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할머니의 젓가락 / 졸 졸 졸
할머니의 젓가락
내 숟가락 위에
하나
더
그 위에
또 하나
더
내 숟가락 위로
할머니의 젓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그렇게
입에 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우르르 쏟아지는
밥 더미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할머니의 젓가락은
번개같이 빠르게
다시
산을 쌓고 있다
밥 한번
먹을 때마다
내 숟가락 위로
수십 번
수백 번
바삐 움직였던
사이좋던 두 짝은
이제
임자 잃고 외로이
서로 의지하며
꽂혀 있고
내 숟가락만
할머니의 젓가락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졸 졸 졸
강물이 흐른다
아래로
아래로
흘러만 간다
일주일 전에 본
아가 물고기
얼마나 컸나
다시 보고 싶은데
어제 지나간 가재네
돌집 문
다시 두드리고 싶은데
보고 싶은데
보고 싶은데
다시 올라갈 수가 없어
졸졸졸
강물 소리로
날 따라오라고
친구들을
부른다
신서유
동시들을 읽고 쓰며, 어린아이들부터 마음만은 아직 아이인 어른들까지 읽을 수 있는 행복한 동시를 쓰고 싶단 바람이 생겼습니다. 제가 쓴 동시들이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2018/01/30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