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비유》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요

   수성(水性)

   죽은 소를 매달자. 배를 가르자.
   물과 남자가 쏟아진다.

   남자의 입속에서 꺼낸 금화가 젖어 있었다.

   어젯밤 남자의 어린 아들은 태몽을 꾼다. 달고 뜨겁고 퍽퍽한
   고구마를 반으로 가르던 어지러움.

   갈증은 희고 반짝이는 나프탈렌 한 알을
   어린 아들의 혀 위에 놓아두었다.

   힘을 주어라.
   발끝에 힘을 주어라.

   털가죽 아래 이토록 많은 물들이 숨어 있는데
   이제껏 왜 알지 못했나.

   입속에는 작은 마을과 작은 관습이 있었다.
   물의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목 좁은 유리병 속에서 분재된 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어린 아들은 찔린 듯 뒤를 돌아보았다.

   온몸이 눈동자인 물,

   어린 아들은 몸을 붙들기 위해 발버둥 치던 발톱과
   발톱을 잘라주던 사람을 생각해낸다.

   물속에서는 남자가 떠오르는 몸을
   내려놓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물의 잘못을 물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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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 속에는 은어가 살고

   감으세요. 검고, 구겨진 한 장 셀로판 종이를 당신의 눈동자 위에 올려두세요. 어두우면서도 반짝이는 도시의 조감도를 오랫동안 원해왔다고 말해보세요. 편안히 누우세요. 낙차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밑바닥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우물 속에는 왜 은어가 살고 있나요. 당신의 다리로부터 목은 계속해서 멀어지고, 더는 늘릴 수 없을 만큼 뼈가 얇아지고

   눈 속에서 반짝이는 것들 때문에 어지럽다면 웃으세요. 이것,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세요. 우물 속에는 왜 은어가 살고 있나요. 수많은 자갈들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통에선 사용하지 않은 회색 크레용이 자꾸만 튀어나와요. 기억과 기분을 헷갈리지 마세요.

   당신이 퍼올린 것들엔 질량도 깊이도 존재하지 않아요. 빛나는 꼬리의 잔상은 사라지지 않아요. 파고들지 마세요. 다만 은어는 사치스러운 종(種)이로군, 하고 지나치세요. 당신이 상상하지 못한 일들은 벌어져도 놀랍지 않아요. 그러나 우물 속에는 은어가 살고

   상상하지 못할 일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상상하는 동안 당신의 이마에는 물이 튑니다. 눈 바깥에서 물고기는 어떻게 태어나나요, 소리가 난다면 가짜라고 생각하세요. 어둠 속에서 당신의 투명한 피부는 속이 비칩니다.

   섬세한 실핏줄과도 같이, 당신의 뼈가 반짝이는데
   우물 속에는 은어가 살고, 무엇보다 가벼운 말은 어디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