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저는 가진 게 주머니뿐인데요
   아이가 말한다

   입에 물고 있는 것을 다 토해내라
   어른이 말한다

   나는 그런 영화를 보고 있다

   아이들이 사탕을 뱉어내고
   나를 쳐다본다

   미안해 나는 그곳 사람이 아니야 도와줄 수가 없어
   내가 말한다

   옥수수는 옥수수대로 익어가는 마음이 있지요 저는 그것 하나면 됩니다 터질 듯이
   농부가 말한다

   오직 땅 위에 올라오는 작물만이 믿을 수 있기 때문에 너는 그것만 하면 된단다 미칠 듯이
   지주가 말한다

   나는 그런 광활한 마을을 보고 있다

   농부들이 땅을 파헤치고
   나를 쳐다본다

   미안해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갈 수 없어
   내가 말한다

   장벽을 올리고 싶은 성안의 사람들과
   문을 두드리고 싶은 성밖의 사람들이 있는

   그런 몰락함을 보고 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멈추면 안 되는 장면처럼
   계속 돌아가는 영상기처럼

   나는 가진 게 필름뿐이라서
   손을 뻗었다

   봤던 영화가 틀어지고
   또 틀어지는

   작은 영화관에서

   매번 같은 장면에서 누군가 울고 있는
   그런 장면을 나는 보고 있다

   손에 쥔 작은 불빛을 보자
   이곳은 정말 폐허가 됐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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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이
   걷다가 뛰다가 날다가

   떨어져서 우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떨어져서 죽은
   펭귄의 뼈를 모아

   둥지를 만드는 녀석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번 주에 만났던 사람이
   오늘은 연락이 되질 않는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이 죽으려고 다리 위에 올라간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다리 밑에는 강과 인도가 보였는데
   자연스럽게 몸이 강 쪽으로 움직였다는 이야기

   그래도 사람이 다니는 길목에선 죽고 싶지 않았나 봐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찻잔을 돌렸다

   사랑했던 것을 조금 남기는 기분으로
   꼴깍

   새끼 펭귄에겐 방수 기능이 없대요 그래서 비가 많이 내리면 집이 사라져서 죽는 게 아니라 저체온증으로 죽는 게 더 흔하대요

   그가 말한 것처럼
   겨울은 잃을 게 너무 많다는 느낌

   바닥의 투명함이 다 보일 때까지

   펭귄은 계속 걸을 수 있었다
   TV 화면이 꺼진 뒤에도

   걷다가 뛰다가 날다가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팔이 발끝에 닿지 않아
   친구들이 등을 눌러주었던 때처럼

   살고 싶은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려보았다

   우리는 행복을 나눠 가지는 게 쉬울까
   불행을 나눠 가지는 게 쉬울까

   우리 다시 만나요
   그가 했던 말처럼

   유연해지고 싶은 몸
   마음의 시간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할 텐데

   찻잔 바닥엔
   침전물들이 오래 남아있었다

   눈과 얼음이 뒤섞여
   진흙투성이가 된 얼굴이 떠올랐다

정재율

손 줘봐, 내 손 진짜 따뜻해.

2020/03/31
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