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배꼽과 생식기 사이에 있는 사향낭을 건조해서 만든다. 사향노루는 동북아시아 특산종이다. 암수 모두 뿔이 없고 고라니처럼 위턱의 송곳니가 뾰족하고 길게 발달해 밖으로 뻗어 있다. 덩치도 고라니만 하거나 조금 작은 듯하다. 겁이 많아 높은 산에 살며 눈이 좋고 작은 소리도 잘 듣는다. 오랫동안 남획되어 개체수가 적고 도망도 잘 다녀서 한국의 산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다. 꼬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다른 노루보다 다리도 짧아 뒷모습이 매우 귀엽다. 눈가에서 앞가슴으로 이어지는 흰 끈 모양의 무늬가 한 쌍 있어서 다른 종과 구분하기 쉽다. 수컷의 사향낭은 발정기인 가을에 발달하여 암컷을 유인한다. 새끼는 한두 마리 낳아 암컷이 혼자 기른다. 수컷은 짝짓기가 끝난 후 이미 멀리 떠나버리고 없다. 사향노루의 수명은 십여 년이다. 궁지에 몰린 수컷 사향노루는 제 향낭을 물어뜯어 터뜨리고 죽어버리기 때문에 그 시체 주위에 사향이 진동한다는 이야기가 떠도는데 출처는 알 수 없다. ‘서제막급(噬臍莫及)’은 붙잡힌 노루가 뒤늦게 제 배꼽깨를 물어뜯으려 해도 입이 닿지 않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고사성어로 ‘후회막급’과 같은 의미다. 아마 이 고사에서 비롯한 이야기가 아닐까. 실제로 죽은 사향노루의 향기를 맡았다는 사람은 만난 적 없다. 사향노루는 보호종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수렵하는 것도, 외국에서 반입하는 것도 금지다. 사향고양이의 향낭에서 얻은 사향은 ‘영묘사향’ 또는 ‘영묘향’이라고 구분되어 유통된다. 이상이 내가 약령시장에서 만난 박식한 밀수업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임유영

2020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오믈렛』이 있다.

2024/04/17
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