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빛과 여름의 큰 강이 있다면 없는 악기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지 내리쳐, 사랑으로 물결을 내리쳐! 발등으로 반짝이는 수면을 때릴 때 퍼엉 펑 하늘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면, 느리게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면 이제 물로 된 장구를 가진 것이다 이편저편 공평히 치는 게 장구의 힘이다 신명이 나고 숨은 푸르고 물결을 가르며 사람들이 앞니를 보이며 활짝 웃을 때 허벅지가 뜨겁도록 장구를 치다가 나는 건너편 강기슭에 간신히 닿는다 눈앞은 와본 적 없는 꽃나무숲 돌아보면 죽은 이들이 손을 흔들고 모두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너무 보고 싶어 강 쪽으로 뒤돌아서면 물총새들이 아슬아슬 수면을 때렸다 강이 꼭 미친 것처럼 불타고 있었다

고명재

시 쓰는 건 꽃다발을 안은 것처럼 은은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소설 읽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과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가 있어요.

"나락도 락이다!”라는 말처럼 "물장구도 장구다!”라며 쓰게 되었어요. 쓰다보니 강을 단 한 번만 건넌 뒤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서 있더군요. 장구는 이승과 저승을 두드리는 일. 헤엄은 죽고자 했는데 살게 되는 힘. 시 속의 저 사람이 되돌아가지 않고 꽃나무숲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024/03/06
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