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삐뚤어진 눈썹 / 날을 세워 봐
삐뚤어진 눈썹
한쪽은 올라가고
한쪽은 쳐진 내 눈썹
삐뚤어진 눈썹 때문에 거울 볼 때마다 하는 버릇
고개를 삐뚤게 하고 쳐진 쪽 눈을 한껏 치켜뜨기
눈썹이 삐뚤어지니까 얼굴도 삐뚤어진 것 같고
어깨도, 허리도
마음까지도 삐뚤어지는 거 같다
반듯한 것을 보면 막 화가 난다
줄을 설 때도 삐뚤게 서고 싶고
글씨도 삐뚤게 써진다
누군가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면 대답하기 싫어진다
이런 나를 점점 삐뚤어진다며 걱정하지만
그거야말로 삐뚤어진 눈으로 보는 거 아니겠어
애초에 지구가 삐뚤어지지 않았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없었다잖아
삐뚤어진 게 정상이고 반듯한 게 비정상일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바람이 저렇게 불어 나무를 삐뚤어지게 하는지도 모르잖아
앞만 보는 엄마 쪽으로 아빠가 삐뚤어지지 않았으면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
나도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
한쪽은 올라가고
한쪽은 쳐진 내 눈썹
똑바르지 않아 다행이야
날을 세워 봐
날을 세워 봐
책갈피를 넘기다 손가락을 베었다
종이도 날을 세우면
서슬 퍼런 칼이다
무뎌지는 건 무너지는 거다
맞서서 날을 세우는 게
나를 세우는 거다
박은경
우리 반엔 고분고분한 아이들이 없다. 평소 조용하던 아이가 체육 시간에 선생님 때문에 옆 반한테 졌다고 따지고 든다. 말 잘 듣는 아이보다 할말하는 아이,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더 좋다고 학기 초에 말해놓고 후회막심이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웃지 말 걸.
2022/06/28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