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지구 방정식1)



여기 사람 없다 차 없다 고양이 많다 거짓말 같지만 여기 나무 한 그루도 없다 그래서 그늘 없다 가도 가도 땡볕이다 여기 휙휙 휘감는 벤 자리 또 베는 면도칼 같은 초록 풀 많다 실어증 걸린 구름 많다 여기 구석구석 버려진 슬픔 많다 그래서 고양이들 땡볕 속으로만 살금살금 걸어간다 허물어진 담 아래에서는 고양이들 사람의 포즈로 졸고 공포를 닮아가느라 풀들 점점 시퍼런 초록이다 사람 없는 여기 풀 흔들리는 소리 가득 차오르는 여기 말라가는 심장 모양 돌들 많다 비대해진 바위 많다 거짓말 같지만 고양이는 모두 노란색이다 여기 고양이는 모두 오로라라고 부르던 사람들 없다 뭉텅뭉텅 구덩이 많다 빈 항아리 많다 여기 새들은 같은 말을 한다 새들이 떼어내는 발들 항아리 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회색 바위에서 오로라들 살금살금 기어나온다 끝없다 나온 자리 도로 메워진다 구덩이도 도로 메워진다 고양이 발소리들 점점 멀어진다 풀들은 사방에서 모를 때 자란다





   생물권



비로소 작은 수업이 시작된 듯하다.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크기가 줄어들면 훨씬 보기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쪽. 비로소 작은 예감이 켜진 듯하다. 빛은 식물들이 새들이 잊지 않고 꼭꼭 물고 오는 쪽지라고 믿는 편. 빛의 시작이나 빛의 끝을 마주친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빛은 여기를 통과하는 인간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고 믿는 편. 지켜보는 쪽은 이미 선언한 쪽. 제 안을 비운 쪽은 이미 행동한 쪽. 우세한 것은 휘발되는 것, 지워지는 것, 전부가 자주 가려지는 것.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콕콕 쪼아대는 소리가 들려. 가까스로 매달린 손도끼 그림자처럼 비로소 작은 수업이 시작된 듯해. 쪽지를 해석할 수 없었지만 의도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인간은 팔 다리 몸통 머리 이렇게 분류할 때 솔직하다고 생각하는 편.

이원

경계는 대립인 동시에 곁이라고. 닿음을 보면서 닿지 않음을, 닮지 않음을 보면서 닮음을 보는 것이라고,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모빌이다.

2022/08/30
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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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