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밝은 방 / 테라스
밝은 방
너는 밝은 방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너는 밝은 방죽을 따라 걸어서
이 길로 왔다.
나는 수영을 계속했다.
저녁에는 시 생각을 했다. 읽으면서도 그것은 그리운
(나는 목이 메었다)
100ml
용량의 흰 사기 컵 이 사기 컵 나는 분풀이를 했다. 돌이켰다.
로브는 불러왔다. 부드러움. 난 너를 풀어서 둘렀다. 돌리거나 어떻게? 시에선 많은 일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나는 너에게 잘 보여야 했다. 작을수록 좋았다. 가까이 가서 보아야 하니까 일어나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럴수록 좋았다. 네가 봉지를 열어 밝은 방을 꺼내 보일 때 나는 감동한 척했다. 그것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순간이어서 숨이 막혔다. 도시에서 단단해 보이는 벽을 보고 이름이 궁금했다. 저
건 방죽이야 너를 풀어서 걸어가도록 시켰다. 미친 여자처럼 걸어 내가
죽더라도 돌아보지 마
너는 풀곷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다.
물에도 물에도
읽으면서도 그리운 풀꽃
테라스
창가에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강이 흐르는 소도시가. 또, 새였다. 붉은 스웨터는 방의 면적 여기 시점에서 고려하자면 창가에 제일 가까웠다. 붉은 스웨터가 창가에 가까운 것이 창가가 붉은 스웨터에 가까운 것보다 마음에 든다. 말이 가지는
가져야만 하는
균형을
작은 방에서
두꺼운 책을 들여다보는 인물이
이해할 것이었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책을 들여다보는 인물을 이해 못할 것이 없을 것이고 인물이 나서서 책을 이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결단과 함께 창문을 밀었다. 이 창문은 차갑다. 매정하다. 숨은 미닫이 창문은 벽을 부수고 이어붙인 공간이나 공간 이상이 될 수 있다. 나는 빛나는 손잡이가 마음에 들었으나 잠시뿐이었다. (무엇의?) 소파의 곁에서 창문의 너머로 창문이 보이는 그러나 창문이 점층적으로 부서진 조각처럼 레몬 작은 과육 알알이
왜 보여야 하는가?
나는 눈이 시리고 아팠다.
나는 겁이 나서 테라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테라스에도 사람이 하나 있다. 검게만 칠했어도 언젠가는 테라스의 난간이 검게만 보이지도 않는 날이 온다. 그날처럼. 바람이 부는 날이다. 커튼이 부풀어올라 양말을 쓸어가려 하지만 양말은 너무 깨끗하고 너무 깨끗한 사물은 사라져도 찾는 이 하나 없다. 그런 외로운 방식으로 사람이 존재한다면 사람의 맨발이 그러나 그것의 정확한 모습을 관찰하기 전에 헤링본 무늬 타일을 가로질러 창과 문을 닫아버릴 수가 있다. 사과 껍질 한 조각? (나는 물음표가 안도감을 준다고 느끼는 편이다) 사과가 아니라 사과 껍질 한 조각이 말라가면서 사과를 닮아가고 있다.
마르고 억센 각자의 자리에서 환영한다.
풀이 눌린다.
초
단위로
다음은 여기서 바라본 실내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김유림
밝은 방에서 이승훈을 만났다. 꿈에서는 데이비드 린치가 시의 입장에서 쓴 나의 장편 소설을 영화화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린치의 얼굴이 린치와 닮지 않아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너무너무 기뻤다. 흡입하고 흡입하고 토로가 없고 반성도 요구하지 않으며 소설과 세상의 침략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시의 입장에서 밝은 방을 읽었다. 만지작거렸다.
2021/08/31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