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도 빨래를



   밖에
   죽은 새들이 한줌의 바람을 닦고 젖은 휴지처럼 구겨져 있었다

   헤어질 수 없는 사람과 헤어질 땐 갈비뼈를 셌다
   마르지 않아도 몸의 구성을 알 수 있다니
   녹슨 문을 힘주어 겨우 닫아도
   다음에 또 오실 거죠?

   반듯한 물의 말씀을 읊으면
   이빨이 모두 납작해졌다
   글씨를 또렷하게 쓰고 읽다가
   쉽게 잊은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혀의 의미란 그런 것일까
   세탁 바구니 속엔
   미처 넣지 못한 속옷과 양말 한 짝이 남아 있다
   아직 할일이 남은 것만 같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사람은
   내가 버린 모자나 외투를 입고 있었다
   나쁘거나 더 나쁜 말은 하지 않았다
   꽃이나 과일 같은 취향에만 발언했을 뿐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금방 잊거나 금방 피곤해질 것처럼

   다음에 또 오실 거죠?
   한마디를 덧붙이지 않고
   녹슨 문을 힘주어 닫을 때마다
   어떤 향기가 이따금씩 치고 올라왔다
   모자란 뼈 하나를 잊을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렬하게





   무화과와 사이다



   비오는 날 무작정 불러 세웠던 택시는
   이미 뒷자리에 승객이 탑승해 있었고
   나는 무슨 생각인지 앞좌석에 동승해
   도착지를 굳이 돌아서 갔다

   기껏 다림질한 셔츠가 비에 젖어
   구겨지는 것보다는 낫겠지
   교복을 입는 아이들의 마음을
   교복을 벗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실 무화과 속 씨앗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열매래
   잠시 내 형제와 머나먼 형제 사이의 간극을 떠올리다가
   감기 냄새에 괜히 코를 찡긋거렸다

   매번 미성숙한 첫 키스
   감기약으로 만든 귀걸이
   사각사각한 입술 두 개가 바스러진다
   내가 좋아하던 여자애와
   나를 좋아해주던 남자애
   누구도 고백의 첫 문장을 쉽게 읽지 못하고

   집이 아닌 곳에서
   젖은 양말을 벗지도 않고
   맛이 덜 든 무화과 씨앗을
   뜨거운 사이다와 함께 소중하게 먹었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깨끗함 한 방울

이자올

연이어 비가 이어지는 계절에 태어났습니다. 때문에 비가 오면 약해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이를 악물었습니다. 이제야 어떤 불안과 어떤 불면과 가장 나약하고 소중한 마음을 거기 보냅니다. 늦지 않았길 바랍니다.

2018/01/30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