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밝은 밤은 외롭다. 별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달이 어두운 밤에는 하늘이 고요하고 평평한 회색이다. 텅 빈 하늘은 무심할 뿐 외로움 같은 건 없다. 오직 달이 떠오를 때만 나는 홀로 남은 달을 보며 담배를 만지작거린다. 집 안에서 연기를 내뿜었다가는 10만원의 환경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이미 담뱃값에 건강보험 간접금 30퍼센트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지금의 아파트란 그런 의미다.
   구속을 당할 거라면 차라리 억울하지나 않게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을 나는 얼핏 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담배를 피울 수는 있지만, 환경부담금에 기분이 상해서 피울 수 없는 아파트보다는 애당초 담배 따위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우주선이 더 이해할 만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극단적인 부류의 인간만이 도달할 법한 결론을 정답이랍시고 치켜들고서야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고민을 했다. 미친 거지.
   중얼거리며 이마를 창에 댄다. 지구에서와는 달리 시원한 느낌은 없다. 이중으로 만들어 단열한 창의 안쪽 면에는 절대영도의 압도적인 냉기조차 닿지 못한다. 그래 내가 선택한 극단적인 구속은 이런 것이다. 밤하늘의 달처럼 외롭게 혼자서 부유해야 하는 공간. 당연히, 담배도 없이.

   민간 우주 사업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대략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설 무렵인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권력자들만 탈 수 있었다. 다른 첨단 산업들도 그렇듯 우주여행은 천천히 민간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는데, 사실 큰 환영은 받지는 못했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는데, 어차피 우주여행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간접경험이기 때문이다. 우주선 안에서 우주를 보는 건 스크린으로 우주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라는 게 밝혀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허들을 낮추었다고 해도 우주로 나가는 것에는 명백한 불편함이 있었다. 아무리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어쨌든 자기 몸무게만큼의 힘을 견뎌야만 지구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과학적 법칙이다.
   문제는 수요에 비례하지 않게 이미 거대 자본이 투자된 공급이 먼저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지어진 민간 우주센터는 맨입으로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업체들은 이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것이 내가 타고 있는 바로 그 우주선이다. 여행이 아니라 고행, 혹은 어떤 일확천금의 기회나 취업. 마침 달은 개발되고 있고, 달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노동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이 우주선에 올랐다. 돈은 인간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것은 경제의 법칙이다. 거부할 수는 있지만, 거부의 결과는 배고픔이다. 배고픔은 과학적 현상이다.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부유함의 증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이기에 나온 결과다.
   차라리 아주 구속되어 버리자……
   미친 거지.

   우주선 안에는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가 흐른다. 목덜미에 섬뜩섬뜩한 소름이 돋는다. 그건 인기척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우주선에 탄 건 나 혼자다. 정확히 질량을 계산하고 발사해야만 하는 우주선에 밀항한다는 건 같이 죽자는 의미다. 나는 누군가의 동반 자살 대상이 될 만큼 중요한 사람은 아니므로 다른 이가 여기에 타고 있을 가능성은 없다. 굳이 뭘 하러 나 같은 사람과 함께 죽겠는가.
   창에 이마를 대야만 밖이 보인다.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높이 올라가는 것일수록 안전상의 이유로 창은 작기 마련이다. 우주선의 창은 얼굴을 겨우 끼워 넣을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된다. 창 너머로 거대한 달이 미련한 곰보 얼굴을 번뜩이고 있다. 달까지 우주선을 타고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구 시간으로 3일이다.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달은 이미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크기가 되어가고 있다.
   담배.
   문득 생각이 났고, 그래서였는지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말이 삐져나온다. 달을 보고 담배를 피우던 습관 때문이겠지. 그런데 나는 달을 보며 담배를 피운 적이 있던가? 아파트에 살지 않았을 때라면 도대체 그건 언제쯤의 이야기지. 애초에 어디서 담배를 배워왔던가.
   말보로는 너무 구닥다리 아니야?
   누군가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건넨다.
   신형은 타격감이 없다던 게 누구더라.
   글쎄 한번 아파보라니까. 괜히 사람들이 말을 잘 듣고 사는 게 아니구나 싶을 거다.
   뭐래 백혈병으로 죽은 주제에.
   나는 창에서 머리를 떼고 뒤를 돌아본다.
   손안이 텅 비었다.

   우주선의 침대는 우습게도 관처럼 생겼다. 지구에서 쓰는 것 같은 모양의 침대를 쓸 수도 있지만 그럼 온몸을 스트랩으로 꽁꽁 싸매고 자야 하는데 그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차라리 실시간으로 시원하고 정화된 공기를 내뿜는 기계 관이 낫다. 신형 침대 앰플은 원통형으로 생겼는데, 모든 내벽이 누워서 잘 수 있을 만큼 푹신하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내부 공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어서 몸을 꽉 고정하고 잘 수도 여유롭게 공간을 벌려 놓을 수도 있다.
   침대 앰플을 벌리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연한 푸른빛이 안쪽 공간을 부드럽게 밝힌다. 그 불빛은 구시대의 벌레잡이 불빛과도 조금 닮았다. 하지만 우주선 안에도 벌레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런 의문을 나는 가져본 적이 없다. 벌레는 인간에 비해 중력의 영향을 훨씬 적게 받고, 산소도 크게 잡아먹지 않는다. 사람은 없어도 벌레 정도는 여기에 같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선에 들어가는 모든 물품과 사람은 투입 전에 전체 소독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어떤 벌레는 그걸 견디고도 살아남아 안까지 들어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틈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니까. 틈, 어디까지 벌어져야 담배 연기를 내뿜을 수 있는 걸까. 그건 아마 쉽게 해결되지 않을 의문이다. 자꾸만, 자꾸만 틈이 좁아지고 있으니까.
   앰플이 꽉 조여 들어와 내 몸에 맞춰진다. 보기에 따라 나는 위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음식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자고 일어나 앰플 밖으로 빠져나가도 나는 똑같다. 위장을 몇 번 거쳐도 똑같은 물질을 우리는 변이라고 부른다. 어떤 늙은 만화가가 인간은 하루하루 똥이나 만드는 기계라 했다던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변 그 자체인지도. 이런 허무한 생각 따위는 멈춰야 하는데. 멈추려면 담배를 피워야 하는데.
   달에는 흡연 구역이 있을까. 나는 그걸 고려해본 적조차 없다는 걸 꿈을 꾸다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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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이번 화를 끝으로 ‘Welcome to the Universe’ 프로젝트를 종료합니다. 《비유》와 함께 작업한 지난 1년 동안 문학과 그 경계를 넓히는 작업에 작은 기여나마 한 것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이제는 코로나가 너무 오래되어 코로나 블루스라는 말도 새삼스러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익숙한 답답함과 슬픔에 잠식되지 않도록, 우리 계속 말하도록 합시다. 젠틀하고 스윗한 여러분의 번창을 응원합니다. _선뜻 일동


선뜻

선뜻은 문학을 ‘먼저’ ‘뜻깊게’ 알리고자 하는 집단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모인 다섯 명이 한국문학의 미디어 트렌지션을 고민하며 현재의 형식보다 문학을 친근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고민합니다.
작가, 배우, 성우, 감독, 연주가, 작곡가, 디자이너, 아트디렉터, 경영가, 개발자, 설계사 등 다른 이름을 가진 5인 안의 끝없는 가능성을 기대해주세요.

2022/03/08
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