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지붕 없는 곳에서 잠드는 동물들

이종산

왠지 예스러운 말투로 편지를 쓰고 싶은 날입니다. 무더운 여름밤 집 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등잔불 아래에서 ‘그간 강녕하셨나요?……’ 편지를 쓰는 동안 창밖에는 풀벌레가 울고, 좌식 탁자 아래 바구니에는 옥수수가 수북하고요. 간간이 반가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서울은 나날이 두렵도록 무더워지고 있지만 어디에선가는 그런 풍경이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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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는 환경과 동물에 관해 생각하는 글들이 유독 여러 편 실려 왔습니다. 조진주는 생물종들이 자꾸 사라지는 미래에서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 고라니를 목격하는 이야기를 보내주었고, ‘!’(하다)의 리틀리터 팀은 쓰레기섬 맛집을 평가하는 동물 심사단의 인터뷰를 보내왔습니다. 오정연의 소설도 지구의 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인데 재미를 망칠 수 있으니 어떤 이야기인지는 일단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안미린은 ‘비미래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고 하네요. 
임선우의 소설, 권박의 시, 김철순의 동시와 주애령의 동화에도 동물들이 불쑥불쑥 여기저기 등장하는데요, 아주 멋진 동물들이 숨어 있으니 찾아보는 기쁨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어딘가에는 유령도 숨어 있고요. 그 자리가 비어서 오히려 새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수진의 시도 있습니다.
‘?’(묻다) 코너 공동(체)에서는 이진희가 머뭇거리며 무언가를 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는 사람에게 다가가 함께 울어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하다)에서는 리틀리터 외에도 파도와 선뜻 팀이 첫 글을 선보입니다. 미래를 파도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혼자 우주복을 만들며 탈출을 꿈꾸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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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캐나다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무거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상기후라는 말이 너무도 익숙해진 2021년의 여름날, 길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지붕 없는 곳에서 잠드는 동물들을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모쪼록 모두 무사히 이 여름 나시기를.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