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심심해할 때면
  밖에 데리고 나간다
  편의점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한 개 사주고
  다 먹을 즈음 도착한 놀이터 빈 그네에 앉힌다
  가는 등을 힘껏 밀어주면
  나는 공중 달리기를 하며 아― 바람을 먹는다
  놀이터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하얀 돌멩이를 손에 쥐어준다
  반짝이는 점이 예쁜지 꽤 마음에 들어 한다
  그 둥근 것을 따스하게 데워주며 한동안 갖고 있다가
  원래 있던 곳에
  가만히 올려두는 나

  나와 함께 놀다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쓰다듬어주고
  싶다
  자꾸만 안아주고
  싶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이 아이를

김물

예전엔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글자로 그림을 그린다. 《어린이와 문학》과 《창비어린이》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오늘 수집가』를 냈다.

나는 나와 보내는 시간이 많다. 오랜 시간 만나고 있어도 피곤하지 않고, 같은 음악만 수십 번 재생하며 들어도 핀잔주지 않는 존재. 우리는 주로 소리 없이 대화를 나누지만 가끔 입 밖으로 내놓기도 한다. 그걸 혼잣말이라 하던가. 오롯이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그렇게 나는 나를 만난다.

2024/01/03
65호