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스식 해안 이야기를
  장벽의 주인이라고 옮겨 적는다.

  아주 오래전에는 바다를 앞과 뒤로 쓰는 나라들이 많았다.
  그런 나라들의 식물들은 대부분이 밀항식물과(科)였고
  해류나 범선들의 종류에서 따온 이름들이 많았다고 한다.

  누가 식물의 색깔을 따지나.
  수천 가지의 껍질을 혐오하는 일은 없으니까.

  흔들리고 싶은 풀이나 꽃들은 언덕을 올라갔다.
  어쩌다 봉우리가 되었고 태양과 몇 마디 말을 섞는 사이가 되었다.

  언제부터 글자에
  탁탁 소리가 붙어 있었을까.
  또 최초의 전화 통화는 자기의 머리에 양동이를 씌우고
  여보세요, 자신을 되물은 일이 아니었을까.

  고드름 끝 같은 명령들
  명령을 뒤져보던 그런 뾰족한 명령들이 어딘가에 꽂혀 있다.
  얼음을 깎아 만든 말투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사이
  탁탁 사람들이 쓰러진다.

  쓰러진 사람들은 다만 올리브나무 사이였거나
  낡은 슬리퍼를 끌고 가던 심부름
  살짝 상한 치즈 냄새가 나는 입술
  발효점을 막 지난 지뢰의 뇌관

  옮겨 적는 그때마다 사전을 펼쳐놓고 의미를 찾는 타이피스트

  시장에서 사고팔던 폭탄은 석류
  수평선 너머의 함선은 나무통
  타들어가는 몸부림은 한낱 여름 더위
  열매가 익어가고 식물이 자라나는 소리
  마른 가지가 더 말라가는 소리
  입을 오므리며 물속을 유영하는 소리
  소리가 없는 소리의 이야기.

  구덩이의 깊이
  엄폐물이 없는 포복
  명령을 기다리는 담배 연기
  그리고 이제 막 새를 벗어난 드론이 조준하는
  투하 지점에서 올려다보는
  제기랄.

박선민

202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2024/02/21
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