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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적인 연극의 담론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한윤미X성수연 누가, 언제, 어디서

성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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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왜]는 배우이자 창작자인 성수연이 진행하는 대화입니다.
동시대 창작자들이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작업하며, 그 일을 왜 하는지 들어봅니다.

창작자들의 작업과 일상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A라는 작업의 영향을 받아, 일상에서 계단을 유심히 보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 일상은 B라는 작업에 반영되기도 했고요.
창작작업을 한다는 것은 내가 작업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은 즉각적으로, 혹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나의 생각과 입장이 되어 나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과거의 어떤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까요? 지금 나의 어떤 생각들이 가까운 미래의 나를 만들게 될까요? 창작자 한윤미 님과 대화를 나눈 기록입니다.

성수연
한윤미 연출님과 ‘작업과 일상의 연결’에 대해 대화해 보고 싶었다. 나는 연출님이 작업의 내용과 삶의 내용을 거의 일치시키는 창작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생각들을 어떻게 작업에 반영하는지, 작업을 통해 생각의 변화를 겪으면 그것을 또 어떻게 일상으로, 다시 작업으로 이어가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보니 ‘한윤미’라는 한 사람 자체의 과거, 현재, 미래가 궁금해지더라. 이 사람이 애초에 왜 예술을 시작했고, 어떤 변화들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다음을 또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그러므로 클리셰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보겠다. 예술을 왜 시작하게 되셨나(웃음).
한윤미
와우(웃음) 클리셰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학교 때, 친구가 연극동아리에서 하는 연극 공연1)을 보러 갔었는데 재미있었다. 얼마 후 나도 그 동아리에 나가며 연극을 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했다(웃음).
성수연
(웃음) 친구 따라 동아리에. 두 번째 클리셰 질문이다. 관련 학과에 진학했나?
한윤미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람을 좋아했다. 과거형 아니고(웃음). 과거형 아니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웃음). 그래서 임상 심리 전문가가 되려고 대학 진학 후 복수전공으로 심리학을 했다. 3학년을 마치고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대학에서 극회 활동을 했는데, ‘이 극회는 해외를 나가지 않는 한 공연을 계속해야 되는 곳이구나’라고 1학년 때부터 느꼈기에 해외에 나갔다(웃음). 그리고 그곳에서 심리학을 계속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다녀오자마자 극회 공연에 배역이 하나 비었다고 해서 급히 들어가게 됐고, 그러다 보니 세트 만들고 있고, 어쩌다 보니 그해 여름에 연출을 하고 있고, 수업은 다 셰익스피어를 듣고 있고…(웃음). 그러다 보니 졸업 때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다시 연극을 하는 것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졸업 후 아르코공연예술아카데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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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미
성수연
워낙 색깔이 뚜렷한 작업들을 하시니까 작업을 시작하신 배경이 전혀 다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연극으로 시작하신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한윤미
<굿닥터> 같은 ‘연극’들로 시작했다(웃음). 아르코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는 연기·춤과를 다녔는데(웃음), 연출을 하려면 연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연기·춤과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연출과랑 연기·춤과가 수업을 계속 같이 들었기 때문에 그때 많은 것들을 배웠다.
성수연
보이스 작업을 오래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아르코공연예술아카데미 졸업 후 바로 하신 것인가?
한윤미
아르코공연예술아카데미 재학 중 ‘보이스씨어터 몸mom소리’의 김진영 연출님을 처음 만나서 보이스를 배웠다. 내 몸이 움직이는 대로,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어떤 소리들을 내고, 그 소리들을 들으면서 따라가는 것이 기본적으로 좋았다. 그러다 연출님의 작업에 참여하고, 그렇게 조금씩 보이스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보이스 작업을 하는 것도 좋았고, ‘보이스씨어터 몸mom소리’나 ‘비주얼씨어터 꽃’과 같은 1인 극단 체제, 한 사람이 연출도 하고 퍼포밍도 하며 전체를 운용하는 팀의 작업방식이 궁금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연기나 연출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둘 다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작업들이 궁금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은 사실상 없다는 결론을 갖고 있긴 하다.
성수연
그럼 ‘바람 컴퍼니’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게 된 것인가?
한윤미
그렇다.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던 팀이었는데 처음에는 ‘바람 컴퍼니’라는 이름이 아니었다. 하다 보니 너무 흔한 이름인 것 같아,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성수연
원래는 어떤 이름이었나?
한윤미
‘공동 창작 모둠 판PAN’. 초창기엔 여럿이서 함께 했는데, 지금은 작업을 그만둔 사람도 있고 계속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작업을 아주 많이 하진 않았다. 생계를 유지하며 틈틈이 하는 정도로. 그러다 2017년에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실현하기 어려웠던 어떤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거리예술창작센터에 ‘거리예술 넥스트’라는 프로그램이 처음 생겼을 때, 그런 작업 계획을 제출했다. 강제성을 좀 붙여서라도 실행을 해보기 위해서.
성수연
맞다. 가끔 어떤 강제성이 일을 추진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작업들이었나.
한윤미
그때 <고기, 돼지>의 쇼케이스를 했다. 그 프로그램 안에서 여러 작업들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고기, 돼지>였고, 또 ‘연희집단 갱’의 창작자 김기영과 함께 만든 <입을 대다>가 있었다. 둘 다 그 당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성수연
<입을 대다>는 어떤 이야기인가?
한윤미
외모 품평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쉽게 말해서. ‘입을 댄다’는 것은 ‘말을 한다’는 의미로, 말의 무게와 감각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뭐든, 칭찬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으니 본인이 말했던/들었던 평가의 언어를 포스트잇에 써서 사람의 몸 그 부분에 갖다 붙이게 하는 작업이었다. 몸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정말 그 몸에 입을 갖다 대는 것만큼의, 즉 실제로 접촉하는 것만큼의 무게가 있는 일이라는 것을 함께 감각하고 싶었다. 나중에는 각자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포스트잇을 떼어내는데,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느끼고, 그것들을 좀 털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터 페미니즘일까(웃음)?
성수연
2017년부터 현재의 한윤미 연출님이 하고 계신 작업의 방향들이 정해지기 시작한 것 같은데, 2017년에 대체 무슨 일이(웃음)? 현재 페미니스트이시고, 어느 정도로 공개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비건이시고.
한윤미
퀴어이기도 하다. 이 모두 공개적이다. 처음 연극in에 글을 쓸 때 자기소개에 썼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나한테는 그것이 커밍아웃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굳이 막 요란하게 뭔가를 하는 성격은 못되고, 자기소개는 자기에 대해 쓰는 곳이기도 하니까 ‘그래, 나 원래 이랬는데 뭐. 어차피 아무도 신경 안 쓸 텐데’ 이런 마음으로(웃음).
성수연
스무스하게(웃음)?
한윤미
강하게 드러내지 않았어도 ‘여기 있다’, ‘존재하고 있다’, ‘없지 않다’, 이런 느낌? 우리가 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지금은 어딘가에 글을 쓰거나 자기소개를 써야 할 때 이렇게 소개한다. 소개하기 편하기도 하고(웃음).
성수연
2017년이면 연극계 미투 이전이다. 물론 페미니즘 작업을 하던 분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2018년 연극계 미투 이후에 많은 것들을 새로 인식하며 본격적으로 작업에 반영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나도 그렇고. 그냥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적 시각을 갖게 된 분들도 있겠지만, 어떤 계기가 정확하게 있어서 영향을 받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연출님은 어떠셨나.
한윤미
나에게 가장 큰 계기는,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2016년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었다. 그 이후에 페미니즘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대를 나왔고, 인생의 거의 모든 순간 커트 머리였다. 머리가 짧고 체격도 있는 편이라서인지 많은 여성들이 쉽게 당하던 일들을 별로 당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런 만큼 무딘 면이 있었다. 페미니즘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대학로에 있는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하는 강의들을 들었다. 주옥같은 강의들이었다. 입문 과정을 들은 것이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페미니즘은 학문이고, 정말 어떤 면에선 ‘배워야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곳에서 그런 훌륭한 강의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2017년 즈음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동아리에서 연극을 할 땐 동아리라는 것이 그렇듯 연극이 마치 과업에서,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허락된 시간처럼 느껴졌고, 아무거나 다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현실이랑은 좀 먼 이야기들을 연극으로 했었고. 공연 작업을 직업으로 선택하며 점점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업인으로서의 내 이야기, 생활이랑 붙어있는 내 이야기를 작업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환상 속에서 즐겁고 재미있고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2017년 즈음 생각을 정리할 때, 그냥 내 이야기가 아니라 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불편한 것들 혹은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어떤 것들을 작업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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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나도 연극 처음 시작하고 연기 처음 시작할 때는, 내 현실이 아닌 것들을 하는 일에 매료됐었던 것 같다.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맡은 인물의 비극적 현실을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그게 진짜 내 현실은 아니기에 다시 내 현실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삶에 대한 진한 감각 같은 것들이 이상하면서도 좋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 나의 생각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업들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어려웠다. 내가 왜 내 이야기를 해야 될까 싶기도 했고.
한윤미
‘거기서까지 내 얘기를 해야 돼?’라는 생각들(웃음).
성수연
(웃음) 그런 말이 많지 않은가.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언제부턴가 현실에 조금 더 집중하며 작업을 하게 되었다. 환상에서 내려온 것이다. 어떤 예술작업을 하기 위해선 나의 현실과 이 사회를 아주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좀 더 확실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나의 경우 아마도 세월호 참사였던 것 같다. 연출님의 2017년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고기, 돼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업인가?
한윤미
연극in에 서면으로 관련 인터뷰2)를 자세히 한 적이 있었다. 2011년 구제역이 심각할 때, 우연히 TV에서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영상을 봤다. 피글렛, 우리가 아는 그 캐릭터처럼 분홍색 피부를 가진 무해하게 생긴 그 존재들이 땅으로 던져지고 있었다. 진짜 아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영상에 계속, 몇 번이고 나왔다. 나중에서야 조금 모자이크 처리가 되더라. 뭔가가 어떤 존재들에게는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저들이 살아있는 생명으로 이해되고 있지 않다는 감각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런 감각을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그냥저냥 그렇게 계속 살아왔다. 나는 사실 엄청난 육식주의자였다. 그러다 ‘이제 정말 안 될 것 같다, 더는 미룰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작업을 준비하며 돼지를 기르는 곳이 많다는 지역에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이 너무 많다. 정말 책에 있던 네다섯 줄의 문장이 눈앞으로 거대하게 확 다가오는 것이다. 보통은 돼지목장에서 돼지를 태어날 때부터 보내질 때까지 길러낸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아니더라. 기업에서 어느 정도 자란 돼지들을 사료와 같이 농장으로 보내고, 농장에서 그들을 키워내면 한 마리당 얼마씩, 한 달에 얼마씩 돈을 받는다. 그런 구조다 보니 어떻게 보면 농장에서는 아무런 환경 개선을 하지 않을수록 이익일 수도 있다. 굳이 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돼지는 정말 똑똑하고 민감하고 예민한 동물인데, 그들이 사는 환경이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를 해준 분도 있었다. 실제로 찾아갔던 목장은, 정말 책에서 본 것보다 환경이 심각했다. 거기 잠깐 있다가 나왔을 때 몸에 밴 냄새가 아무리 샤워를 해도 사라지지 않고 며칠이 가더라. 그곳에 갔을 때 신었던 신발도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세제로 빨아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 물론 그보다 나은 환경도 있었고, 자연농법, 유기농법으로 돼지를 돌보는 평화로워 보이는 곳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그들도 도축장에 가기 위해 길러지는 것이다. 몰랐을 땐 괜찮았지만 그런 것들을 직접 보고, 알게 되니 작업을 하며 자연히 생활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성수연
그러면 그때부터 비건을 지향한 것인가?
한윤미
그렇다. 완전히 비건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천천히 했지만 그때 시작했다. 첫 쇼케이스 후 관객들에게 종이를 나눠줬었는데 그런 내용들을 넣었다. ‘알고 먹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내용과 이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등등. 예를 들어 ‘xx는 소, 닭, 돼지 먹기를 삼가는 중’과 같은 내용. 그리고 마지막에 비건 음식을 구할 수 있는 곳들에 대한 정보를 넣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다. ‘너무 집착하지 마’, ‘그냥 어떤 공연의 소재로 생각하는 건 좋은데, 계속 그렇게 살려고는 하지마. 너의 예술 세계가 굉장히 좁아질 거야’.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네가 달라이 라마도 아니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해? 달라이 라마라면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지. 그런데 달라이 라마도 지금 고기를 먹고 있어’ 이런 정체 모를 말도 들었다.
성수연
결국 ‘왜 그렇게까지 하냐, <고기, 돼지> 작업한다고 네가 고기를 안 먹을 필요까지 있느냐’라는 의미가 담긴 말들을 들었던 것인가?
한윤미
그보다는 ‘네가 뭔데 먹지 말라고 강요해?’ 이런 의미들이 컸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먹지 말라고 한 적도 없고, 먹으라고 한 적도 없다(웃음). 사실 <고기, 돼지>는 굉장히 예민하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식생활에 관련된 것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바로 모든 생활습관이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든 것도 맞다. 접근을 하기도 어렵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고, 나 역시 그랬다. 주변 환경이나 정보량에 따라서도 감각하는 것에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긴 하다.
성수연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는 이야기는 창작자가 보여준 것 이상으로 강요처럼 느껴지기도 하나 보다. 불편한 마음을 동반한 ‘네가 뭔데?’가 될 수 있기도 하고. 맥락은 좀 다르지만 사실은 나도 가끔 어떤 작업들을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가 있다. ‘네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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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미
맞다.
성수연
어떤 경우엔 거기에 답을 찾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작업 과정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그런데 사실은 연출님 작업이 고기 먹지 말라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한윤미
혹은 그런 작업일 수도 있다(웃음).
성수연
그렇다 치고(웃음), 그렇더라도 고기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람 중에는 그 이야기를 해도 되는 사람이 없는 것인데.
한윤미
그렇다(웃음).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어떤 작업들은 ‘이 이야기를 누가 하는지’가 작업의 내용과 떨어질 수 없는 중요한 점으로 다가간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 사람이 누구인지, 누구이길래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당연히 연결시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성수연
말씀하신 ‘이 이야기를 누가 하는지’에 관한 생각을 언제부턴가 나도 계속 하고 있다. 어쩌면 ‘당사자성’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다. 혹은, 거친 언어로 표현해보자면 ‘말할 자격’, ‘정당성’, ‘당위성’에 대한 고민일 수도. 이 이야기를 누가 해야 하는지, 이 이야기를 하는 나는 누구여야만 하는지. 어떤 내용의 작업을 당사자가 하는 것과 비당사자가 하는 것은 완전히 맥락이 다를 수 있고, 당사자가 자신의 당사자성을 어느 정도로 오픈하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지 않나. 당사자성이 쉽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오픈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작업의 형식에 따라 당사자성이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고. ‘말할 자격’에 대해서는 사실 세월호 관련 연극을 할 때 많이 생각했었다.
한윤미
맞다. 세월호 참사 이후, 특히 그랬다.
성수연
포스트드라마 작업들에서 어떤 역할을 입지 않고 나 자신의 시각으로 작업을 할 때, 예를 들어 도시에 관한 작업을 할 때, 어쨌든 시민으로서 작업자로서 내가 보는 것들에서 출발했다. ‘내가 뭔데 광화문 일대에 대해 말하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는, 당연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사실 마음 한편에 계속 ‘내가 뭔데 세월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라는 질문과, 그것을 풀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한윤미
맞다. 이해한다.
성수연
사안과 나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내가 어떤 포지션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 거리와 그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무엇인지, 혹은 조금 더 이야기를 하려면 작업 이외의 삶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국에는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더라. 그것도 아주 치열하게. 그렇게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영역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너무 어려우면 아예 안 하게 될 수도 있지만.
한윤미
맞다. 안 하는 게 답일까?
성수연
안 하는 게 답은 또 아닐 수도… 너무 이상한 걸 하느니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윤미
맞다. (웃음) 나의 어떤 과거의 순간이 떠오른다(웃음).
성수연
(웃음) 여러 기술들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고민하게 되더라. 내용을 형식 안에 담는 기술, 어떤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연기술, 맞는 태도를 찾기 위한 기술 등등.
한윤미
동의한다. 어떤 이야기를 꼭 당사자만이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야기는 어떤 사람에게만 말할 자격이 있다’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사자가 사실 굉장히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고. 결국 공연 예술은 어쨌든 테크닉도 중요하니까. 그렇지만, 이제 나는 테크닉이 좋더라도 지향하는 가치가 맞지 않을 때 공연을 보기 힘들긴 하다. 완성도 면에서 좀 떨어지더라도 좋게 볼 수 있는 공연이 있는 반면, 테크닉도 정말 좋고, 연기도 잘하고, 소위 말하는 웰메이드 공연이더라도 공연에 전제된 세계관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연극에서 다루는 내용과 별개로 남성, 여성 부부와 그 아이들 등 어떤 정상가족이 나오고, 그런 것들이 당연한 전제로 깔려 있는 것 같을 때. 그런 이야기는 항상 있어 왔고, 물론 나도 종종 소비하지만 ‘아, 이제 난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점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에 어떤 동료와 공연을 볼 때 무엇을 보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비거니즘, 페미니즘 혹은 퀴어 관련 등 나의 관심사와 조금 더 가까운 작업들은 완성도가 좀 떨어지거나 준비가 덜 되었어도 시도 자체를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성수연
하지만 창작자들은 테크닉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내가 본 것들을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 왜 굳이 연극으로 이것을 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들을 잘 담아내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이 필요하고. 이런 말들도 있지 않나. ‘이 이야기를 굳이 연극으로 해야 해? 다큐멘터리 보면 되잖아’.
한윤미
맞다.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건 다큐멘터리야’.
성수연
연극은 영화나 방송에 비해 관객도 턱없이 적고, 사실 어떨 때는 진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연출님이 ‘우리의 공연에서 충격적인 모습들을 여과 없이 전하고 당장 그 누구도 다시는 고기를 먹지 못하게 만들겠어’라는 생각을 하셨다면 다큐멘터리가 나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공연을 만드신 것은 아니지 않나.
한윤미
그저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가려져 있는 것들을. <고기, 돼지>는 공연을 언제, 어디에서 하는지 또한 중요했다. ‘백주대낮 저잣거리’라는 컨셉이 있었다. 어떤 것들은 가려져 있다. 어쩌면 그 모든 공정과 과정들은 일부러 가리고 숨겨놓은 것이다. 일단 서울에서는 생산되는 것이 거의 없지 않나, 주로 서비스가 많이 제공되고. 많은 것들이 이미 만들어진 채로 소비의 중심인 서울에 온다. 그래서 서울의 중심거리에서, 정말 환한 시간에 이 공연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보는 사람들이 잠깐 어떤 세계를 경험하고 나왔다는 감각을 느끼기보단 완전히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여 주길 바랐다. 그래서 극적 장치들을 제거하는 과정들을 밟았다. 돼지들이 살처분 당하는 것을 비닐돼지로 재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음악을 넣으면 더 잘 전달되지 않겠냐는 조언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정말 그 장면은 연극이 되고, 사람들도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볼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또 묶고, 끌고 가는 등의 여러 행동들을 관객들이 하게 했는데, 폭력적인 재현을 하려는 게 목표가 아니었는데도 누군가에게는 그마저도 폭력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초반에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 너무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끼리 ‘거기에 신고 다녀온 그 신발을 놔두면 그냥 끝날 텐데’ 이런 말들을 하기도 하고(웃음).
성수연
이 코너의 제목이 ‘무엇을, 어떻게, 왜’인데 작업 관련해서 ‘누가, 언제, 어디서’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재미있다. 그때 시작된 고민들을 지금까지도 이어서 하고 계실 것 같다.
한윤미
‘기후 위기를 얘기하면서 왜 기후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공연을 잔뜩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는 걸까?’라는 생각도 한다. 기후위기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있었던 이야기인데. 최근 어떤 작업자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하는 공연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거 하면서 일회용 도시락만 먹고 일회용 병에 든 생수 마시며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오는 것을 보고, 이게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었다는. 그러면서 그런 주제로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셨는데, 좋은 이야기였으나 결론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많은 일들이 그렇게 될 위험성은 있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할지 더 고민하기보다는 그냥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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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맞다. 관련해서는 나도 고민이 많다. 지금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이것들이 다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한윤미
그래서 일회용 마스크로 옷 만드는 작업을 하신 분도 있다. 버려지는 것들을 재료로 쓰는 작업인데, 어쨌든 한계는 있다. 마스크는 나도 할 말이 없고…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어쨌든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성수연
어떤 작품 하나의 내용을 떠나서 그 작업자의 드러나는 행보 자체, 작업들의 흐름 자체도 사실상 작업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한윤미 연출님도 그렇다.
한윤미
그렇게 된 것 같다(웃음). 어떤 선언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도 있다. 어느 정도로 어떻게 드러낼지는 사실 작업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층이 좁아진다거나, 어떤 이익 혹은 불이익들을 생각하며 굳이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드러내기를 선택했다. 우리 선거 때 가끔 느끼지 않나. 같은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았는데 한 줌뿐이었구나, 하는 느낌. 또 우리가 어떤 논의들을 하던 초기에, ‘이런 작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이 되고, 나도 내 현장에서 용기를 내고 싶다’라는 어떤 진심들을 나누지 않았었나. 드러냈을 때 가능한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드러내고 더 열심히 동료들을 늘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성수연
요즘은 어떤가?
한윤미
작업이 너무 하고 싶다. 올해 작업도 취소됐고. 어쨌든 작업을 하면서 우리가 소진되지 않았으면 하고, 지속 가능한 삶과 창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비건 관련해서도 지금 내가 지속할 수 있을 만큼만 가는 것이 사실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아, 비건이 되면 어쩔 수 없이 택배를 많이 시키게 된다. 그런데 또 그것은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생각할 수 있지만 ‘나한테는 다른 생명을 먹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고. ‘택배를 시키기 싫으니까 그냥 먹겠어’는 좀 이상한 결론 아닌가(웃음).
성수연
(웃음) 이상한 결론들. 일회용품은 마음에 걸리니까 그냥 먹을래. 기후위기 이야기하면서 일회용품 쓰니까 기후위기 이야기 안 할래. 민감한 이야기로 작업 잘하기 어려우니 그냥 애초에 그 이야기 안 할래.
한윤미
그런 게 좀 이상한 것이다(웃음). 어쨌든 비건들은 고민을 많이 한다. 택배, 일회용품 등에 대해서.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것들을 찾는 것이고, 작업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다.
성수연
다음 작업이 기대된다. 굉장히 궁금하다.
한윤미
나도 궁금하다(웃음). 어쨌든 제일 재밌는 상상에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SF적 상상. 계속 현실에서 이것 때문에 힘들고, 이런 것 때문에 싸우고, 그러니까 미래의 어떤 세상을 꿈꿔야 하는지 감각을 너무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상상부터 시작했다. 인간들이 다른 동물을 먹지 않게 되면 어떤 세상이 될까? 이렇게 시작했다. 지금 세상은 논비건이 디폴트인데, 이 작업의 배경은 비건 디폴트의 세상인 거다.
성수연
(웃음) 재밌다.
한윤미
아직 소수의 논비건이 남아있어서 그 진영이 있다는 설정. 과학기술도 대체육을 만들거나 동물을 우주로 보내고 그런 데 쓰는 게 아니라, 동물들과 소통하는 것에 다 썼고, 그래서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들이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성수연
(웃음) 너무 재밌다.
한윤미
논비건 진영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돌아서 예방적 살처분을 하려고 하는데, 비건 진영의 사람들과 돼지들이 함께 그 돼지들을 구출하는 내용을 게임 형식으로, 관객들이 퀘스트를 풀어나가면서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비건 진영의 사람과 돼지가 되어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 안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성수연
너무너무 재밌다. 출발한 계기가 정말 멋지다. 현재에서 싸우느라 미래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한윤미
맞다. 무뎌져 버린 것이다. 상상도 안 되고.
성수연
그래서 상상해 보는 걸로 시작했다는 것이 멋지다. 미래에 대해서.
한윤미
재밌을 것 같긴 한데 <고기, 돼지>도 사실 만들면서 맨날 후회했다. 왜 이런 걸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을 고생시키나, 그 많은 공연 스팟들을 감당해내는 게 큰일인데 왜 이런 걸 했을까, 싶었지만 어쨌든 재밌게 해보려고 한다(웃음).
성수연
예매하겠다(웃음).
오늘 어쨌든 한윤미 연출님의 보라매공원 연극동아리 과거부터 시작하여, 근래의 고민들을 나누고,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시작하셨다는 가까운 미래에 하실 작업까지 쭉 이야기를 나누었다. 멋진 이야기들 들려주셔서 감사하다. 그럼 질문 주고받기를 하며 이 대화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한다.
한윤미와 성수연,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오랜 침묵.
한윤미
진짜 배우님 이럴 건가(웃음). 그렇게 호흡 잡고, 엄청 조심스럽게 움직이시고. 완전히 배우 호흡으로(웃음).
성수연
(웃음).
다시 침묵.
성수연
지금 내가 주요하게 감각하고 있는 문제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면 테크닉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한윤미
어떤 지향을 가지고 산다는 것,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 드러낸다는 건 뭘까?
성수연
지향과 어긋나는 작업을 해야만 하게 됐을 때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한윤미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리고 힘이 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성수연
먼 미래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지금 내 친구들 중에 몇 명이나 있을까?
한윤미
지금은 어때?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성수연
너는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한윤미
최근 가장 재미있는 일이 뭐야?
성수연
가까운 미래에 있을 너의 작업(웃음), 은 정말 그때의 현재가 될 수 있겠지?
한윤미
질문이 맞지(웃음)?
난 아주 기대되는 순간이 있어.
아마 내가 많이 행복한 순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너한테도 그럴 수 있을까?
본문사진7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1. 이 때 한윤미가 본 공연은 릴리언 핼먼(Lillian Hellman)이 1934년에 발표한 희곡 <아이들의 시간 (The Children’s Hour)>이었다. 극 중 학교를 운영하는 카렌과 마사에게 한 학생이 둘은 동성애자라고 거짓말로 소문을 내며 극이 진행된다.
  2. https://www.sfac.or.kr/theater/WZ020300/webzine_view.do?wtIdx=12023


성수연

성수연
배우, 창작자. 다양한 형태의 연극작업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ooyeo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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