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구름을 잡아서 질질 끌고 가네 / 무지개가 어흥
구름을 잡아서 질질 끌고 가네
구름 사냥꾼 알아?
하늘 숲으로 도망다니는
구름을 잡으러다녀
구름 한 마리 잡아서
구름 두 마리 잡아서
질질 끌고 가네
저기 끌려가는
염소 구름 한 마리
저기 끌려가는
늑대 구름 한 마리
사냥개 구름이
멍멍 짖으며 따라가네
저렇게 큰 곰도 한 마리 잡은 거야?
무거워 질질 간신히 끌고 가네
저러다 놓치고 말겠어
검은 곰 한 마리
땅으로 쏟아지겠어
무지개가 어흥
저건 호랑이일 거야
저렇게
커다란 울음을
허공에 매달 동물은
호랑이밖에 없어
어 흥 흥 흥 흥 흥 흥 흥
저 넓게 퍼져나가는
무늬 좀 봐봐
호랑이 울음 좀 봐봐
지금은 사라졌다는 호랑이가
산속 깊은 곳에 살아있을 거라고
나는 믿어
김철순
모든 나무, 모든 꽃, 모든 풀, 모든 짐승, 세상에 있는 모든 것. 이 세상을 나와 함께 사는 귀한 존재들이다.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 동시가 된다.
2021/07/27
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