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폭설의 밤에 달리는 방법

장은정

폭설이 내렸습니다. 따뜻한 실내에서 내다보는 눈은 아름답지만, 기후 위기라고 했습니다.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냉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하강하면서 몰아닥친 폭설이라고 합니다. 아름답다고 감탄하기엔 두렵습니다. 기후 난민이라는 단어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현재, 코로나가 닥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일상에서 실감합니다. ‘미래’라는 단어는 감히 상상조차 어려워서 ‘내일’이나 ‘다음주’라는 단어가 가진 거리감으로 헤드라이트를 켜고 몰아치는 한밤의 눈발 속을 최대한 느리게 운전하는 기분입니다. 그럼에도 여러 겹 옷을 껴입고 쌓인 눈으로 뭔가를 만드는 이들처럼 우리는 읽고 씁니다. ‘지금’을 살아갑니다.

!

작가를 관객으로 모시고 싶었습니다. 《이거 나 아냐》의 창작집단 담은 10월 24~25일까지 연희문학창작촌 무대에서 드디어 작품을 올렸습니다. 박민정 작가를 관객으로 초대했고 이번호에선 그 공연 후기를 들려드립니다. 《요 밑 콩》 프로젝트에선 모임도토리가 서로의 옷으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읽다보면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171小說》의 월과월과월은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독자의 이분법이 얼마나 더 세세히 쪼개질 수 있는지 경탄하게 하네요. 이번에 《P!ng》의 스튜디오 풀옵션은 구글의 뉴스 데이터를 잔뜩 빨아들인 후 재배치했습니다. 그것을 다시 정돈하며 최종적으로 남은 세 가지 문장은 무엇일까요.


하루 확진자 천 명이 넘었던 1월에도 창작란은 풍성합니다. 박정완 작가의 동시는 찻잔에서 이가 나간 부분을 세심히 만지고 곽유진 작가의 동화는 무언가를 변함없이 좋아하는 마음을 새삼 고민하게 만듭니다. 안현미 시인의 시는 산산조각이라는 단어를, 구현경 시인의 시는 뼈의 재가 밀가루처럼 부드럽다는 사실을, 임유영 시인의 시는 기도를 하는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 떠올리게 했습니다. 김유진 작가의 소설을 모두 읽고 나면 피아노의 팽팽한 현이 끊어지는 순간에 대해, 김희선 작가의 소설은 엄연히 있다고 생각해온 것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

이병률 시인의 에세이는 질문을 통해서만 열리는 또다른 질문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연달아 문을 같이 열어요. 책방이음 대표 조진석님은 도서정가제가 갖는 논쟁 지점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주시니 함께 고민해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