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에서 만난 작은 물시계를 가지고 다니던 여인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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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희
186호
2020.09.10
스텔라
메이
엠마
이사벨
크리스탈
때
까만 밤
곳
바닷가, 물안개가 짙게 깔려 있는
무대
한쪽에 메이와 엠마가 앉아 있는 작은 의자 두 개가 있다. 그곳은 바닷가일 수도 있고 극장일 수도 있고 그 어디일 수도 있다.
나머지는 스텔라와 이사벨, 크리스탈의 공간이다. 이곳 또한 바닷가지만 또 바닷가가 아닌 곳일 수도 있다.
한쪽에 메이와 엠마, 함께 앉아 있다.
- 메이
- 제목 참 기네.
- 엠마
- 그러네.
- 메이
- 재미있을까?
- 엠마
- 글쎄, 보면 알겠지.
- 메이
- 그렇겠지.
- 엠마
- 잘 봐.
- 메이
- 응.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인다.
그렇게 시작한다.
파도치는 소리 들리고
이사벨과 크리스탈, 각자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둘의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이사벨, 크리스탈에게서 더 가까운 쪽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본다.
가서 줍는다. 그러고는 크리스탈에게
- 이사벨
- 저기요.
- 크리스탈
- 네?
- 이사벨
- 이거……
이사벨, 크리스탈에게 무언가를 내밀며
- 이사벨
- 떨어뜨리신 것 같아서요.
크리스탈, 이사벨에게서 받아들고
- 크리스탈
- 아닌데, 제 거 아니에요.
- 이사벨
- 아, 그럼 누구 거지?
- 크리스탈
- 글쎄요.
- 이사벨
- 시계 같은데, 좀 특이한 거 같아요. 안에 물이 들어 있어요.
- 크리스탈
- 신기하네요.
- 이사벨
- 물로 움직이는 시계인가 봐요.
- 크리스탈
- 그런 게 있나? 물시계는 엄청 큰 거 아니에요?
- 이사벨
- 글쎄요, 저도 처음 봐서…… 근데 엄청 예쁘네요.
크리스탈, 다시 그 무언가를 이사벨에게 내밀며
- 크리스탈
- 가지세요.
- 이사벨
- 네? 제 것도 아닌데,
- 크리스탈
- 주우셨잖아요.
- 이사벨
- 그래도, 주인이 찾으러 올 수도 있잖아요.
- 크리스탈
- 그럼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참 기다려도 안 오면 가지세요.
- 이사벨
- 그럴까요?
이사벨, 크리스탈에게서 그 무언가를 받아든다.
- 크리스탈
- 같이 기다려드릴게요.
- 이사벨
- 감사합니다.
- 크리스탈
- 뭘요.
두 사람, 그렇게 한참을 함께 있고
파도 소리 계속 들린다.
스텔라, 멀리서 다가오며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이사벨에게
- 스텔라
- 어? 그거 제거예요.
- 이사벨
- 아, 여기요.
이사벨, 스텔라에게 건넨다.
- 스텔라
- 감사합니다. 못 찾을 줄 알았는데,
- 크리스탈
- 조금만 더 늦었으면 아마 그랬을 거예요. 주인이 오지 않으면 이 분이 가져갈 생각이었거든요.
- 이사벨
- 아니에요. 계속 기다릴 생각이었어요.
- 크리스탈
- 꽤 오래 기다렸어요.
- 스텔라
- 감사합니다.
- 크리스탈
- 배고파서 포기하고 가버릴 뻔했어요.
- 스텔라
- 감사의 의미로 제가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 크리스탈
- 영광입니다.
- 스텔라
- 별 말씀을요.
이사벨, 스텔라의 무언가를 계속 바라보며
- 이사벨
- 이거 물시계 맞죠?
- 스텔라
- 네, 맞아요. 바닷물을 넣으면 돼요.
크리스탈, 이사벨을 툭 치며
- 크리스탈
- 갖고 싶다고 말해요. 주인이 오지 않으면 갖기로 했잖아요.
- 이사벨
- 주인이 왔잖아요.
- 크리스탈
- 안타깝게도?
- 스텔라
- 저한테는 다행인 거죠?
- 이사벨
- 죄송합니다.
- 스텔라
- 갖고 싶으세요?
- 이사벨
- 아니에요.
- 크리스탈
- 솔직히 말해요.
- 이사벨
- 자꾸 왜 그래요?
스텔라, 이사벨에게 물시계를 건넨다.
- 스텔라
- 가지세요.
- 이사벨
- 저 주시는 건가요?
- 스텔라
- 바닷물이어야 해요. 다른 물은 안 돼요. 꼭 바닷물.
- 이사벨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사벨, 물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 크리스탈
- 그럼 식사 대접을 누가 해야 하는 거죠?
- 이사벨
- 당연히 제가 해야죠. 이것도 주셨는데,
- 스텔라
- 괜찮아요.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 이사벨
- 그래도 제가 꼭 보답하고 싶어요.
- 스텔라
- 한 번 잃어버렸던 거고, 두 분 아니었으면 다시 찾지도 못했을 거잖아요.
- 이사벨
- 그렇긴 하지만,
- 스텔라
- 저도 어차피 주운 거예요. 얼마 전에 여기에서요.
- 크리스탈
- 그럼 진짜 주인이 아니었네요?
- 스텔라
- 진짜 주인이라…… 그런 셈이죠.
크리스탈, 이사벨을 가리키며
- 크리스탈
- 이제 진짜 주인은 이 분이신 건가요?
- 이사벨
- 저도 제가 진짜 주인 같지는 않아요. 방금 받은 거니까요.
- 크리스탈
- 그럼 이 물시계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요?
- 스텔라
- 글쎄요.
- 이사벨
- 그 말을 들으니 제가 이걸 진짜 가져도 되나 싶어요.
- 스텔라
- 당연히 가져도 되죠. 제가 드린 거잖아요.
- 이사벨
- 하지만 그쪽이 진짜 주인은 아니잖아요. 진짜 주인도 아닌데, 마치 제 것처럼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세 사람, 생각에 잠긴다.
- 크리스탈
- 그럼 기다릴까요?
- 스텔라
- 뭘요?
- 크리스탈
- 여기에서 주우셨다고 하셨잖아요. 진짜 주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 셋이 같이 기다려요.
- 스텔라
- 기다리면 올까요?
- 크리스탈
- 진짜 주인이라면 오겠죠.
- 이사벨
-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진짜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요.
- 스텔라
- 도대체 그게 왜 궁금한 거예요? 그냥 그쪽이 가지면 되잖아요.
- 이사벨
- 찝찝하잖아요.
- 스텔라
- 진짜 주인이 와서 다시 달라고 하면 어쩌시려고요?
- 이사벨
- 드려야죠. 진짜 주인이니까.
- 스텔라
-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저도 동참할게요.
세 사람, 기다리기 시작하면
- 크리스탈
- 밥은 어떻게 하지요?
- 스텔라
- 제가 먹을 걸 사올게요. 두 분은 기다리고 계세요.
- 이사벨
- 아니에요. 제가 사올게요. 이것도 주셨는데,
- 스텔라
- 아직 완전히 소유하신 게 아니잖아요.
- 크리스탈
- 그럼 두 분이 같이 다녀오세요. 제가 여기에서 이 물시계를 지키고 있을게요.
- 이사벨
- 물시계를요?
- 크리스탈
- 왜요?
- 이사벨
- 제가 가지고 가고 싶어서요.
- 크리스탈
- 기다리기로 했잖아요.
- 스텔라
- 뭐가 문제인 거죠?
- 이사벨
- 물시계요. 전 제가 가지고 있고 싶어서요. 잠시 동안이라도,
- 크리스탈
- 진짜 주인이 나타나면 주기로 했잖아요.
- 이사벨
- 그건 좀 있다가…… 그 분이 나타났을 때, 다시 이야기해볼 일이고요.
- 크리스탈
- 물시계를 들고 밥 사러 갔다가 진짜 주인이 오면 어떡해요?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저를 보고 물시계를 찾으면요? 여기에서 물시계 못 보셨나요? 하면요.
- 스텔라
- 그래요. 두고 가요.
이사벨, 머뭇거린다.
- 크리스탈
- 혹시 이거 갖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예요? 그럼 그냥 가지세요. 주인 기다리지 말고.
- 이사벨
- 그건 아니지만, 잠시 동안이라도 다시 잃어버리고 싶진 않아서요.
- 크리스탈
- 제가 지키고 있을 거라니까요.
- 이사벨
- 그게……
- 크리스탈
- 저를 못 믿으시겠다는 말씀인가요?
- 이사벨
- 죄송해요.
- 스텔라
- 그럴 만 해요. 저도 그러다가 물시계를 잃어버린 거예요.
- 이사벨
- 여기에 떨어뜨리신 거 아닌가요?
- 스텔라
- 아니요. 누군가에게 맡겼던 거예요.
- 이사벨
- 주웠다고 하지 않았어요?
- 스텔라
- 주워서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 분이 오셔서 자기 물시계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잠시 맡겼다가 잃어버렸어요.
- 크리스탈
- 그럼 이 물시계의 주인이 바로 그분이라는 거죠? 처음에 물시계를 가지고 있었던?
- 이사벨
- 그분이 확실한가요?
- 스텔라
- 글쎄요. 그분 말로는 그랬어요.
- 이사벨
- 느껴지지 않았나요? 진짜 주인이라는 것이,
- 스텔라
-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아무래도 그 사람 같아요.
- 크리스탈
- 그럼 그 사람이 오면 제가 그 사람에게 이 물시계를 꼭 전해줄게요.
- 이사벨
- 전해주신다고요?
- 스텔라
- 누군지 알고요? 얼굴 모르시잖아요.
- 크리스탈
- 그러니까 얼른 다녀오세요.
스텔라, 가려하는데
이사벨, 여전히 머뭇거린다.
- 크리스탈
- 다들 배 안 고파요?
- 스텔라
- 그럼 다녀올게요.
- 이사벨
- 물시계…… 잘 지켜주세요. 그리고 좀 기다려주세요. 혹시 진짜 주인이 와서 바로 가져간다고 해도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주세요. 밥도 넉넉하게 사올게요. 그러니 같이 먹자고 해주세요.
- 크리스탈
- 얘기는 해볼게요. 그 사람이 괜찮다고 하면요.
- 스텔라
- 어서 가요.
스텔라, 재촉하고
이사벨, 따라 가면서 계속 뒤돌아보며 물시계를 바라본다.
남은 크리스탈, 한참을 그렇게 물시계를 지키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메이, 크리스탈에게 다가와서
- 메이
- 여기에서 뭐하세요?
- 크리스탈
- 네?
- 메이
- 아까부터 계속 여기에 계신 것 같아서요.
- 크리스탈
- 저를 보고 계셨어요?
- 메이
- 저쪽에서요.
- 크리스탈
- 아, 누굴 좀 기다리고 있어요.
- 메이
- 누구를요?
- 크리스탈
- 어, 그러니까……
- 메이
- 혹시 그 물시계 어디에서 나셨어요?
- 크리스탈
- 주인이세요?
- 메이
- 제 물시계 같기는 해요.
- 크리스탈
- 지금 이 물시계 주인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 메이
- 한 번 봐도 될까요?
크리스탈, 메이에게 물시계를 건네준다.
- 메이
- 제 물시계가 맞는 것 같아요.
- 크리스탈
- 주인이시구나! 드디어 찾았네요. 한참 기다렸어요.
- 메이
- 근데 이거 어디에서 나신 거예요?
- 크리스탈
- 어떤 분이 주인인 줄 알았는데 그 분도 주운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 메이
- 아, 그랬구나.
- 크리스탈
- 근데 그 분이 누군가에게 맡기셨다가 또 잃어버리셔서, 그 누군가는 이 물시계의 주인이었던 분이고요. 근데 진짜 주인이 또 이렇게 나타났고…… 어쨌든 이걸 또 다른 분이 주워서 가지고 있다가 잠시 주인이었던 분도 만나고 이렇게 진짜 주인도 만났네요.
- 메이
- 엄청 돌아다니다가 다시 제 손으로 들어온 거네요. 잘 갖고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 크리스탈
- 저야 뭐 잠깐 지킨 것뿐인데요, 뭐.
- 메이
- 감사합니다.
- 크리스탈
- 아닙니다. 다신 잃어버리지 마세요.
- 메이
- 그럼 전 이만.
메이, 물시계를 가지고 떠나려는데
- 크리스탈
- 잠시 만요.
- 메이
- 네?
- 크리스탈
- 사실 아까 말씀 드린 분들이, 그러니까 이 물시계를 한 번씩 소유했던 분들이, 지금 밥을 사러 갔거든요. 곧 올 거니까 같이 좀 기다려주시겠어요?
- 메이
- 네? 왜요?
- 크리스탈
- 그분들이 물시계 주인을 엄청 궁금해 했거든요.
- 메이
- 글쎄요. 제가 지금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 크리스탈
- 잠깐이면 돼요. 간지 꽤 됐거든요.
때마침 이사벨과 스텔라, 오고 있다.
엠마도 함께 오고 있다.
- 크리스탈
- 어? 저기 오네요.
크리스탈, 손 흔들며 소리친다.
- 크리스탈
- 주인 찾았어요!
스텔라, 역시 소리치며
- 스텔라
- 주인 찾았어요! 이 분이 주인이에요!
엠마, 먼저 와서 메이의 물시계를 바라본다.
- 엠마
- 제 물시계예요!
- 메이
- 그럴 리가요, 이건 제 물시계예요!
스텔라, 엠마를 가리키며
- 스텔라
- 이 분이 제가 아까 말했던 분이에요.
엠마와 메이, 물시계를 가지고 옥신각신한다.
- 이사벨
- 어떻게 된 걸까요?
- 크리스탈
- 그러니까 지금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두 분인 거네요.
- 스텔라
-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 엠마
- 제 거라니까요.
- 메이
- 분명히 제 거예요.
- 이사벨
- 여러분, 잠시 만요. 제 생각엔 이 물시계를 가장 아끼는 사람이 주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 물시계가 제 물시계가 될 수도 있었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진심으로 이 물시계를 아꼈거든요.
- 크리스탈
- 그건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 이사벨
- 그리고 정말 아끼는 거라면,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 엠마
-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럼 제가 이 물시계를 아끼지 않아서 잃어버렸다는 건가요?
- 메이
- 제가 이 물시계를 얼마나 찾았다고요! 그러니까 보자마자 딱 알아본 거고요.
- 스텔라
- 저도 이 물시계를 잠시나마 소유했던 사람으로 이야기하는 건데요. 저한테 이 물시계 얘기를 해주고, 꼭 바닷물만 넣어야 한다고 말해주신 분은,
스텔라, 다시 엠마를 가리키며
- 스텔라
- 바로 이 분이에요.
- 엠마
- 맞아요. 이 물시계에는 꼭 바닷물을 넣어야 해요.
- 메이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기엔 그냥 아무 물이나 넣어도 돼요.
- 이사벨
- 아……
- 크리스탈
- 왜 그러세요?
- 이사벨
- 그냥 아무 물이나 넣어도 된다고 하니까 이 물시계의 매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서요.
- 크리스탈
- 그럼 그쪽은 이 물시계에 바닷물만 넣어야 한다고 해서 좋아했던 거예요?
- 이사벨
-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왠지 바닷물이 더……
- 스텔라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다섯 사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 크리스탈
- 제가 보기엔, 아무도 이 물시계의 진짜 주인은 아닌 것 같아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말에 동의하시는 건가요?
- 메이
- 사실…… 저도 주운 거예요.
- 이사벨
- 정말요?
- 스텔라
- 그럼 당연히 이분이!
- 엠마
- 저도 사실…… 누가 잠깐 맡기고 간 거였어요.
- 스텔라
- 네? 그럼 진짜 주인이 아니라는 건가요?
- 이사벨
- 그럼 이 물시계는 누구 거죠? 진짜 주인은 없는 거예요? 정말 누군지 모르는 거예요? 진짜 주인을 알게 되면 제가 가져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 크리스탈
- 그러지 말고, 어차피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는 거니까, 그냥 네 분 중에서 가장 갖고 싶은 분이 가지세요.
네 사람, 서로 눈치 본다.
- 스텔라
- 그쪽은요? 갖고 싶지 않아요?
- 크리스탈
- 전 괜찮아요.
- 이사벨
- 정말요?
- 크리스탈
- 네, 갖고 싶지 않아요. 대신 밥 좀……
- 스텔라
- 어머, 미안해요. 주인을 만나서 급하게 오는 바람에 밥을 못 사왔어요.
- 크리스탈
- 너무하네요. 그럼 저는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네 분이 알아서들 하세요.
크리스탈, 가려는데
- 이사벨
- 같이 해결하고 가야죠.
- 크리스탈
- 왜 제가 꼭 있어야 하죠?
- 이사벨
- 그거야……
- 스텔라
-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하실 수 있는 분이니까요.
- 엠마
- 그래요, 그쪽이 선택해줘요.
- 메이
- 맞아요. 내가 제일 먼저 만난 분도 그쪽이니까 가장 신뢰가 가네요.
- 크리스탈
- 저한테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그럼 다들 제 의견에 따라주세요.
- 스텔라
- 좋아요.
- 이사벨
- 그럴게요.
메이, 크리스탈에게 물시계를 다시 건네주며
- 메이
- 자, 어서 선택해주세요.
- 엠마
- 어서요.
크리스탈, 잠시 고민한 후 물시계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 크리스탈
- 다들…… 기다리세요.
- 메이
- 네?
- 크리스탈
- 주인을요.
- 엠마
- 누가 주인인지 모르잖아요.
- 크리스탈
- 그래도 주인이 있다면, 다시 찾으러 올 거잖아요.
- 메이
- 내가 온 것처럼요?
- 스텔라
- 내가 왔던 것처럼요?
- 이사벨
- 맞아요. 주인은 분명히 올 거예요.
- 엠마
- 아무도 오지 않으면요?
- 크리스탈
- 그래도, 기다려야죠. 올 때까지. 좀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다 못 참고 가시는 분도 계실 거고, 기다리다 진짜 주인이 나타나면 좋은 거고, 만약 주인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마지막에 남으신 분이 가져가면 되는 거예요.
- 이사벨
- 전 할 수 있어요. 아까부터 계속 그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 크리스탈
- 좋아요. 그럼 다들 동의하신 겁니다!
- 엠마
- 그래요.
- 메이
- 그렇게 해요.
- 스텔라
- 도대체 이게 왜 이렇게 중요한 일이 된 거죠?
- 크리스탈
- 그래도 기다리실 거잖아요.
- 스텔라
- 같이 기다리실 건가요?
- 크리스탈
- 네? 저는 가야죠.
- 스텔라
- 궁금하지 않으세요? 주인이 누군지.
- 크리스탈
- 그것보다 저는 배가 너무 고파서요.
- 엠마
- 그렇다면 제가 먹을 게 좀 있는데,
엠마, 크리스탈에게 먹을 것을 건네준다.
- 크리스탈
- 그럼 제가 떠날 수가 없잖아요.
- 이사벨
- 같이 기다려주세요.
크리스탈, 남고
다섯 사람, 함께 기다린다.
크리스탈은 엠마가 준 것을 먹고
다른 네 사람도 같이 먹는다.
- 엠마
- 물시계에 대한 전설 들어본 적 있어요?
- 이사벨
- 어떤 건데요?
- 엠마
- 저도 몰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 스텔라
- 그런 게 있을까요?
- 메이
- 글쎄요.
한참을 그렇게 함께 있다.
문득 엠마,
- 엠마
- 저는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메이
- 저도요.
- 이사벨
- 왜 벌써 간다는 거예요? 주인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 물시계를 갖고 싶지 않으세요?
엠마와 메이, 서로 눈 마주치며
- 엠마
- 사실 저희는…… 구경하던 사람들이에요.
- 메이
-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번 우겨봤어요.
- 스텔라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메이
- 어차피 주인도 없는 것 같고, 좀 우겨보면 될 것 같았거든요.
- 엠마
- 죄송합니다. 저희는 다시 자리로 돌아갈게요.
- 이사벨
- 어떻게 된 거예요? 직접 봤다고 한 건 뭐예요?
- 스텔라
- 그게…… 저도 확신이 안 서는데…… 아무래도 비슷한 분이셨나 봐요.
- 크리스탈
- 어떤 것도 확실한 게 없네요.
- 이사벨
- 그럼 이건 꼭 바닷물이어야 하는 건가요, 아닌 건가요?
- 메이
- 그건 저희도 잘 몰라요.
- 엠마
- 아마 바닷가 근처에 있었으니까 바닷물을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이사벨, 어리둥절하다.
엠마와 메이, 자리로 돌아간다.
- 크리스탈
- 이제 두 분 남았네요.
- 스텔라
- 아시다시피 저는, 꼭 갖지 않아도 괜찮아요.
- 이사벨
- 네?
- 스텔라
- 그냥 궁금했던 것뿐이에요.
- 크리스탈
- 그럼 가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 스텔라
-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이제 지쳤어요. 안녕히 계세요. 부디 꼭 주인을 만나게 되기를!
스텔라, 떠난다.
- 크리스탈
- 마지막 한 분이시네요.
- 이사벨
- 아……
- 크리스탈
- 왜 그러세요?
- 이사벨
- 갑자기 이 물시계가 불쌍해져서요. 아무도 찾으러 오지도 않고 아무도 적극적으로 갖겠다고 하지 않잖아요.
- 크리스탈
- 가지세요. 어차피 진짜 주인은 올 것 같지도 않네요. 이제 드디어 이 물시계의 주인이 되신 거예요.
- 이사벨
- 전 진짜 주인이 아니에요. 더 이상 이걸 갖고 싶지 않아요.
- 크리스탈
- 엄청 갖고 싶어 했잖아요.
- 이사벨
- 그냥 이렇게 완전히 소유하지 않고, 여기에 두고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 크리스탈
-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
- 이사벨
- 물시계를 갖고 있어주세요.
- 크리스탈
- 네? 이건 제 거가 아닌데요?
- 이사벨
- 그냥 가지고만 있어주세요.
- 크리스탈
- 계속 여기에 있으란 말인가요?
- 이사벨
- 아뇨. 자유롭게 마음껏 움직이셔도 돼요.
- 크리스탈
- 그렇다면 왜 제가?
- 이사벨
- 물시계에 대한 욕심이 없으니까 영원히 가지고 떠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크리스탈
- 여기에 계속 머물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 이사벨
- 아니에요. 전 떠날 거고 이제 이 물시계를 가지고 마음대로 하세요. 버리고 싶을 때 버리세요. 잃어버리고 싶을 때 잃어버리세요.
- 크리스탈
- 왜 그래야 하는 거죠?
- 이사벨
- 가지고 있긴 하지만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언제든 주인이 나타났을 때 줄 수 있고 누군가 갖고 싶어 할 때 줄 수 있잖아요.
- 크리스탈
-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떠나겠다는 말씀이시죠?
- 이사벨
- 네.
- 크리스탈
- 그럼 저 혼자 남게 되겠네요. 이 물시계와 함께?
- 이사벨
- 물시계를 잘 지켜주세요.
- 크리스탈
- 너무 큰 짐을 주고 가시네요.
- 이사벨
- 물시계를 만나러 꼭 다시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 크리스탈
- 네, 안녕히 가세요.
이사벨, 떠난다.
크리스탈, 혼자 남아
물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물시계를 집어 든다.
물시계를 가지고 떠난다.
파도치는 소리 들리고
한쪽에 메이와 엠마, 여전히 함께 앉아 있다.
- 메이
- 그래서 누가 주인인 거야?
- 엠마
-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지.
- 메이
- 찾을 수 있을까?
- 엠마
- 뭘?
- 메이
- 물시계 주인.
- 엠마
- 글쎄, 사라진 게 아닐까?
- 메이
- 그럴지도 모르지.
- 엠마
- 우리는 아니겠지?
- 메이
- 난 아닌데,
- 엠마
- 나도 아니야.
- 메이
- 궁금하네.
- 엠마
- 기다릴까?
- 메이
- 그럴까?
메이와 엠마, 계속 기다리며
-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