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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떨림(Tremble)에 관한 단편

김송일

제90호

2016.04.21

어둠 (순간 불빛) 능글대는 남자의 위협적인 모습이 보였다 사라진다. (순간 불빛) 남자가 누군가와 뒤엉키는 모습이 보였다 사라진다. (순간 불빛) 넋이 나간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대로 조명이 밝아지면 어느 빈 공간. 무대 한쪽, 무대 뒤로 이어진 작은 통로가 하나 있다.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한참을 그렇게 떨고 있다.

어둠

(순간 불빛) 능글대는 남자의 위협적인 모습이 보였다 사라진다.
(순간 불빛) 남자가 누군가와 뒤엉키는 모습이 보였다 사라진다.
(순간 불빛) 넋이 나간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대로 조명이 밝아지면 어느 빈 공간. 무대 한쪽, 무대 뒤로 이어진 작은 통로가 하나 있다.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한참을 그렇게 떨고 있다.


어른1
(들어온다) 아이야~ 오래 기다렸지? 미안, 내가 너무 늦게 왔지. 녀석… 내가 너무 기다리게 했나 보네. 글쎄 일이 너무 많았어. 왜 그래… 아이야! 왜 그래!
아이
죽었어요.
어른1
뭐라고! 아니, 무슨… (통로 쪽 삐져나온 다리를 발견한 후) 이게 무슨… 이 사람은…
아이
그 사람이에요.
어른1
이 빌어먹을 자식은…
아이
(조금씩 편해진다) 네! 그 사람이에요.
어른1
어떻게 된 일이야?
아이
어른1
네가 그런 거야?
아이
어른1
네가 죽인 거라고!?
아이
어른1
아니, 이 빌어먹을 자식이 여길 왜? 왜 여길 왔지?
아이
상자를 달라고 했어요.
어른1
뭐?
아이
상자를 달라고 했어요.
어른1
이 빌어먹을 자식이 여기까지!

어른1. 시체를 살펴보다 생각에 잠긴다.

아이
(당당하다)난 줄 수 없다고 했어요.
어른1
응?
아이
꼭 지키고 있으라고 했잖아요.
어른1
응?
아이
누구에게도 상자를 주면 안 되는 거라고 했잖아요!
어른1
누가?
아이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꼭 이것들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어른1
내가!?
아이
나는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했어요.
어른1
차라리 잘 됐다. 이 빌어먹을 녀석은 죽어 마땅해. 그래, 당해도 싸다! 차라리 잘됐어! 그렇게 사람들을 못 살게 괴롭히더니. 너희들도 어렸을 때부터 괴롭힘을 당해왔잖아? 그지!? 내 그걸 안다. 알아!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야. 마을 사람들 모두가 속으로는 녀석이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단 말이지.
아이
그죠? 그렇죠!
어른1
일단 시체를 정리하자. 네가 죽인 게 맞지?
아이
(자랑스럽다) 네!
어른1
그래… 그럼 어서 시체를 정리하자. 정리하고 신고하러 가자. 여긴 전화도 안 터지고, 경찰은 며칠 거리에 있으니, 차라리 우리가 옮겨다 주자. 거기 가서 네가 죽였다고 얘기하면 될 것이고, 그지? 또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거든. 여기두면 썩어서 악취가 나지 싶어. 그러면 우리 상자도 깨끗하게 보관하지 못하게 된단 말이지. 도와줄래?
아이
네!

두 사람이 시체를 정리하며 통로 안쪽으로 치운다.

어른1
좋아!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니?
아이
모르겠어요. 무서웠어요… 엄청 무서웠는데…
어른1
저 녀석은 마을 사람들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는 장사였단 말이지.
아이
그저 상자를 지키고 싶었어요.
어른1
응?
아이
꼭 지키고 있으라고 했잖아요?
어른1
누가?
아이
누구에게도 상자를 주면 안 되는 거라고 했잖아요!
어른1
누가!?
아이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이것들을 꼭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어른1
내가!?

어른2. 들어온다. (어른2는 시체남자 배우가 1인 2역을 연기한다.)

어른2
차라리 잘 됐어. 저 빌어먹을 녀석은 죽어도 마땅해! 그럼, 당해도 싸지! 그렇게 사람들을 못 살게 괴롭히더니. 나쁜 놈! 만나는 사람마다 닥치는 대로 욕설을 퍼붓질 않나, 때리고 시비 걸고 공포분위기 조성하고, 틈만 나면 남의 집 물건을 제멋대로 때려 부수질 않나, 경찰도 여럿 당했잖아, 무법자 같은 놈! 아이고 속 시원하다.
어른1
어떻게 알았어?
아이
안녕하세요.
어른2
아이고… 네가 수고했다. (어른1을 본다)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어른1
어떻게 알았냐고?
어른2
내 사람 목숨가지고 함부로 얘기할 건 아니지만 저 놈은… 아이고, 시원하다.
어른1
듣고 있었어!?
어른2
아이고… 이 어린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른1
듣고 있었냐고!?
어른2
밖에서 들었어. 두 사람 얘기하는 거.
어른1
아니, 이 자식이!
어른2
솔직히 말하면 창 너머로 다 봤어.
어른1
밖에서 듣고만 있었다고! 그게 지금 말이 돼!
어른2
그래서 들어왔잖아!
아이
(멈칫하는 어른1을 보고, 분위기를 느낀다. 신념에 차있다) 제가 죽였어요.
어른2
그래 잘 했다. 저런 놈은 일찌감치 사라졌어야 해. 잘 했어.
아이
(기쁘다)정말요!
어른2
신고하러 갈 거지?
어른1
당연하지.
아이
당연하죠.
어른2
도와줄까?
어른1
그래
아이
고맙습니다.
어른2
(시체와 짐 정리 상태를 확인하러 통로로 들어간다)짐은 충분히 챙긴 거 맞지?
어른1
그럼, 여기서 며칠 거리라고.
아이
그럼요. 경찰서는 며칠 거리라고요. 확실히 준비했어요. 저도 열심히 도왔고요.
어른2
(나온다)그래, 잘했다.
아이
고맙습니다.
어른2
당연한 거란다. 하하하!
어른1
당연한 거란다. 하하하!
아이
(안도감을 느낀다)고맙습니다. 정말 무서워서 혼났어요.
어른2
그런데, 어떻게 너 같은 꼬마가 저런 덩치를… 완전 취했었나보지?
아이
정말 무서웠어요. 어려서부터 우릴 괴롭히던 사람이었으니까…
어른1
그랬겠지.
아이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어른2
아이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
저 사람이 날 때리려던 순간 번쩍 하고 눈을 떠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어른1
그러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른2
감옥은 더 무섭고 추울 텐데…
어른1
그러게. 어린 것이 견뎌낼 수 있으려나.
아이
네?
어른2
오래있진 않을 거야. 정당방위가 성립되고 또 넌 어려서 정상참작 될 테니까.
아이
무슨 말이에요?
어른1
어찌됐든 사람이 죽었잖니. 누군가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하는 거란다.
아이
난 상자를 지켰는데요.
어른1
응?
아이
꼭 지키고 있으라고 했잖아요?
어른2
응?
아이
누구에게도 상자를 주면 안되는 거라고 했잖아요!
어른1
누가! 내가!?
아이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꼭 이것들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어른2
누가! 내가!?
아이
난 옳은 일을 한 거잖아요.
어른1
(난감해 한다) 나… 짐 좀 정리할게. (퇴장)
어른2
이봐, 이봐! 같이 가!
아이
내가 잘 못 했나요?
어른2
준비되면 나오렴.

홀로 남은 아이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눈물만 그렁그렁 어쩔 줄 몰라 한다.

호들갑 작가소개
저요? 벚꽃 날리는 어느 날, 목련 날리는 어느 날, 비 내리는 어느 날, 햇빛 쏟아지는 어느 날, 단풍 날리는 어느 날, 은행잎 떨어지는 어느 날, 함박 눈 날리는 어느 날, 다시 초록이 숨 쉬는 어느 날을 좋아하는 배우랍니다. 하지만 어제 알바 가서 본 하늘이 몇 달 만에 본 하늘인 걸 보면 난 좀 삭막하게 살고 있나 봅니다. 글이요? 가슴에 묻어 둔 작은 이야기들 하나하나 글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어제 부터랍니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더해질수록 현실이 주는 무게감을 피부로 느끼며, 조금씩 작아지고 움츠러드는 평범한 남자이기도 하고요.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도 때론 과장되게 ‘넌 좀 괜찮은 녀석이야’라며 호들갑 떨기도 하는 주책바가지이기도 합니다. 다행이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속내를 드러내도 ‘괜찮다’ 싶은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고요. 뉴스를 보며 끓어오르는 화를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종일 구시렁대는 녀석입니다. 요즘은요? 음... 복잡하고 혼란스런 세상이지만 지구에 사는 구성원으로서 구성원 상호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은 모두가 고민하길 바라고 있지요. 절대적으로 옳은 것! 상대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절대적으로 옳은 것! 그 절대적인 것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 그리고 그 절대적인 것은... 삶에 대한 순수한 그 무엇이 아닐까라는 작은 화두 하나 스스로에게 던지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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