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레퀴엠 포 어 드림(Requiem For A Dream) / 攝政日記
레퀴엠 포 어 드림(Requiem For A Dream)
선녀가 왜 다시 하늘나라로 못 간 줄 알아?
비가 그치질 않아 강물이 솟구칠 때 네가 말했다
뛰어들자,
지겹지 않겠어? 동그란 무늬만 있는 건
운동화 앞코를 때리는 빗방울에 발가락도 움츠러들고
몸으로 떨어진 빗줄기 자국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숨 쉬지 말자, 꿈같은 거 그만두자고
서로를 부둥켜안고서 강으로 뛰어들었다
싹 씻어버리자고, 여기서
다시 눈 떴을 때
모로 누워서 손을 뻗으면 서걱거리는 이불뿐이고
끓어오르는 물줄기에 밸브를 왼쪽으로 돌린다
욕조 바닥을 더듬어 고무마개를 뽑으면,
선녀가 왜 다시 하늘나라로 못 간 줄 아냐고?
물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하반신이 녹아버리기라도 했나봐
욕조에 한참을 갇혀 있어도
도무지 아무것도 녹아내리지 않는 몸도
갈 수가 없는 건 마찬가진데
攝政日記
MI,
CHI,
KO……?
序.
이 일기는 신(身)이 신(神)을 대신하여 이승을 섭정하는 동안에 기록한 것으로 절반은 백색으로 쓰여 있습니다 神과 身은 한배에서 태어난 몸으로 나는 인간이자 그의 이부동생이지요
신께서 나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를 알량한 동정심에서 찾고 싶지는 않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나의 의무는 신의 눈코입에는 구분이 없으며 다만 다섯 번째 구멍이 이곳 어딘가에 숨어 있으리라 밝혀내는 데 있습니다 신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나,
이승에서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가 궁금한 자에게 아뢰노니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아 이 책 중간에 끼워넣으십시오 큰달 삼칠일을 꼬박 지나며 머리카락은 글자를 빨아들이며 자랄 것이오니 후에 바늘에 꿰어 왼쪽 손목에 身의 이름을 새긴 채 뛰어내리십시오 보름밤 구름 사이로 옅은 달빛만이 주름져 흐를 때
살아서는 뱉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자여, 당신의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에 이 방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
“그런데 귀가 있잖아요?”
“……신은 듣지를 않아”
O해
보해야 보해야, 날 때부터 그렇게 부르길래 나를
여태까지 내가 보해인 줄 알았지 나도
그런데 있잖아,
2018/07/31
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