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목



   언덕을 올라가니 나무가 보였다. 반쯤 아름답고 반쯤 뒤틀린

   어떻게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을 한 몸으로 할 수 있는지 이상했지만
   말하고 나니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부분적으로 죽어가는 시간이 다르거나
   본래부터 기형일 뿐이었을지도.
   분명 저주는 아니었다.
   어쩌면 어느 한쪽이 다시 태어나고 있는 중인지도 몰랐다.

   동행이 있었음에도 나는 잠시 말을 잃었고 나는 내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었다.

   뒤틀린 나무에 기대어 언덕 아래를 보면 허허벌판이 펼쳐지다가
   세대주 없는 건물들이 난립해 있었고

   나무의 뒤는 완전히 썩어 있다.
   속이 텅 빌 정도로 썩어들어간 그것을
   치료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책임질 수조차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손을 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은 가지들 보며 핏줄 따위 떠올리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것도 솔직하지는 않은 일이었다.





   (웃음)



   웃을 것
   앞서가는 사람이 넘어져 머리통이 깨져도
   머리통의 안위를 염려하기에 앞서
   웃을 것
   앞서가던 사람이 피 흘리며 돌아봐도
   개처럼 달려가며, 웃을 것
   스쿠터「2」를 타고 달리다 자동차와 부딪혀 몸이 뜨더라도
   날고 있다는 찰나의 기쁨
   실현 불가능한 순간의 실현을 온몸으로 표현할 것
   공중에서 몇 바퀴 돌던 회전력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병상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웃을 것
   권태를 견디지 못한 누군가가 끔찍한 예능을 틀어버리기 전에
   자존심 상하게도 그 끔찍한 것에 웃음을 흘리기 전에
   웃을 것
   웃음이 지나간 뒤 웃기 전보다 고독해지기 전에
   감정선을 테러하는 망가진 기후로 인해
   반역적인 슬픔이 찾아오기 전에
   개처럼 헐떡이며, 웃을 것
   입술에서 터져나오는
   숨이 마지막 남은 것이더라도
   마지막 숨이 몸에서 빠져나간 뒤
   새로운 것이 몸에 들어차리라는 기대감으로
   일단 웃을 것
   그 웃음을 감싸고 있는 손길의 저의가 무엇이든
   웃음이 들려오는 가면 속 표정이 어떠하든
   우리는 예기치 않게 우리와 다른 것이 되어 우리를 떠나기도 하고
   또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
   집단적 감염을 통해
   우리에게로, 우리의 시설로
   그때 너무 감격스럽더라도
   눈물을 보이지는 말 것
   행복은 의무이니까1)
   웃을 것
   전력으로 (박수)

송승언

시인. 시집 『철과 오크』 『사랑과 교육』, 산문집? 『직업 전선』을 썼다. 우울과 농담 사이에서 끝없이 게으름을 추구하는 편.

2022/08/30
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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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is mandatory.”, Greg Costikyan, Dan Gelber, Eric Goldberg, 『Parano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