에 눕는다.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잠든다. 문밖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
아들, 엄마 가게 나가니까 가스레인지 위에 국 데워서 먹어.

피로가 덜 풀린 듯 힘겹게 일어나 침대 앞에 걸터앉는다. 잠시 멍하니. 문을 열고 나가 소변을 본 후, 한손엔 아메리카노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동영상1
설탕이유? 이거 많은 것도 아니쥬 싸악~ 어때유? 그럴싸 하쥬?
동영상2
점수는 9회말 1아웃. 타석에는 5번타자 아오이 고동. 투수 와인드업! 네 쳤습니다. 큽니다. 네. 대단합니다. 스고이. 훌륭합니다.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야메떼! 넘어갔습니다~ 아오이 고동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상대팀 투수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따이 이따이. 투수 눈물을 훔쳤습니다. 아오이 고동 선수, 2루 돌아 3루를 훔치고 있습니다, 이어서 관객들의 단백질을 훔치고 있습니다.

다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진다. 전화벨 울린다.

남자
여보세요? 아뇨 연장할 생각 없어요. 혹시 남은 기간만 돈으로 환불받을 수 있나요? 락커는 다음 주에 비울게요. (핸드폰으로 셀카 찍는다. 한숨.)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지?

※ 본 희곡은 ‘10분희곡릴레이’ 독자 투고를 통해 게재된 희곡입니다.

호들갑 작가소개
평범한 29살 남자.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했고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건강하시고 어렸을 땐 누나와 자주 싸웠지만 지금은 잘 지낸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고 주말엔 주로 공연을 보러 다닌다. 장르 구분 없이 찾아보며 공연을 보고 난 후,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술은 좋아하지만 술자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보단 희곡을 읽는데 익숙하고 특히 서울연극센터에 앉아 공연잡지를 읽는걸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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