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닮은 사람 / 심야 영화
닮은 사람
대학로 영화관
시작 전에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마주 앉은 그의 시선이
나를 가까스로 비껴간다
방금 중학교 동창을 본 것 같다고 한다
환하게 팝콘이 터져 나오고
졸업식처럼
티켓 부스를 돌아서 나오는 사람들
빨간 종이컵에 담긴 콜라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렁이고
그것을 건네기도 전에
그것을 버려달라고 말하고
누구야?
나는 팝콘이 담긴 컵을 한아름 안는다
그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분명히 저기 있는데
일사분란하게 흩어지고 있는
뜨겁고
눅눅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다시 그에게 시선을 멈추는 순간
어쩐지
그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심야 영화
내가 우는 이유와 옆에 앉은 사람이 웃는 이유가 같다
영화관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본 영화가 몇 편인지 세어보는 일은
영화를 보고 있지 않을 때 하기로 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영화를 본다
졸다가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또는 영수증을 챙기지 않는다고 해서
상영 시간이 줄어들거나
화질이 깨지거나 소리가 끊기는가?
잔여 좌석은 일정하지 않다 좌석의 개수는 일정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시시했다고 말한다 어떤 장면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스크린 속에서 사람이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무언가를 떨쳐내려고 무언가를 불러 모으려고
무당처럼 화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영화를 본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영화관 앞을 지나갈 때는
조해주
어떻게 저라는 걸 아셨어요?
2019/04/30
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