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아리아
   -드라큘라의 시



   가시로 손가락을 찔렀어
   아프길 기다렸어
   피가 나길 기다렸어

   옛날 옛날
   내가 아주 조그맣고 아름다운 인간이었을 때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장미꽃을 꺾은 적이 있지

   나쁜 짓인 줄 알았지만
   눈물과 기도뿐인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거든

   엄마는 피 묻은 장미를 아궁이에 던지며 말했어
   장미꽃을 좋아하지만
   모든 장미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니란다

   지금
   아무도 오지 않는 나의 집 정원에
   5월의 장미가 가득해

   엄마가 아궁이에 던지며 울던
   바로 그 장미야





   눈 온다
   -드라큘라의 시



   눈이 오면 세상은 온통 새로워져서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진다

   그러나, 나는 새로운 게 싫다
   또 새롭게 혼자가 되기 싫다

   눈송이는 나를 닮았다
   피가 나지 않는 내 살점을 닮았다

   사람들은 손으로도
   얼굴로도
   입김으로도
   눈을 녹인다

   그러나, 내 손등에 앉은 눈은
   녹지 않는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집에 들어가 책을 읽어도

   내가 눈을 꼭 쥐면
   눈은 딱딱한 얼음이 된다

김개미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혼자 있으면 나는 천사이기도 하고 하느님이기도 하고 몬스터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큘라다.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사람들이 몰라서 좋다. 생각을 오래 하다 운이 좋으면 시도 쓰니까. 나만의 드라큘라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2022/09/27
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