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높다란 은행나무

  가을이면 노랑노랑
  예쁘겠다 생각했는데

  봄, 여름내
  잎을 키우지 못해
  앙상한 나무
  초라한 나무

  그런 나무가 내게
  손짓하며 보여준다
  마른 가지 사이
  가을 하늘을 보여준다

  자기 어깨에 앉은
  새의 발목을
  보여준다.

방희섭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동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202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어두울 땐 어두운 대로 어두운 동시를 써보고 싶다. 어둠은 어둠으로, 슬픔은 슬픔으로 마음이 누그러지는 걸 지켜보면서. 오로지 나일 때까지 써보고 싶다. 배도 고프지 않게 그렇게 내가 아닐 때까지.

2023/12/06
6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