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약재들이 뒤섞인 냄새. 어떤 풀과 나무일까? 중국산일까? 국산일까? 동남아에서 들여온 갈랑갈 생강과 레몬그라스. 요샌 이런 것도 파네. 그런데 티도 안 나네. 전부 섞인 냄새가 나네. 포대에 쌓인 마른 대추, 방금까지도 뭔가 썰던 작두, 인삼 냄새. 갈수록 좋아져. 비린내. 피비린내? 뼈와 살과 털과 지느러미. 하루는 누가 할아버지 고아드리라고 엄마한테 펄떡거리는 거대한 잉어를 갖다준 것이다. 엄마 울었을걸? 나도 울었지. 국 대접에 담긴 회색 수프의 냄새. 그때 삼켰는지 말았는지 아직도 잉어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린다. 체하면 할머니가 손가락 딴다. 실로 동여맨 엄지손가락, 손톱 밑에 맺혀 금세 부푸는 검붉은 핏방울. 이상하지? 진짜 낫는다는 게. 튤립 향기 맡아본 적 있어? 새카만 감초 사탕 먹어봤어? 너도 수능 볼 때 우황청심환 먹었어? 어떤 애가 청심환 한 개 다 먹고 갔다가 1교시 졸았대서 반 개만 먹었지. 청심환에도 사향 넣는대. 전부 섞여서 몰랐지. 개미 눈물만큼 들어가려나? 요즘 자꾸 약국에서 생약 처방해주는 거 싫더라. 그게 뭔지 알고 자꾸 먹으래. 냄새. 그 쥐똥 같은 환약 냄새. 이런 식으로 말라비틀어진 식물의 잎이나 대가 수북하게 쌓인 곳을 지나가면서 눈물짓는 사람이 되는 거구나. 그러면서도 국산인지 수입인지 확인하게 되는구나. 저거는 거북이가 아니고 자라 아니니? 엄마 울었을걸? 나도 울었지. 국산이었겠지. 살아 있었으니까.

임유영

2020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오믈렛』이 있다.

2024/04/17
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