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돌봄의 계절
김나영
입춘이 지났습니다. ‘봄’이라는 말은 참 좋지요. 작게 발음해보는 일만으로도 벌써 주위에 환하게 온기가 도는 것 같고요. 한 연두와 또 한 연두의 기척이 작은 발소리처럼 다가오는 것도 같고요. 우리가 오래 경험한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잊지 않는다면, 계속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느 틈엔가 다시 얼굴을 내밀고 마주 ‘봄’의 감격을 선사할 것입니다. 시도 소설도,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도 그런 만남을 닮은 것 같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것, 나를 통과해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것, 그 이야기가 우리의 경험과 감각과 기억의 장소가 된다는 것이요. 서로를 위해 두었던 거리를 서서히 좁히게 될 날을 그리며, 지금은 여기, 이 이야기에서 마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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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도토리는 《요 밑 콩》 프로젝트의 마지막 화에 위트 있는 패션쇼 영상을 첨부합니다. 한 사람이 옷을 선택하는 경향과 그 아래 깔린 동기를 탐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흥미‘진지’한 실험을 보여준 모임도토리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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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몸과 마음이 바쁜 한 해의 초입에 긴 낮과 더 긴 밤을 보내며, 나의 어제와 당신의 오늘과 우리의 내일에 대해 기억하고 기대하는 귀한 이야기를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남지은의 동시, 윤슬의 동화, 이서하와 최형심과 홍지호의 시, 라유경과 손보미의 소설을 만드는 어느 한 문장이 당신의 하루의 접힌 한 귀퉁이가 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장은정과 한설, 두 문학평론가가 한 편의 작품에 대해 나눈 대화가 「비평적 대화에 대한 실험(1)」이라는 제목으로 실립니다. 손보미의 「밤이 지나면」을 전면 재수록하며 이들이 시도한 새로운 비평의 방법이 기존의 비평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가를 짚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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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say에도 묵직한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이라영 작가는 ‘나이듦’을 대하는 이 사회의 태도에 거부감을 갖지만 그 거부감의 정체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진단하며 나 역시 늙음이 두렵다는 것을 고백하는, 진지하고도 진솔한 성찰과 비판을 한 편의 글에 담아냅니다. 그 와중에 그는 『노랑의 미로』, 『가난의 문법』, 『나는 숨지 않는다』, 『작별 일기』와 같은 다양한 책을 소개하며 가난, 여성, 노인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알리고, 늙음이 성별과 경제적 계층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갖는가를 지적합니다.
길지 않은 이 한 편의 글을 통해서 개인의 일에서 나아가 사회적인 차원의 문제로서 ‘나이듦’을 사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