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안녕을 묻습니다

하재연

문이 없는 방 탈출 게임에 던져진 인물들에게처럼, 유독 답답하고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은 점점 높아지고, 폭우에 나라 곳곳이 패고 잠겼습니다. 언젠가부터 가족과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일이 더욱 자주 생기고, 예전보다 그 일에 훨씬 마음을 기울이게 됩니다. 폭우로 인한 한 가족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던 어머니는, 전화 말미에 길고양이들의 안부를 염려합니다. 길 위의 삶을 사는 그들이, 이번 여름의 폭염과 폭우를 과연 견디어낼 수 있었을지 말입니다. 기후 위기와 재해, 폭력적인 환경에 삶의 나날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은, 지구를 점차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이겠지요. 그러나 이에 항거할 수 없는 방식으로 먼저 위기를 맞는 이들은, 그중 가장 작고 약해 어려운 삶을 살아내고 있는 존재들일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안녕하신지요. 부디 안녕하시기를요.

------------------------

‘…’(쓰다) 이번호는 시 특집으로 꾸렸습니다. 특집 주제는 ‘비인간’입니다. 누군가는 인간성의 회복을 염원하고 누군가는 인간중심성의 폐기를 이야기합니다. 더 나은 인간 삶의 형태를 상상하는 것이 문학의 일이라면, 인간의 살이를 위해 소거되거나 폐기되는 비인간 존재들의 꿈을 그려내는 것이 시의 언어이기도 할 것입니다. ‘비인간’이라는 하나의 키워드에서 뻗어나가는 뜻밖의 시의 장소들을 이번 특집호에서 만나보세요. 권누리, 김누누, 김혜순, 송승언, 이수명, 이원, 차호지, 최재원의 작품들을 따라 읽으며 “아파듐”에서 “개구리” “기계인간”에 이르는 상상력과, “죽은 나무”에서 “불량목”을 거쳐 “테이블”에 닿는 시선, 어떤 “루프물”과 “지구 방정식”의 다채로운 장면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묻다)의 좌담 코너인 ‘담談’에서는 새로운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비유-뷰view’라는 이름으로 《비유》의 지난호에 실렸던 주목할 만한 작품들에 대해 논하는 자리입니다. 그 첫번째 순서로 지난 1년간 ‘비유’에 실렸던 시들에 대해 김선오, 송승언 시인을 초대해 나눈 시에 관한, 시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책+방’ 코너에서는 대구에 위치한 ‘책방 이층’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을 매개로 “다르고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의 소식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하다)에 연재중인 ‘안경’ 팀의 ‘뜻-밖의 오늘’에서는 영화 <라따뚜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서투름’에 대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환대’의 자세에 대하여, 질문을 던집니다. 가상과 상상, 현실과 텍스트, 본문과 주석의 자유로운 교차가 이루어지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 프로젝트에 보내는 응원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