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
   ―봄이 가기 전에 우리 집에 놀러 와



   가난뱅이 소녀가
  한겨울에 걸레를 들고 손을 호호 불며
  진실의 계단을 닦다가
  끝에 가서
  꼭 주저앉아 우는 것처럼
  양동이처럼
  엎질러진 물처럼
  거짓말같이





   다 먹을 때쯤에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바다에 갔다 해변을 걷다가 바다에 갔다 해변은 바다에 있는데 해변을 걷다가 바다에 갔다 바다는 해변에 붙어 있다 해변에서 나는 오래된 필름카메라로 겨울 파도를 찍고 형은 시간의 잔재 속에서 껍질을 하나 얻어 내게 주었다 그 상앗빛 잿더미 속에서 형도 웃고 나도 웃었다 배시시 형이 흘러가서 나는 외투 호주머니에 껍질을 넣고 뒤쫓아 갔다 천천히 가 아주 멀어지진 마 형이 본질에서 멀어지자 나는 인간의 껍질이 주는 교훈을 생각했다 껍질은 알맹이에 붙어 있어서 교훈에도 알맹이가 있다 생각의 알맹이가 눈부셔서 그날, 나와 성원이 형은 오래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신식 화장실에서 안전하게 서로를 범하였다 알맹이인 부분은 우리가 엉덩이를 깨끗이 닦고 나와 청정횟집에 들어가 앉았다는 것 인생의 쌍두마차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었다는 것 우리 앞에는 회가 한 접시 밤이 깊어질수록 나와 형이 상념의 흰 팬티를 내리고 내가 일병이고 내가 상병이었을 때 똥을 확인했다는 것 휴가지 해변에서 영원 한 접시를 회 떠 놓고 앉아 인생의 쌍두마차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는 군인들에 관한 시는 이렇게 시작되고 밤에 혼자 있을 수 있겠어? 밤의 해변에선 누구나 혼자 있어 다녀올게 바다에 빠져 죽어볼게 기다릴게 영원히 인간의 탈을 쓰고 너를 보면 인간의 탈을 쓴 내가 보인다 그 인간의 껍질을 주워가는 사람이 없어서 닳고 부스러진 작은 인간의 껍질은 영원한 인간의 껍질로 현존하게 된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군인들은 밤의 해변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혼잣말하는 사람을 보다가 본질에 가까워 불꽃놀이를 보았다 터치 마이 보디 시시해 천 원짜리 그만 됐어, 빠져나와, 영원은 거기 없어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간이 이렇게 해서, 형과 내가 회를 다 먹어치울 때쯤에 매운탕이 나왔다 대가리라는 실존을 마주하고 우리 안에 상거지가 염불을 외웠다 나무석가모니불 염불의 알맹이는 다음 회에 밝혀집니다 펄펄 끓는 매운탕을 펄펄 떠먹었다 시원 칼칼 인생의 쌍두마차 뒤로하고 나와 형은 영원을 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밤의 해변에서 형은 콜택시를 부르고 “서울, 얼마!” 소리치고 나는 택시 앞으로 달려들어 “너도 나 좋다고 했잖아!” 소리치고 우리는 흰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참조했다 연인들, 마그르트, 1928 천천히 가 아주 멀어지진 마 염불의 알맹이가 나온다 나온다 나와 형은 합장하고 인생의 쌍두마차에 올라 길 떠나 가슴의 펜션으로 갔다 텔레비전을 켜고 홈쇼핑 채널을 틀었다 두 명의 쇼 호스트가 마지막 찬스! 삼만 육천구백 원에 알이 꽉 찬 영원 한 두름을 팔고 있었다 이불 속에서 나와 형은 인간의 탈을 벗고 해골바가지 서로의 껍질을 꼭 껴안은 채 영원의 배설물을 염원했다 기다려 알맹이로 문질러 줄게 바다에 갔다 말머리해변을 걷다가 바다에 갔다 말머리해변은 바다에 있는데 말머리해변을 걷다가 바다에 갔다 바다는 말머리에 붙어 있다 말머리해변에서 나와 성원이 형은 영원의 눈알까지 쪽쪽 빨아 먹었다

김현

물거품을 위한 언어. 소년과 랍비는 해변에 쌓인 눈을 보기 위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 검은 인어들을 보았다. 소년이 랍비에게 물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랍비가 소년에게 말했다. 이제, 눈을 떠도 괜찮습니다. 소년과 랍비는 슬픔에게 인어를 주었다.

2019/03/26
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