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난 숨기 위해 숨어
   아니야, 날 찾으라고 숨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꼭꼭 숨어야지
   아니야, 머리카락이 보이게 숨을 거야

   쿵쿵, 발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쿵쿵, 내 심장 소리도 커지고 있어

   어, 그냥 지나치네

   나 여기 있어
   깜깜한 곳으로 더 들어가기 전에
   얼른 찾아줘





   틈



   흙을 덮은 비닐에
   작은 틈이 생겼다

   비닐 안에서
   싹을 틔운 바랭이풀이
   웅크렸던 허리를 쭉 펴고
   머리를 살짝 내밀었다

   햇살이 바랭이풀 머리를
   살살 잡아당긴다

   바람도 자꾸자꾸
   쓰다듬는다

변은경

거꾸로 가는 시계를 선물 받았다. 가끔 고장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잘 가고 있어서 빼빼 마른 어린 나를 자주 만난다. 꼭꼭 숨어 있는 아이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같이 쪼그리고 앉아 들풀을 보는 것도 참 좋다.

2022/12/27
6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