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을 반으로 가른다면
  어느 쪽을 가질래?
  어느 쪽을 배우기나 했니?

  서로를 지속하기 위한 인사들의 방식
  입맞춤에서는 풀냄새가 났고,
  우린 초식동물이었을지 모른다.

  미동들의 그림자에 파묻힌 별의 뿌리는 깊다.
  흩어진 목련은 걸음이 쌓일수록 짓무른 혈색이 돈다.

  동물이 되려 했던 식물의 냄새
  온순하고도 사나운 냄새
  공복을 되새김질하는 냄새
  이면을 살피는 모든 고갯짓에서는 풀냄새가 난다.

  눅눅해진 엽서는 젖은 나무의 밑동에 오래 묻혀 있었다.

  동물의 울음소리는 풀의 언어를 배운 것이고
  이제 세상은 배고픈과(科)들과 배부른과로 나뉘었다.

  풀은 동물의 약속
  동물의 배를 채우는 일은
  사람의 배고픈 일을 해결하기 위함일까요?

  흔들림의 발동법,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는과(科)를 어쩌면 좋을까.

  떠오르는 것들을 짓누르다보면
  사실 넘실거리는 것들이었다는 사실.
  이름이 빠져나간 휑한 목줄이
  어디에나 있다.

박선민

202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2024/02/21
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