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바로가기

한여름 밤의 히치하이커

자기만족충만

박예지

제221호

2022.06.30

2022 [희곡]코너는 ‘다른 손(hands/guests)’, ‘다시 쓰기’, ‘자기만족충만’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됩니다.

‘자기만족충만’은 작가 스스로가 추구하는 사유 방식, 세계관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입니다.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지점들을 충만하다고 느낄 때까지 끈질기게 탐구합니다.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제와 형식을 작품을 통해 관철시키는 작가중심적 작품들을 만납니다.
등장인물
유월
20대. 여성. 일상에 지쳐 있다. 죽을 용기는 없고, 살아갈 자신은 없는 보통의 현대인. 평소 어디에선가 스쳐 지났을 법한 사람.
미정
70대. 여성. 호기심이 많다. 흔한 기성세대 어른 같으면서도 무모한 도전 정신이 있는,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할머니. 버스나 지하철에서 한 번쯤 만났을 법한 사람.

무대
한여름 밤, 도로 위.
유월과 미정은 차를 타고 있다. 차는 아주 현실적으로 표현될 수도, 아주 간단하게 표현될 수도 있다.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다. 무대는 비어 있을수록 좋다. 소리와 빛이 중요하다.


1장. 소나기

유월, 차를 운전하고 있다. 얼마 지지 않아 비가 쏟아진다. 유월은 급하게 갓길로 차를 댄다.
미정, 홀연히 등장한다. 유월의 차를 향해 히치하이킹 신호를 보낸다. 유월은 미정을 모른 척하려 한다. 하지만 이내 차에서 내려 미정에게 간다.
유월
타세요.
미정
고마워요.
유월과 미정, 함께 차에 오른다. 유월은 히터를 틀어두고 운전대 위에 엎드린다. 미정은 신기한 듯 차창 밖을 보다가, 차 내부를 보다가, 유월을 본다.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빗소리만 가득하다.
미정
태워 줘서 고마워요. 꼼짝없이 물에 빠진 생쥐가 되는 줄 알았는데.
유월
아, … 아니에요. 비가 많이 오니까.
미정
나 때문에 이거, 여기 다 젖겠네. 미안해서 어째요.
유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미정
휴지로는 안 닦이겠죠?
유월
네에. 그냥 두세요.
미정
이거 원. 갑자기 이렇게 쏟아져서는, 사람 곤란하게…….
사이.
미정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어디 가고 있었어요?
유월
가다 보니 비가 온 거예요. 비가 오는데 가려고 한 건 아니고…….
미정
이쪽으로 쭈욱 내려오던 거였으면, 꽤 멀리서 온 것 같은데.
유월
그렇게 멀리서 오지는 않았어요.
미정
그러고 보니, 오늘이…
미정, 손가락을 헤아리며 날짜를 가늠해 본다.
미정
아이고, 그래. 내일 출근 안 해요?
유월
…… 안 해요.
미정
대학생이에요?
유월
아니요.
미정
그래. 학생은 아닐 것 같았어. 무슨 일 해요?
유월
일, 안 해요.
미정
아하. 그럴 수 있지. 그럼 무슨 일 하고 싶어요?
유월
글쎄요.
정적. 유월, 미정의 눈치를 슬쩍 살핀다. 작게 한숨을 삼킨다.
유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미정
하긴, 요새 젊은이들은 다들 바쁘다고 하데. 뭐어. 그래도 다 어떻게든 먹고 살 거예요. 나가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유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정
그러고 보니 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유월
아……. 유월이요.
미정
이름 예쁘네. 난 미정이에요.
유월, 또 한 번 어색하게 웃으며 미정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창 밖을 쳐다본다. 미정은 그런 유월에게 계속해서 시선을 둔다.
미정
비 내리는 거 좋아해요?
유월
아니요. 별로.
미정
계속 보고 있길래.
유월
딱히 할 것도 없으니까요.
미정
요즘에는 그, 뭐야. 에이에스엠알인가 하는 걸로 많이들 좋아한다던데. 소리 듣는 거.
유월
소리는 상관없는데 젖는 게 싫어서요.
미정
거추장스럽긴 하지. 나도 썩 좋아하지는 않아요. 근데 가끔은 반가울 때가 있어요. 한창 후덥지근하다가, 갑자기 비가 싹 내리고 나면 시원해지니까.
유월
네…….
미정, 차 안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린다. 유월, 그런 미정이 신경 쓰이는 듯 의식한다. 하지만 별다른 말을 건네지는 않는다. 잠시 빗소리 이어진다.
미정
우리 이러고 있지 말고, 음악이라도 트는 거 어때요?
유월
시끄러운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미정
그럼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되지.
유월
음악이 어떻게 조용할 수가 있어요.
미정
에이. 음악이라고 다 똑같은 음악인가.
유월
음악이 다 똑같죠, 뭐.
미정
아닌데. 아가씨 쳇 베이커 알아요?
유월
아니요.
미정
그 사람 노래가 참 좋아요.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한 번 검색해 볼래요? 체트, 베이커.
미정,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유월에게 눈짓한다. 유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충 검색을 해본다. 미정, 그 모습을 옆에서 건너다 본다.
미정
어어, 맞아요. 그 사람. 그중에서도 아이브 네버 빈 러브 비포. 그게 제일 좋아요.
유월
음. 아이브 네버 빈 ‘인’ 러브 비포요.
미정
응. 그거요. 아유, 발음도 좋네. 한 번 들어봐요.
유월
네. 나중에 들어볼게요.
미정
나중에 또 언제 이런 운치 있는 날에 음악을 들어보겠어요.
유월
비야 또 내릴 테니까요.
미정
차에서, 비 오는 날 아무것도 안 하고 이렇게 있을 날이 또 언제 있겠어. 집에서 불 꺼놓고 듣는 거랑은 차원이 틀릴 거예요. 장담해요. 아이, 어차피 따로 할 것도 없잖아요. 속는 셈 치고 한 번 들어 봐요.
유월, 차에 핸드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Chet Baker –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흘러나온다. 미정, 눈까지 감고 음악에 푹 빠진다. 유월, 다시 운전대 위에 엎드린다.
미정
아, 좋다. 어때요?
유월
막 엄청 시끄럽진 않네요.
미정
그래도 나름 후한 평가네요. 이 노래는 가사가 참 좋아요.
유월
사랑 노래는 대부분 낭만적이니까요.
미정
맞아요. 근데 이게, 뭐랄까… 어쩐지 나한테 하는 말 같더라고요.
유월
… 제목만 봐서는 그런 노래일 것 같지는 않은데요.
미정
그쵸! 근데 신기하게 그렇게 들리더라니까. 왠지 꼭 내가 나한테 하는 말처럼.
유월
그럴 수 있죠.
유월, 어색하게 의례적인 웃음 띄운다. 미정, 작게 미소 짓는다. 노래 계속 흘러나온다.
미정
오늘처럼 비가 엄청나게 내리는 날이었는데, 장을 봐오는 길에 갑자기 쏟아진 거예요. 우산도 없고. 하필이면 야채를 바리바리 사 들고 가는 길이었는데. 다 시들시들해지는 걸 보니까 마음이 덜컥 하는 거야. 급한 대로 어느 가게 차양 아래에 잠깐 들어갔어요.
미정, 잠시 말을 멈추고 유월이 있는 쪽을 본다. 유월, 엎드린 채 미동도 없다. 미정은 잠시 꿈을 꾸는 듯 그때의 생각에 잠긴다.
미정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몰랐는데, 웬 노래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축음기가 안에 있었나 봐. 근데 그 노래가 어찌나 좋던지. 그때는 이렇게 가사가 잘 들리지도 않았어요. 근데 그걸 어떻게든 들어보겠다고 용을 쓰면서… 그래도 내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았거든. 언덕을 두세 개씩 넘어가면서 학교에 다녔어요. 처음에는 길도 없었는데 다니다 보니까 길도 생기고 그랬어.
미정, 천천히 일어나서 느긋하게 산책하듯 걷는다.
미정
하여튼, 그래서 더듬더듬 가사를 기억해다가 나중에 레코드 가게 주인한테 물어봤어요. 그게 이 노래였어요. 나중에 레코드판을 샀는데, 아 글쎄 그때 들었던 그 맛이 안 나데. 오늘은 그때처럼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혹시나 싶길래. 들어보자고 했어요.
미정, 선율을 따라 흥얼거리다가 점차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미정이 춤을 추는 동안 그는 꼭 차 안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는 것만 같다. 유월은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 춤추는 미정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노래가 끝나고, 미정은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미정
아이고, 좋다. 다른 노래도 들어봐요. 나중에.
유월
네.
미정
내가 너무 말이 많았죠?
유월
아니에요.
미정
이 나이 먹으니까 자꾸 말을 하게 돼.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나는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고 그래. 시간이 아까운가 봐요. 침묵은 금이라는 말도 있는데, 난 모르겠어. 목 아껴 놨다가 뭐 할 거야. 죽으면 어차피 말도 못 할 텐데.
유월, 미정의 마지막 말에 움찔한다.
미정
근데 요새 젊은이들은 말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유월
제가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요. 죄송해요.
미정
아이고, 아가씨한테 뭐라고 한 게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에요. 뭔가… 반가움이라는 게 없어. 인사를 해도 떨떠름하다고 해야 하나.
유월
모르는 사람이면 아무래도 그렇죠.
미정
세상이 험해져서 그런가?
유월
그런 것도 있고요.
미정
하긴. 요새 세상 참 무서워요. 나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유월
그런가요.
다시 찾아온 정적. 미정은 백미러에 달려 있는 십자가를 본다.
미정
교회 다녀요? 아니면 성당?
유월
둘 다 안 다녀요.
미정
절 다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유월
그냥… 종교 안 믿어요.
미정
그럼 이건 뭐예요?
유월
예전에 엄마가 달아두신 거예요.
미정
그럼 엄마가 다니시는구나.
유월
…… 네.
미정
보통 부모님이 다니시면 자식들도 다니지 않나? 데려가지 않아요? 막, 태어나면서부터 세례도 받고.
유월
세례는 안 받았는데 어릴 때 잠깐 따라다니긴 했어요.
미정
으음. 싫어했구나?
유월
그냥, 뭐…….
미정
엄마는, 그 뭐냐. 신실하신 편이에요?
유월
네에.
미정
종교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렇지 않아요?
유월
글쎄요. 별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미정
우리 엄마는 절에 다녔는데, 그렇다고 부처님을 믿었느냐. 그건 또 아니었거든요.
유월
그럴 수가 있어요?
미정
그러니까요. 웃기죠? 진짜 신 같은 게 있었으면 우리가 이러고 있겠냐! 하면서. 그래도 절에는 꼬박꼬박 갔어요. 마음이 편해진다나.
유월
……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셨어요?
미정
난 아니었고, 우리 엄마는 그랬대요. 아니, 그래 보였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래서 생각했지. 아, 저건 일종의… 여분 동아줄 같은 거구나.
유월
여분 동아줄이요?
미정
내 목숨줄은 아닌데 붙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거요.
유월, 자기도 모르게 작게 웃음 터뜨린다.
미정
아이고, 곱네.
유월
네?
미정
웃으니까 어쩜 이리 고와요?
유월
아, …… 감사합니다.
미정, 흐뭇하게 유월 바라본다. 유월, 머쓱한 듯 입을 다문다.
미정
우리 엄마는 절에 가면 꼭 나에 관한 기도를 했어요.
유월
저희 엄마도요.
미정
엄마들은 다 그런가? 우리 딸 꼬옥 좋은 데 시집가게 해주세요. 내 손을 꼭 붙들고 그러더라고요.
유월
… 저희 엄마는 꼭, 좋은 대학 가게 해달라고. 좋은 직장 가게 해달라고 그러셨어요.
미정
아유. 엄마들은 다 어딜 그렇게 보내려고 하는지 몰라.
유월, 또 다시 웃음 터진다. 이번에는 미정도 함께 웃는다.
미정
어딜 보내겠다는 그 말이, 난 더 갑갑하게 느껴져서. 너무 싫더라고요.
유월
저도요.
미정
그래서 하루는 내가 집을 나왔어요. 몰래.
유월
네?
미정
그리고 아가씨처럼 그냥 막 떠났어요. 이렇게 한밤중에. 비는 안 왔지만.
유월
어디로… 가셨는데요?
미정
부산이요. 바다 보러요. 거긴 뻥 뚫렸잖아요. 사실 그전까지는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
유월, 가만히 미정을 바라보며 미정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미정
바다에서 해 뜨는 게 너무 보고 싶었어요. 속이 답답하니까 그런 게 보고 싶더라고. 근데, 기차를 탔는데 가슴이 너무 둥당거리는 거야. 나쁜 짓 하고 있는 것마냥. 근데 사실 이게 나쁜 짓은 아니잖아요. 뭐, 나도 다 컸는데 혼자 여행 좀 다녀올 수도 있지. 근데 한 번도 안 해본 짓을 하려니까 애간장이 아주 그냥 홀라당 녹아버리데.
빗소리, 점차 파도 소리로 바뀐다.
미정
근데 막상 바다를 보니까, 아무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냥, 마냥 좋았어.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파도 소리, 다시 서서히 빗소리로 바뀐다.
미정
나중에 돌아와서는 엄마한테 손바닥으로 궁둥이를 두 대나 맞았지만.
유월
어쩜 그렇게 다이나믹하게 사셨어요.
미정
그런가?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유월,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다. 손을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운전한다.
유월
이번엔… 어디로 가실 거예요?
미정
딱히 그런 건 없어요.
유월
네?
미정
어디든, 어떻게든 가볼 거예요.
유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미정 바라본다. 미정, 그저 웃고 있다.
미정
그러고 보니 아가씨 얘기는 들은 게 없네.
유월
…….
미정
유월 씨 이야기가 궁금해요.
유월, 뭐라도 생각해내려는 듯 입술 달싹인다. 하지만 떠오르는 게 없다.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연다.
유월
저는… 별로 재밌는 이야기가 없는데요.
미정
언젠가 지금이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미정, 여상한 얼굴로 차창 밖을 바라본다. 유월은 미정을 바라본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그렇게 있는다.
먼 곳에서 천둥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차가 멈춘다. 미정과 유월 깜짝 놀란다. 유월은 차에서 내려 상황을 살피러 간다. 그리고 잠깐 새에 흠뻑 젖은 채 돌아온다.
유월
펑크가 났나 봐요. 어떡하지. 여기 그냥 도로인데. 비도 많이 오고, 끌고 갈 수도 없는데…
미정
아이고. 아가씨, 괜찮아요? 어디 봐. 다 젖었네.
미정, 유월의 젖은 머리칼과 어깨를 툭툭 털어 준다.
미정
진정하고, 보험사. 그래. 보험사에 전화해요. 아, 그 전에 여기 위치부터 알아보고. 지도 검색해봐요.
조명 잠시 어두워진다. 빗소리 거세진다.
다시 조명 밝아지면 유월과 미정 앉아 있다.
유월
죄송해요.
미정
응? 아가씨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유월
그냥, 바퀴 펑크 난 것도 그렇고…
미정
아이, 아가씨가 일부러 터뜨렸나. 괜찮아요. 이런 일도 있는 거지.
유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요.
미정
다 괜찮아요. 사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은 성립이 안 되거든.
유월
네?
미정
내 맘대로 안 된다 뿐이지, 사실 뭐든지 다 어떻게든 되어가고는 있으니까요.
유월
…… 그래도요. 저 바보 같죠. 아까도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미정
그렇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다니까. 뭐, 죄다 알아서 척척 잘하면 그게 로봇이지 사람인가.
미정, 유월의 손을 가져다가 꼬옥 쥐고 토닥인다.
미정
나는 이제 가볼게요.
유월
네? 지금요?
미정
지금.
유월
이렇게 갑자기, 아니… 어디로요? 어떻게 가시려고요? 조금 있으면 보험사에서 사람 올 테니까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아직 많이 어둡고 비도 많이 오는데,
미정
어디로든, 어떻게든 갈 거예요. 걱정 말아요.
유월, 혼란스럽고 걱정 가득한 얼굴이다. 하지만 미정에게 선뜻 말을 건네지 못한다. 미정은 가방에서 귤을 하나 꺼내 그런 유월에게 건넨다.
유월
귤…….
미정
고마웠어요.
유월
감사합니다. … 조심하셔야 해요. 꼭이요.
미정
유월 씨도요.
미정, 차에서 내린다. 차창을 통해 유월에게 손 흔든다. 유월도 마주 손을 흔든다. 미정은 떠난다.
잠시 후, 보험사에서 사람이 다녀간다. 유월은 미정 없이 다시 차를 몬다. 유월, 음악을 튼다. Julie London – Fly me to the moon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빗소리 잦아든다. 유월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음악소리 점점 커진다. 어느새 해가 뜨고 유월의 얼굴에는 이른 아침의 평온이 깃든다. 출발할 때와 달리.
서서히 암전. 암전 후에도 음악은 한동안 이어진다.
음악소리 잦아든다.
막.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좋아요 선택 버튼

박예지

박예지
한여름 밤의 소나기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 잠시 지나가기를

from. 결국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
poohreuming@naver.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