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비유》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요

   더 스페이스 유니버스 사이클론 코스모스

   외국어에 능통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읽기도 힘든 외국어 문장을 한국어로 변환 할 수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에게 이 시를 보낸다.

   우주가 있었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아니 왜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그렇게 일을 처리해?
   누구한테 물어보면 되죠?
   애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 걸 일일이 다 알려줘야 돼? 좀 알아서 좀 해 너는 뭐 아는 게 하나도 없니
   Koit!¹⁾

   이에 대한 연대책임을 물어
   제3 우주를 소멸시키겠습니다
   판결은 절대적이고 거스를 수 없다

   코스믹 사이클론이 삼일 뒤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코스믹 사이클론은 우주 처형 집행자들의 이름이다 그들은 살아 있으며 이름처럼 실제로 사이클론이다

   제3 우주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제2 우주와 제5 우주는 사라지지 않으려고 백방으로 노력 하였지만 제2 우주의 경우 코스믹 사이클론의 규모가 워낙 방대했으므로 제3 우주와 함께 휘말려 약 1/4 정도의 우주를 잃고 말았다
   제2 우주는 이런 사고에 반발해 코스믹 사이클론을 고소할 예정이다

   -

   친구야 그런데 이런 시는 왜 번역해달라고 한 거야?

   아니 처음부터 외국어로 쓴 것도 아니고 네가 한국어로 쓴 네 시인데 왜 네 시라고 하지 않고 내가 외국어로 된 남의 시를 번역해준 것처럼 말하는 거야?

   아니 나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친구잖아 왜 나를 실제로 있는 사람처럼 말한 거야?

   아니 친구야 사실 우리는 친구도 아니잖아 친구도 아닌데 왜 친구라고 썼어? 나는 사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친구니까 만날 수 없는 게 당연한데 왜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에게 같은 말을 아련하게 했어?

   친구야 왜 그런 거야? Koit! 같은 말은 사실 있지도 않은 말이고 네가 그냥 지어낸 말이잖아 왜 없는 나를 지어내고 없는 나한테 번역을 맡기고 번역도 실패하게 만들었어? 왜 없는 실패를 만들었어?

   친구야 말해봐 친구야 가만히 있지 말고 억울해? 응? 네가 뭐가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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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eat: 김연덕)

   손을 잡고 걸으면
   연인이라는 선언 같아
   마음이 좋다

   너와 손잡고 같이 걸을 수 있어서 나는 너무 행복해
   이런 말은 부끄러우니 꺼내지 않고 대신
   애인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애인 너무 좋아
   라고 트위터에 올린다

   그러니까 이 시는
   연인을 사랑하는 시도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시도 아니다

   그러면 뭔데?
   라고 네가 물으면
   사실 그건 그냥 멋있는 척하려고 했던 말이었어

   기분을 이기고 싶은 말이었다

   무게 없고
   생각 없는 손 잡기

   엉망으로 터지는 웃음처럼
   손깍지의 자세함처럼
   멈추다
   영원하다는 기분이 손을 대신할 수 있다면

   오늘 다짐이
   오늘 기분을 대신할 수 있다면 사랑은 빈 얼굴
   깨끗한 구조 같았을까

   내 트윗처럼 귀여웠을까

   떠들고 달아나고
   지연시키고 싶은 시
   자꾸만 길어지는 이 시는
   연인을 사랑하는 시가 아니고
   슬프거나
   초라한 시도 아니고
   이 시는 선언하며

   구석까지 흔들리는 시

   우리는 좋아진다
   너무너무의 속도로

   감정적인 손으로

   마주 앉아 지나간 연인 얘기를 하다가 보면
   구십 분 내내 뛰었는데 영 대 영인 축구 경기 같고

   날씨가 왜 좋은 걸까 생각했더니
   그건 날씨가 나빠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서였다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그러나 이 시는
   마냥 기뻐하고 있는 시는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슬퍼하는 시는 더더욱 아니다

   은수야
   은수야
   부르면

   어?
   은수는 항상 한 박자 느리게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