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려다 가려진 감추다 벌어진 / 위대한 퇴폐 예술전
보려다 가려진 감추다 벌어진1)
나는, 옛날, 아주, 먼, 옛날, 태어난,
나는, 앵커리지, 전쟁고아, 사, 분의, 일, 나는, 엄마랑, 아빠의, 이, 분의, 일, 손가락이, 모자란다, 셈, 실패다, 다시, 나는, 에이-오형, 더하기, 오-오형, 나는, 백오십이, 나누기, 백육십사, 다시, 다시, 나는, 나는, 처음부터, 이 씨, 더하기, 채 씨의, 교집합의, 합집합, 나는, 신길동과, 영등포, 사이에서, 강림하신, 나는, 여의도, 성모병원, 산부인과, 제왕절개, 전문의, 선생님의, 손길로, 빚어낸, 나는, 나로, 말미암아, 세상에, 버려져, 울고, 싶어요, 선생님, 나를, 뒤집어, 때려요, 선생님, 나를, 때려요, 왼손잡이, 선생님, 나는, 다시, 피 튀기는, 거듭되는, 훈련으로, 오른손으로, 돌잡이, 나는, 연필을, 죔죔, 밤마다 손톱을, 깎아, 쥐새끼에게, 먹이고, 나는, 틈틈이, 나를, 낳아, 나를, 수십, 마리씩, 기른다, 나는, 나를, 죽인다, 나는, 나를, 팔아, 먹고, 나는, 적혔다, 쓰였다, 계속, 계, 속, 나는, 나를, 손쉽게, 썼다가, 버렸다, 나는, 나로, 인해 나를, 지운다, 가죽도, 없이, 이름만, 남기고, 나는, 속절없이, 자라서, 나는, 나의, 옛말에, 이르되, 나는, 팔자가, 사납게, 타고난, 난, 년이라, 나는, 수면제, 없이, 잘, 자는, 지독한, 나는, 매, 맞고도, 달려드는, 나는, 외로움보다, 나는, 폭력이, 좋아, 옛날, 아주, 먼, 옛날, 엄마가, 회초리를, 든, 날이면, 마데카솔, 연고를, 발라, 줬다, 구석, 구석, 억지로, 눈을, 감기고, 내가, 아직 자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하고,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란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나는, 폭력으로, 사랑을, 확인했다, 엄마가, 그랬다, 사랑이란, 그런, 거다, 사랑한다면, 아낌없이, 줘야, 한다, 지독한, 상처를, 줘야, 한다, 영원히, 잊히지, 못, 할, 정도로, 사랑을, 상처로, 배운, 나는, 다정하지도, 못한, 늙고, 돈도, 없고, 재능도, 없어, 여러모로, 망한, 남자와, 진창에, 같이, 굴러, 빠질, 정도로, 착해, 빠져도, 나는, 언제나, 너에게, 썅년이, 되었다, 나는, 다, 주고, 다, 뺏겼다, 사랑하니까, 눈탱이를, 맞아도 아깝지, 않았다, 쌍, 팔, 년의, 순정, 미친, 개, 의, 우상인, 나는, 불행으로, 말미암아, 행복, 전도사인, 나는, 경진, 나는, 소호, 나는, 남자, 에, 미쳐서, 나는, 애미, 애비도, 몰라, 보고, 나는, 먹고, 싸고, 즐기다, 가는, 나는,
누군가의, 혀로, 빚어진, 이, 이야기의,
나는,,,,,,,,,,,,,
위대한 퇴폐 예술전2)3)
ㄱ
ㅣ
ㄹ
ㄱ
ㅗ
ㄲ
ㅡ
ㅁ
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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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ㅎ
ㅐ
ㅇ
ㅣ
ㅅ
ㅣ
ㅊ
ㅓ
ㄹ
ㅓ
ㅁ
이소호
나는 쓴다. 나를 경진이로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또다른 나를.
2020/10/27
35호
- 1
- 처음이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록에 따르면 소호는 경진이의 이름을 빌려 불행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었고, (2014년 12월 26일 일기 발췌) 몇 년 뒤 소호는 경진이를 팔아 첫 책을 얻었다. 그 후 나는 나의 작품 세계를 견고히 하기 위해 매일 불행을 연습했다. 나의 불행을, 가족의 불행을, 여성의 불행을, 인류의 불행을 채집하며 나는 일상의 자신을 버렸다. 독자 1은 그것을 작가의 본 모습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독자 2는 그 ‘소호’는 곧 모두의 재연이나 재현이라고 불렀다. 독자 3은 역시 진짜 이야기만이 진정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호’는 사실 또 다른 창작의 부산물에 불과했다. 시인으로서 생활인의 삶을 복제하고 또 그 복제를 복제하여 복제의 복제품으로서 자신을 썼을 뿐이었다. 시를 쓴 지 10년째 되던 해. 결국 나는 생활인으로서의 소호를 버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읽고 싶은 소호였다. 그래서 원래의 사건은 삭제되고, 미화되고, 어쩌면 더 부풀려져 포즈를 취할 뿐. 독자들은 그 소호를 진짜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소호’를 닮아갔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상, 나는 결국 ‘소호’로만 남아 완전한 시뮬라크르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삶은 서점 매대에 누워있다. 소문으로서 박제되어 떠다니는 소호는 어쩐지 고독하다. 이제 더는 무엇이 나를 쓰게 했던 일이었지 그것이 진짜 일어났던 일이었는지 알 수 없다. 소호는 무수한 소호들 그 사이에 그 안에 무엇으로 있다. 작품으로 남기로 한 이상, 원래 소호가 무엇이었는지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이 시는 ‘나’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다. 나는 쉽게 불행해졌고 소비했고 앙상하게 껍데기만 남은 진짜 나를 남기고 싶었다. 읽고 싶은 소호를 배제하고 배열된 이 ‘시’는 어떻게 읽히는가. 다행히 이 시를 쓰는 동안 나는 열렬히 사랑했고 처절하게 버림받았다. 조금 더 죽고 싶고 조금 덜 살고 싶었다. 이 작은 차이. 하나이면서 다수인, 영원히 반복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이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 2
- 1937년 7월 19일 나치 정권은 ‘열등한 피’로 낙인찍힌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퇴폐미술>을 전시하였다. 나치가 선정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작가는 다음과 같다. 콜비츠, 칸딘스키, 뭉크, 샤갈, 피카소를 포함한 총 112명.
- 3
- 음탕하고, 깨닫지 못하며, 살찌고, 거역하고, 시기하며, 교만하고, 미련하고, 투기하며, 깨끗하지 못하고, 어리석고, 방황하고, 모함하고, 추하고, 경솔하고, 아무 생각이 없고, 어수선하고, 간음하며, 거만하고, 번거롭고, 간사하고, 방해가 되는 창녀, 세상에서 가장 퇴폐적인 나.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