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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정리

김종석

제90호

2016.04.21

어둠 속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과 ‘여’만을 비추는 조명이 들어온다. ‘남’은 테이블 책상에 앉아 있고 ‘여’는 바닥에 누워 있다. ‘남’과 ‘여’는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종이에 뭔가를 옮겨 적고 있다. 때때로 각자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과 ‘여’만을 비추는 조명이 들어온다. ‘남’은 테이블 책상에 앉아 있고 ‘여’는 바닥에 누워 있다. ‘남’과 ‘여’는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종이에 뭔가를 옮겨 적고 있다. 때때로 각자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홍승표
이인경
서원호
여세진 패스
정혜원 패스
이미선 이미선 패스
정철원 콜
김남희 콜
송기문 송기문 ...... 콜
이서현 음..... 오케이
한우성 콜 소준호 콜 함태욱 콜
......
조성률 일단 킵 김국진 콜 강현준 아. 강현준, 강현준 음...... (고민의 신음이 길어진다)

전체 조명 in

왜?
원래 친했던 놈인데 내가 얘 결혼식을 못 갔거든. 어떡하지?
그 뒤로 연락 하고 지내?
아니.
그럼 애매하지. 빼.
오케이.
더 있어?
아니. 어 잠깐만...... 큰일 날 뻔 했네. 요놈을 뺄 뻔 했네. 이광배 내가 이 새끼 둘째 돌잔치 까지 갔었는데 빼먹으면 큰일 나지.
친구 많아 좋겠다.
이것도 많이 추린 거다.
잘났다. 다음은 무슨 그룹?
이번엔 직장 가자. 우리 둘 다 겹치는 부분 많을 거니까. 정리 잘 해야지.
좋아.

각자 핸드폰을 뒤적인다.

박성민 너는 와야지.
김소희 패스
이미화 패스
서민채
황선희, 김혜정 패스
김혜정? 허벅지 굵은 애?
우리 학교 교수님이다.
아. 근데 왜 패스야?
연락 안 드린지 10년이 넘었다. 아직 핸드폰에 번호가 있는 게 신기하다 야.
나두 그런데. 학교 때 짝사랑 하던 조교 번호가 아직도 있어서 깜짝 놀랐네. (살짝 눈치 본다) 보낼까?
지워라.
질투 하냐? (웃음)
박상현 패스 서병수 콜
홍기용 패스 송선영 얘는 해야지.
박상준, 박재영, 이광훈, 손현아, 김성철, 이지혜..... 이야. 연락 안하고 사는 사람들 진짜 많다.
나도 그래서 더 고민이야.
그래서 내가 다 물어봤거든. 근데 웬만하면 연락 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구.
왜?
아니. 누군 하고 누군 안하고 그랬다가 한사람이랑 안 한사람이랑 한자리에서 만나면 진짜 민망하다고 하더라고. ‘자긴 왜 연락 안했냐고? 갈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차라리 무조건 보내고 올지 말지는 그 쪽에서 선택하게 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구. 그래야 마주쳐도 그 쪽에서 미안해한다고.
미안함을 전가해라. 뭐 그런 건가? 일리가 있는 방법이구만. 그래도 나는 백년 만에 연락 와서 반가운 척 하고 청첩장 준다고 하면 한 대 쥐어박고 싶던데.
그건 또 그래. 그치? 그럼 어떡하냐?
뭘 어떡해? 그러니까 부를 사람 안 부를 사람 잘 정리 해야지. 우리 총 몇 명이랬지?
일단 250명에서 플러스 30까지.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만 해도 300명이 넘는데. 어렵다. 그치?
시간 없어 빨리 추려.
오케이.

다시 핸드폰을 보며

이종영 패스 신현종 패스
조수빈
조승욱. 너 승욱 연출 알지? 연락 안한지 한 3년 됐는데 해, 말어?
요즘 작품 활동해?
요즘은 뜸하던데?
그럼 패스
이야. 너 살벌하다? 얄짤 없네?
이럴 땐 과감해야 돼. 선희진 패스, 박정은 선배님은 콜. 요즘 잘 나가셔. (웃음) 이월숙 패스
월숙이는 왜? 친했잖아.
결혼식 때 안 불렀어.
왜 그랬데?
몰라. 기브 앤 테이크다. 암튼 성라경 이재은 패스
신용태 안재범 콜 홍성창 콜
장재희 교수님. 해? 말어?
너한테 치근거리던 교수 말하는 거지?
하지마? 그래도 이번에 문화재단 들어 가셨다던데?
미치겠다. 우리 지원 사업은?
그러니까.
해라 해.
나도 싫은데 눈 딱 감고 연락이라도 드리자. 일단 오케이 한다?
알았다. 알았어. 나도 이번 기회에 도움 받을 만한 사람들한테는 웬만하면 다 연락 해야겠다. 이참에 관계 회복이나 하게. 결혼도 결국 비즈니스구만.
오빠. 나도 진짜 축하해 줄 사람들만 부르고 싶다.
그러려면 몇 없을 걸?
그렇겠지?
계속 하자. 얼마 안 남았다.
나도 거의 끝나가.

빠른 속도로 중얼거리며 한동안 계속 적어 내려간다. 조명은 다시 이 둘에게만 집중되어 쏟아지고 진심으로 치열하게 고민 중인 둘의 모습. 때때로 하이파이브로 의견을 맞춰간다.

다시 전체 조명

오케이. 다 됐어?
난 아까 다 끝.
총 몇 명인데?
난 67명
생각보다 많이 없네?
여자가 이정도면 진짜 많은 거야. 그리고 이 사람들 다 혼자 오진 않을 거 아냐? 그럼 100명 정도는 될 걸?
아. 그렇네. 그럼 나는 난리 났다.
왜? 오빤 몇 명인데?
(계산을 시작한다) 난 159명
뭐가 그렇게 많아? 대체 누굴 그렇게 많이 불러?
아니. 이것도 올 만한 사람들만 정리 한 건데?
오빠 친구들 결혼까지 해서 애들도 다 데리고 올 꺼 아냐? 그럼 오빠 지인만 300명은 되겠다.
다 온다는 보장도 없잖아.
암튼 거기 그 정도 모일 곳도 없고 밥도 못 먹고 난리 날걸? 우리 둘 다 포함해서 150명 안짝으로 정리해.
아. 힘들다. 알았어.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지 뭐.
나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게.

잠시 사이

그러고 보면 인간들 정리하기 참 쉽네. 내 사람, 아닌 사람, 그냥 사람
나도 이거 하다보니까 금방 정리 된다. 진짜.
우리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분류 됐겠지?
그렇겠지.
아. 씁쓸해.
이것이 인생이다. 오빠. 빨리 분류하자.
술 땡긴다.
빨리 끝내고 맥주 한잔 하자.
오케이. 그럼 처음부터 다시. 홍승표 아. 처음부터 고민되네.
여세진 패스
서원호 패스
이서현 이서현 아쉽지만 패스
송기문 콜 한우성 한우성 한우성 우린 아직 여기까지. 아쉽지만 패스
패스
패스

조명 다시 둘에게 쏟아지며 아까와는 다르게 시원하게 결정해 나간다.

호들갑 작가소개
살면서 호들갑 떨며 좋아할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
우선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교 최강 악필에 가방끈도 짧고 10년 이상 해오는 배우 생활에도 슬슬 열정의 약발이 시들해 져 있는 엉망진창 연극배우에게 이 무슨 단비 같은 소식인지. (기분 좋은 미소)
결혼을 준비 하며 나누던 와이프와의 이야기를 그냥 옮겨 적어 봤을 뿐인데 말이죠.
세상의 목소리에 더욱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호기롭게 만들게 된 어드벤쳐 프로젝트라는 저희 극단.
저와 한 몸으로 오랜 시간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세상에 소리를 주워 담아 무대화 시키고 싶습니다.
또 언젠가는 더욱더 호들갑스럽게 작가로. 배우로. 혹은 연극의 그 무엇으로 만나길 기대하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공간 열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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